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네. 데일리 오버뷰 두번째 소식, 주 교육의 모든 것을 살펴보는 시간, 호주 교육 대해부로 이어집니다.
NSW주의 대학입학 수능시험 HSC가 17일 영어 시험을 필두로 시작됐습니다.
첫날 치러진 영어 시험은 기존의 표준 영어( English Standard), 고급영어(Advanced)와 더불어 올해 처음 도입된 영어학(English Studies) 그리고 명칭이 바뀐 제2 외국어 영어(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or Dialect) 등의 과목으로 나뉘어 실시됐습니다.
명칭 뿐만 아니라 영어 과목의 전반적인 시험범위나 성향도 확 바뀐 관계로 다수의 수험생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반면 교사들은 “심도 있는 출제였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주지하시듯, 호주는 대학입시수능시험이 대학입학 자격시험이라는 이름으로 각 주 마다 제 각각 실시됩니다.
자세한 내용,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R: 안녕하세요, 이수민입니다.
H: 호주는 본격적인 대학입학시험 시즌입니다. 주마다 각각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치르죠?
R: 네 그렇습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우에는 HSC, 빅토리아 주의 경우 VCE, 서호주 지역은 WACE 등으로 구분되어 주별로 실시하게 됩니다.
H: 지난 주부터 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R: 네,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우 지난 17일 목요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약 한 달 정도에 걸쳐 Year 12 학생들, 12학년 학생들의 HSC가 진행 중인데요. 학생들이 자신의 과목별 흥미와 관심도에 따라 시험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H: 그렇군요. 한국처럼 명확하게 문과/이과로 나눠져 있는 게 아닌가 봐요.
R: 네, 한국과 비교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인데요. 영어 과목만 필수고 그 외의 과목은 다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약 한 달 간의 시험기간 동안 본인이 선택한 과목의 시험 일자에 맞추어 시험을 보게 됩니다.
H: 시험 형태는 어떤가요? 한국의 수능처럼 오지선다 위주로 보게 되나요?
R: 한국의 수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대부분 에세이 형식의 시험 방식이고 수학 같은 경우에도 다 주관식 형태로 문제가 출제되고, 그래서 한 과목당 보통 두세 시간의 시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시험이 끝나고 채점이 완료되면 학생들은 ATAR 점수에 따라 전체 학생 가운데 본인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백분율 수치를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H: ATAR 점수요. 대학들이 입시에 반영하는 점수도 바로 이 ATAR 점수죠?
R: 그렇습니다. ATAR란 Australian Tertiary Admissions Rank의 약자인데요. 최고 점수는 99.95이고 0.05점 단위로 구분이 되어 점수가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ATAR 점수 99.95를 받았다고 하면 전체 학생 가운데 상위 0.05%라는 의미가 되죠.
H: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우 전체 약 7만여 명의 학생들 가운데 내가 상위 몇 퍼센트다 이걸 나타내는 지표가 되겠네요.
R: 맞습니다. 결국 이 ATAR 점수는 이러한 학생들의 시험 결과를 한눈에 랭킹으로 만들어 획일적인 숫자로 표기하는 방식의 시스템인데요. 한국에서도 등급컷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1등급컷 몇점, 어디 대학 무슨 과 컷 몇점 이런 식으로 수능 점수에 따라 쭉 줄세우기가 되어서 대입에 반영이 되는데, 호주도 이 ATAR점수가 한국의 수능 백분위 점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12월경 발표되는 ATAR 점수를 가지고 학교별로 대강의 백분율 컷을 가늠해 지원하게 되는 겁니다.
H: 그렇군요. 대학들 입장에서는 손쉬운 선별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수능 점수가 대입의 당락을 좌우하는 건 호주나 한국이나 큰 틀에서는 비슷하네요.
R: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ATAR 점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획일화된 수치만으로 학생들을 재단해, 진정한 가능성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최근 전 NSW 교육부 장관인 아드리안 피콜리가 기고문을 내고 ATAR 점수의 실효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H: 아드리안 피콜리 전 장관은 국민당 부대표를 역임하고 지난 2017년 정계를 은퇴한 바 있는데요. 현재는 UNSW 산하의 교육연구센터의 수장을 맡고 있죠. 기고문의 간략한 내용 좀 설명해 주시죠.
