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고독사 위험군 중장년 1인가구…'혼밥' 대신 '행복한 밥상'

Friends sharing Korean food together

Friends sharing Korean food together Source: Moment RF / Kilito Chan/Getty Images

천만 1인 가구 시대 한국의 40세 이상 혼자 사는 중장년의 고독사 위험률이 연령대별 가장 높게 나타난 가운데 중장년 1인가구를 위한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행복한 밥상'이 확산 일로다.


Key Points
  • 1인 가구 천만 시대 도래…중장년층 고독사 위험률 최고
  • "혼밥은 그만" 중장년 1인가구, 함께 요리하며 건강 챙겨
  • 함께 모여 음식 나누고 소통하는 소셜다이닝 '행복한 밥상'
  • 1인 가구 간 자연스러운 교류 기회를 만들어 소외감 해소
혼자 사는 것이 흔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1인 가구 중심의 인구구조 변화는 세계적 흐름인데요.

천만 1인 가구시대에 도래한 한국의 경우 특히 전체 인구 중 중장년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인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한동안 신조어 ‘혼밥’이 유행했었는데, 최근 한국에선 혼밥 대신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행복한 밥상’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1인 가구 천만 시대, 세 집 걸러 한 집은 1인 가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데요. 인구는 3년 연속 줄었는데 1인 가구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지난 8월 22일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인구수는 5,144만(51,439,038) 명입니다. 전년도인 2021년 보다 20만 명이 줄면서 2019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주민등록 인구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반면 1인 세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1인 가구는 972만 (9,724,256 )가구로 전체 가구의 41.0%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65.2%로 10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1인 가구라 함은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를 말하죠. 1인 가구는 이제 한국의 대표 가구 유형이 됐는데, 대가족제에서 핵가족, 이제 1인 가구로의 변천의 이면에는 어떤 시대적 배경이 있었나요?

유화정 PD: 1인 가구는 196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등장한 핵가족화보다도 더 간소화, 단순화된 형태의 가구로 하나의 공간에 1인이 홀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면, 일본은 1980년대 경제위기 이후 1인 가구가 급증하기 시작해 1990년대에는 1인 가구가 보편화했고, 2010년대에 와서는 1인가구로 살다가 혼자 죽는 사람들의 문제인 ‘고독사’라는 것이 이슈화됐습니다.

한국 사회에 1인 가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민주화 이후인 1992년쯤부터입니다. 1997년 IMF 국제금융으로 시작된 장기 불황으로 미혼· 만혼· 비혼 등이 증가했고, 더불어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개인주의가 확산된 것도 1인 가구의 확산을 부채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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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yeon noodle. Source: Moment RF / Photo by Dylan Goldby at WelkinL/Getty Images
진행자: 최근의 1인 가구의 급증 이유로는 어떤 지점들이 거론되고 있나요? 우선 젊은 층의 결혼 기피 현상이 주원인 제공이겠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1인 가구 증가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에서 우선 찾을 수 있는데요. 젊은 세대는 1인 가구를 가정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전 세대와 달리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스스로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도 1인 가구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조기 이혼율과 황혼 이혼, 졸혼 등도 1인 가구 증가를 불러왔고, 그 밖에 인간관계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들의 증가도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에서 특히 40~50대의 남성의 증가가 확연한데, 최근 고독사 위험군 조사 결과에서 고령층보다 중장년층이 고독사 위험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요?

유화정 PD: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위험군 설문조사에서 1인가구 5명 중 1명 이상은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독사 위험은 고령층보다 중장년층, 특히 50대에서 더 높았는데, 중장년 1인가구는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습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인 가구 9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일주일간 사회적 교류 횟수 1회 이하 ▲일평균 식사 횟수 1회 이하 ▲몸이 아플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없음 등 10개의 질문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선별했는데요. 50대 1인가구의 경우 34%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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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1인 가구 시대 한국의 40세 이상 혼자 사는 중장년의 고독사 위험률이 연령대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진행자: 스스로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죠?

