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직장인 절반 이상이 경제 불황 속 '잡 허깅(Job-hugging)' 상태로, 겉으로는 업무 성과를 유지하나 내적으로는 번아웃에 직면한 '조용한 균열'을 겪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대퇴사'의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호주인들은 사표 대신 다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직장은 유지하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조용한 사직'인데요.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겉으로는 멀쩡하게 업무 성과를 내면서도 속으로는 무너져 내리는 '조용한 균열(Quiet Cracking)'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호주 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무려 55%가 이 '조용한 균열'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경제적 압박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고 꼭 붙들고 있는 일명 '잡 허깅(Job-hugging)'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겉보기에 평균 90% 이상의 성과를 유지하기 때문에, 회사나 주변에서 이들의 위기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방치될 경우 번아웃으로 이어질 확률이 일반인보다 6배나 높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2024년 8월부터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연락 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직장인이 일로부터 완전한 심리적 분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방패막이가 되어 준 셈입니다.

한편 호주의 젊은 세대들은 이제 직장을 자아실현의 장이 아닌,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스폰서'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기계는 전원을 끄면 멈추지만 사람은 전원을 꺼야 비로소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처럼, 지금 호주는 일과 삶 사이의 건강한 거리두기를 처절하게 연습하는 중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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