컬처인: 이름에 숨겨진 1cm의 장벽, 호주의 이름과 기회의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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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finds that, even with identical qualifications, job applicants’ chances of receiving interview callbacks can vary by up to 57% depending on their name. Source: Getty / William Whitehurst/Getty Images

같은 조건에서도 이름에 따라 면접 기회가 최대 57%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호주의 작명 트렌드와 이름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기준을 살펴봅니다.


Key Points
  • 동일 조건에도 이름에 따라 면접 기회 최대 57% 격차
  • 리더십 직책일수록 더 크게 나타나는 이름 기반 편차
  • 전통 회귀와 2음절 이름 확산, 변화하는 호주 작명 트렌드

이름이 채용 과정에서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모나쉬 대학교와 킹스 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학력과 경력을 갖춘 지원자라도 이름에 따라 면접 제안을 받을 확률이 최대 57%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비영어권 이름을 가진 지원자는 리더십 직책에서 응답률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는 실제 구직 공고에 1만 건이 넘는 이력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름 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해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채용 과정에서 작동하는 무의식적 편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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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Getty / Getty Images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이민 2·3세대를 중심으로 영어 이름과 고유 이름을 병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발음과 익숙함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한편 호주의 작명 트렌드는 전통적인 이름으로의 회귀와 함께 짧고 간결한 이름 선호가 두드러집니다. Noah와 Oliver 같은 고전적 이름이 인기를 이어가는 동시에, Leo, Evie 등 2음절 이름이 정식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름이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인 동시에 사회적 인식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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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름을 짓는 다는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일 겁니다. 부모들은 그 이름에, 가장 빛나는 정체성을 담고 싶어 하죠. 그런데 그 이름이, 때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모나쉬 대학교의 연구는 우리 사회의 다소 불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름만 달랐을 뿐인데, 비영어권 이름을 가진 지원자는 취업 기회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는 건데요.

오늘 컬처인에서는 이름 뒤에 숨겨진 기회의 구조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호주의 이름 트렌드까지 함께 들여다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먼저 이름이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모나쉬 대학의 연구부터 살펴보죠. 조사 규모가 상당히 방대했다고요?

네, 연구팀은 실제 노동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른바 '필드 실험' 방식을 택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학력과 경력이 완전히 동일한 가상의 이력서1만 2천여 건(12,274)을 만들었고요. 호주 주요 도시인 멜번, 시드니, 브리즈번의 채용 공고 4,000곳에 직접 지원해 봤습니다.

실험의 핵심 변수는 딱 하나, 바로 '이름'이었습니다. 지원자를 영어권,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군도민, 아랍계, 중국계, 인도계, 그리스계 등 총 6개 민족 그룹으로 나누어 이름을 설정한 건데요. 결국 지원자의 실력과 스펙은 모두 똑같은데, 오직 '이름표'만 바꿔 달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추적한 겁니다.

이름 외에 모든 경력, 학력, 기술 수준은 동일하게 설정했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이름'이 취업 기회에 미치는 영향만을 분석했다는 건데, 결과는 어땠나요?

다소 충격적입니다.

영어식 이름을 가진 지원자는 아시아나 중동 등 비영어권 이름을 가진 지원자보다 면접 제안을 받을 확률이 평균 45%에서 최대57%까지 높았습니다.

50%가 넘는 차이라니...이건 단순한 선호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네요. 이름 때문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한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렇습니다. 한국이나 중국계 이름을 가진 경우, 똑같은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영어식 이름을 가진 사람보다 이력서를 3~4배는 더 많이 던져야 겨우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리더십 직책이었습니다. 동일한 조건의 이력서에서도 비영어권 이름을 가진 지원자는 리더십 직책에서 응답률이 최대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아랍계 이름이 리더십 직책에서 가장 높은 차별을 보였고, 인도계와 중국계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리더십 직책에서 더 격차가 컸다는 점은 더욱 의미심장하네요.

맞습니다. 특히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직무일수록 차별 가능성이 더 높아졌는데요. 고객과 직접 상대하는 리더십 직책에서는 차별 확률이 63.7%까지 치솟았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영어권 배경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이 데이터는 채용 담당자들이 리더의 이미지로 '영어권 배경'을 선호하는 무의식적 편향(Implicit Leadership Theory)을 가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즉 채용 담당자들이 ‘리더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무의식적으로 영어권 배경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실력이 같아도 이름이 영어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면접 기회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다는 것... 이건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채용 단계에서부터 이미 견고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인데요.

그렇습니다. 이 연구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ABC 방송이 인터뷰한 호주에서 부동산을 전공한 한 졸업생의 이야기인데요.