유화정 PD: 개인주의 영향으로 자발적인 1인 가구를 형성하는 젊은 세대에 반해 중장년 1인 가구는 이혼·별거·사별·기러기 아빠 등 비자발적인 원인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1인 가구 탈피 가능성 역시 매우 낮습니다.

상당히 많은 1인 가구들은 외로움의 문제나 소통의 결여, 여러 경제적 문제 등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심하면 우울증이 올 수 있고 고독사로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고독사 위험군 설문 조사 항목 중 일평균 식사 횟수 1회 이하가 눈에 들어오는데, 하루 세끼의 일반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는 데는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닐 것 같아요.

유화정 PD: 서울의 1인가구는 일주일에 평균 4일 '혼밥'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주일에 절반 이상 혼자 식사를 하며 끼니를 거르거나, 가정간편식·배달로 해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1인가구가 일주일 동안 혼자 식사를 한 경우는 평균 12.1끼(4일)로 나타났고, 일주일에 전체 식사 횟수는 16.6끼로 '혼밥' 횟수가 약 7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혼밥,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과거와 달리 일상적인 행동들을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현재의 사회상을 반영한 신조어인데, 팬데믹을 겪으면서 다 함께 밥을 먹지 못하게 된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단어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중장년 1인가구의 혼밥은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경우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는 52.2%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가정간편식을 이용하거나 배달음식, 혹은 빵이나 샌드위치로 해결했는데, 특히 남성과 청년 1인가구는 가정간편식과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혼자 있을 때 식사를 거르는 이유는 식욕이 없거나 귀찮아서가 35.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혼자 먹기 싫어서, 장을 보는 것이 번거로워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등의 순이었습니다.

노년 1인가구는 혼자 먹기 싫어서 식사를 거른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고, 남성과 청년 1인가구는 음식조리 방법을 몰라서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진행자: 한 끼를 혼자 먹기 위해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대신 간편식, 편의식으로 먹거나 귀찮아서 또는 혼자 먹기 싫어서 식사를 거르기 쉽다는 것,  바로 1인 가구의 경우 처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인데요. 그런데 최근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해 마련된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확산 중이라면서요?  

유화정 PD: 행복한 밥상은 중장년 1인 가구가 모여서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나누며 소통하는 소셜다이닝 (social dining) 프로그램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범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행복한 밥상을 20개 자치구에서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는데요. 함께 건강한 요리를 배우는 ‘요리교실’과 참여자 간 교류를 돕는 ‘소통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행복한 밥상은 만성 질환 발병률이 높은 만 40세에서 64세에 해당하는  중장년 1인 가구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고, 1인 가구 간 자연스러운 교류 기회를 만들어 소외감을 해소하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만성질환, 비만 등 건강 문제를 겪는 연령대 특성에 맞춰 1인분 간단 요리, 만성질환별 맞춤요리, 저염‧저당‧저지방 요리 등을 전문 요리강사에게 배우기도 합니다.
Korean food
Korean food Source: Getty / Getty Images
진행자: 단순한 요리 수업이 아니라 외로운 1인 가구를 이어주는 가교역할로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요?  

유화정 PD: '행복한 밥상'은 요리교실을 통해 직접 요리를 배워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특히 같은 공감대를 가진 1인가구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만족도 95.6%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 예로, 서울시 중장년 1인가구인 C 씨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나가서 외식하기도, 사람을 만나기도 마땅치 않아 집안에서만 은둔하듯 지내왔는데, 작년 참여했던 행복한 밥상 시범 프로그램은 C 씨의 일상을 바꿔 놓았습니다.

C 씨는 수업이 있는 날에는 전날부터 입을 옷을 고르고, 수업 시간에 맞춰 하루 일정을 짜곤 했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요리하며 친해진 친구와 자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혼자 살아 끼니를 대충 때우곤 했는데, 오랜만에 누군가와 어우러지면 식사를 한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진행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사교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소셜다이닝 '행복한 밥상'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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