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봉쇄조치로 침울한 이곳 뉴사우스웨일즈 주를 제외한 세계 곳곳이 스포츠 열기로 정말 뜨거운 분위기였습니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서 호주의 애슐리 바티와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각각 단식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편 남미 브라질에서 거행된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네이마르의 브라질을 꺾고 28년만에 코파아메리카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또, 호주 동부 표준시로 어제 오전 5시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즉, 유로 2020 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우승컵은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승부차기에서 3-2로 누르고 53년 만에 들어올렸습니다.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유로2020 결승전 이모저모 살펴보겠습니다.
결국 이탈리아가 유럽 최정상에 등극했어요.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극도로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결승전이 펼쳐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아 잉글랜드를 열렬히 응원하던 윌리엄 왕자 부부의 아들 조지 왕자가 울먹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 잡혔죠…. 많은 것을 상징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친서를 보내 격려까지 했는데 말이죠..
진행자: 이날 경기 진기록도 많았죠?
이수민 리포터: 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결승전에서 골과 관련된 이색 기록들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잉글랜드가 역대 결승전 사상 최단시간 골로 포문을 열었죠. 그러자 이탈리아는 역대 최고령 선수의 골로 답했습니다.
먼저 새 기록을 쓴 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잉글랜드 루크 쇼였습니다. 그는 전반 1분 57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는데요. 해리 케인이 오른쪽 측면의 키에런 트리피어에게 자로잰듯 한 패스를 연결하자, 트리피어가 크로스를 올렸고요, 문전으로 쇄도하던 쇼는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습니다. 1분 57초 만에 득점이 나온 건 유로 역사상 역대 최단시간 득점입니다.
이에 질세라 이탈리아는 '역대 최고령' 득점으로 응수했습니다.
후반 22분 이탈리아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코너킥에 이은 혼전 상황에서 빈 골문으로 차 넣어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1987년생인 보누치는 만 34세 71일의 나이로 유로 결승전 무대에서 골을 넣었다.
이는 지난 1976년 대회 당시 만 30세 103일의 나이로 골을 넣었던 독일의 베른트 휠첸바인의 기록을 4년 가까이 늘린 역대 최고령 득점이라고 합니다.
득점 기록 외에도 이탈리아의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는 만 36세 331일의 나이로 결승에 선발 출전해 지난 2012년 역시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부폰의 만 34세 154일의 기록을 넘어서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남겼습니다.
또 이날 교체로 출전한 잉글랜드의 부카요 사카(아스날)는 만 19세 309일의 출전 기록으로 유로 대회 결승에 출전한 역대 최연소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부카요 사카… 20살을 목전에 둔 어린 선순데 유로 2020의 결승전 출전의 기록을 세웠지만, 잉글랜드 팬들 뿐만 아니라 사카 자신에게도 악몽같은 기록이 되지 않을까요.
이수민 리포터: 정신적 충격이 대단할 것 같아요… 어린 사카가 승부차기의 마지막 키커로 나섰는데 결국 실축했고, 그의 실축은 전 세계 이탈리아인들의 환호로 직결됐죠…
준결승 전 덴마크 전에서 나름 오른쪽 날개로 날카로움을 보여줬던 사카는 이날 후반 20분에 투입됐지만 왠지 반박자 뒤처지는 몸놀림을 보였는데요… 그런데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사카를 5번 키커로 배정했던 겁니다. 성공했으면 유럽최고의 스타이자 잉글랜드의 영웅이 됐겠지만 사카는 돈 나룸마의 거미손에 막히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부카요 사카의 실축 뿐만 아니라 역시 실축한 잉글랜드의 다른 두 선수도 승부킥을 염두에 두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교체멤버로 투입했잖습니까.
이수민 리포터: 결국 비장의 승부수가 완전 패착이 된 겁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이번 유로 2020에서 팀을 결승에 올려놓으며 호평 받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격려 친서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차기 순간 승부사 기질을 보이려 했던 것이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승부차기를 예상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조던 헨더슨과 카일 워커를 빼고 마커스 래시퍼드, 제이든 산초를 투입했습니다.
둘 다 승부차기 전문 키커로 투입된 선수들이었다. 대회 내내 승부를 걸기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택해 온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아껴뒀던 교체 카드를 승부차기에 쓴 거죠. 120분 혈투를 거쳐 지쳐있을 듯 한 선수들의 실전 감각보다 킥력이 좋은 선수들을 믿기로 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그 다음부터가 완전 악몽이었죠.
이수민 리포터: 그렇습니다. 교체 멤버로 구성된 3번 키커부터 모두 실패였습니다. 래시퍼드는 왼쪽으로 실축했습니다.
종종걸음 후 뜸을 들이는 속임수를 썼는데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뛰는 척 하다가 다시 멈추는 역 페인팅을 걸면서 오히려 타이밍을 빼앗겼죠.
래시퍼드의 급한 킥이 방향은 속였지만 빗나갔고요,
잉글랜드의 4번 키커 산초는 오른쪽 아래를 노린 킥이 돈나룸마에게 막혔습니다. 산초가 차는 순간 이미 방향을 완벽히 예측한 돈나룸마가 몸을 날려 막아냈습니다.
진행자: 여기에 래시퍼드와 산초가 실축하는 동안 이탈리아는 레오나르도 보누치,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가 모두 픽포드의 방어를 뚫었잖습니까. 이탈리아가 간단히 우승컵을 가져갈 듯 했지만 잉글랜드에는 픽포드 골키퍼가 있었죠.
이수민 리포터: 그렇습니다. 픽포드가 두 번째 선방을 해내며 잉글랜드에 희망을 잠시 안겼죠. 페널티킥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조르지 뉴 특유의 깡총 뛰는 자세는 골키퍼와의 심리전에서 늘 승리해 온 필살기였지만, 픽포드는 속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기서 잉글랜드가 넣기만 하면 6번 키커로 끌고 갈 수 있고, 실축하면 우승컵을 이탈리아에 양본해야는 분깃점이 됐습니다.
진행자: 이때 등장한 선수가 후반에 교체 투입됐던 20살이 채 안된 유망주 윙어 부카요 사카였던 거죠.
이수민: 네. 사카의 킥…산초의 방향과 거의 같은 곳으로 흘러들었고 돈 나룸마는 기다렸다는 듯 쳐냈습니다. 승부는 끝이 난 겁니다.
진행자: 결국 승부차기 전문선수 2명을 포함해 교체 선수 3명으로 승부차기 3~5번을 구성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구상이 대실패로 끝난 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