인도계 이민자 배경을 가진 청년의 이름은 '니마쉬 프라나팔리야계Nimash Paranapalliyage’ 로 이름이 길고 발음이 쉽지 않았습니다. 21자나 되는 자신의 긴 이름으로 취업 지원을 했을 때는 수백 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면접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발음하기 쉬운 짧은 영어식으로 바꾸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거짓말처럼 여기저기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겁니다. 실력은 그대로인데 이름의 형태만 바뀐 결과였죠.

결국 기업들이 이력서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능력이 아니라 이름의 익숙함이었다는 게 확인 된 거네요. 내 이름이 내 실력을 가린다"는 느낌, 정말 참담할 것 같아요.

네 그래서 최근에는 이름을 아예 가리고 평가하는 방식, 이른바 ‘이름 비공개 채용’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지원자의 이름이나 출신을 제외하고 오직 성과와 역량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인데요. 이건 단순히 지원자 배려 차원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같은 실력의 유능한 인재를 편견때문에 이름 하나로 걸러내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엄청난 인적 자원의 손실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구조 속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앞서 인도계 이민자 니마쉬씨의 사례처럼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은 결국 영어 이름을 선택해야 할까요?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지만, 내 이름이 가진 '외국인 이미지'가 무의식적인 편견을 만든다는 걸 깨닫는 순간, 결국 주류 사회의 '영어식 이름'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이에 대해 학자들은 “누구나 한 번에 알아듣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익숙한 이름으로 자신을 맞추는 일종의 ‘사회적 보호 전략’ 이라고 말합니다. 즉 주류 사회에 가장 깊숙이 뿌린 내린 이름을 선택함으로써 이 사회에 완벽히 동화된 사람이다 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고민은 호주에 사는 많은 이민 2세대, 3세대에게도 공통된 숙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특히 한인 사회를 보면, 이름에 담긴 의미가 매우 깊기 때문에이 고민이 더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보통 이름에 집안 돌림자를 쓰기도 하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깊은 의미가 담겨 있잖아요. 그래서 보통 학교나 직장에서는 영어 이름을 쓰고, 집에서는 한국 이름을 쓰는 ‘이중 이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개의 이름을 가지면 상황에 따라 자신을 다르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취업 과정에서는 발음하기 쉽고 익숙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편으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유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선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영어 이름 선호도에 있어 한인 이민 세대는 어떤 경향을 보이나요?

한인 부모들은 보통 한국어 이름과 발음이 유사한영어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한· 영 공용이름으로 남자 아이는 Ian, Eugene, June, Harry 같은 이름이 있고요.

여자 아이의 경우 Anna, Hana/Hannah, Jane, Suzy등 한국어 이름으로도 자연스럽고 영어로도 쓰이는 이름이 선호됩니다.

성경 기반의 이름들이 특히 많은 편인데, 이는 한인 커뮤니티 내 높은 기독교 비율로 인한 영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한인 사회에서는 이름이 단순한 호칭을 넘어 신앙과 가치, 그리고 신뢰의 이미지를 함께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경 속 정통성 있는 이름을 많이 선택하는 편인데요.

David, Daniel, Samuel, Peter, 여자아이의 경우는Grace, Esther, Sarah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 성경적 배경이 있어 서구권에서 신뢰감을 주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시대에 따라 작명 트렌드도 바뀌고 있죠. 한국의 경우 순우리말 이름들도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요. 호주는 어떤가요?

호주의 작명 트렌드는 전통으로의 회귀와. 짧고 실용적인 이름 선호가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100년 전 유행했던 고전적인 이름들이 다시 돌아오는 다시 선택하는 '100년의 귀환(Hundred-Year Return)'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아 이름으로는Noah와 Oliver, Luca 등이 인기가 높고요. 여아 이름으로는 영국 왕실의 샬럿 공주 탄생 이후 Charlotte(샬럿)이 오랫동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Olivia(올리비아), Grace(그레이스)같은 이름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짧고 경쾌한 2음절 이름의 증가인데요. Leo, Archie, Lottie, Evie, Billie등과 같이 별명처럼 들리던 이름들이 이제는 정식이름으로 등록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통과 실용성을 동시에 담는 흐름이군요. 한편, 호주에는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이름도 있다고요. 이 부분도 짚어볼까요?

먼저 부적절하거나 공격적인 단어들은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Adolf Hitler, Nazi, Terrorist같은 표현이나 각종 비속어는 엄격히 제한되고요. 종교적 의미가 강한 이름, God, Jesus Christ, Saint, Satan 등도 사용이 금지됩니다.

딸이 있는 가정의 경우 아빠들이 딸에게 ‘ 우리 공주님’ 이라고 많이들 부르시는데요.

일상에서 가족끼리의 애칭으로 는 사용할 수 있지만 공식 이름으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King, Queen, Prince처럼 공식 직함이나 계급을 의미하는 이름도 등록할 수 없습니다. 이밖에Nutella, iMac과 같은 브랜드 상표명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이름은 단순히 나를 부르는 소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질서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첫인상이 되고, 때로는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이름 뒤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기준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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