R: 네, 아드리안 피콜리는 최근 언론을 통해 ATAR는 학생들, 대학들, 그리고 산업 분야까지 모두 제대로 된 효과 창출에 실패해 왔다며, 이를 중단하고 2025년까지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요지는 이렇습니다. 학생들을 시험 결과로 줄세우는 방식의 ATAR가, 13년의 학교 교육 기간 동안 습득하는 능력들과 행동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래서 대학에 가면 성공적인 학업 성취를 이룰 수도 있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이 이 ATAR 점수 체제 하에서 배제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H: 대학에서의 학업적 가능성, 그리고 사회적 일꾼으로서의 성장 가능성과 학교 시험을 잘 보는 능력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군요.
R: 그렇습니다. 피콜리 전 장관은 특히 21세기에 필요한 능력들로 흔히 ‘소프트 스킬’이라고 말하는 소통 능력, 사회성, 친화력, 의사전달 능력 등을 예시로 들면서, ATAR 점수만으로는 이와 같은 소프트 스킬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으로 결국은 전도유망한 미래 인재들이 대학 입시에서 백분율 수치만으로 배제되고, 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되지 못하는 유기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ATAR 점수만으로 졸업생들의 일처리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H: 그렇군요. 사실 교육이 추구하는 인재상도 시대가 변하면서 계속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미래 교육의 지향점과 연관되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네요.
R: 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ATAR 점수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입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인데요. 12학년 학생들은 이 ATAR 점수에 대한 부담이 있다 보니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이러한 점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입니다.
H: 입시 스트레스를 얘기가 나오니, 한국의 사례가 절로 생각나는데요. 한국은 수능시험이 단 하루동안 치뤄지기 때문에 고3 학생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잖아요. 비교적 자율성이 크고 대학 진학률도 낮은 호주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참 우리나라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R: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피콜리 전 장관은 이러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대입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H: 하지만 보다 심층적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터뷰나 개별 평가 등이 요구될 텐데, 이는 비용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R: 네, 그래서 보다 실현가능하도록, 절충적인 방향의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기존의 ATAR 점수에 다른 능력들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식으로 점차 대입에서 ATAR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2025년까지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입 평가가 대체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국가적인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H: 그렇군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데 중요한 변수는 아무래도 실효성일 것 같아요.
R: 그렇습니다. 현재 피콜리의 문제의식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강한 공감을 얻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ATAR 점수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부총장 위원회인 NSWVCC는 공식 입장을 내고 ATAR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라며, 학생들의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지표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TAR가 최선의 지표는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며 세간의 비판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H: 그렇죠, 대학들 입장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을 선별하는 가장 객관적인 수단으로 ATAR 점수가 쓰일 테니까요.
R: 네, 또 대학들이 ATAR 점수만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학교별로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 질의응답, 인터뷰 등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H: 그렇군요. 아무래도 대입에서 평가의 질만큼이나 중요한 건 바로 평가의 ‘공정성’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객관적인 시험 점수 없이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건 사실 공정성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긴 하죠.
R: 맞습니다. 그리고 ATAR 점수가 일각의 주장처럼 그렇게 잘못된 지표만은 아닌 게, 실제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ATAR 점수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거든요. 호주 대학 입시 담당 기관인 UA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TAR 점수는 학생의 성공을 가늠하는 강력한 예측 변수고, 학생의 ATAR점수가 높을수록, 그 학생의 대학 1학년 성적 역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ATAR 점수가 높을 수록 대학 1학년 성적에서 낙제 점수를 받을 확률이 줄어드는 경향 역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H: 그래요. 무조건 기존의 제도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을지, 다각적인 방향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네요.
R: 동감합니다. 멜번대학교의 고등교육연구센터 소속 연구원인 앤드류 노튼의 입을 빌리자면, 점차 많은 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평가 방식을 둘러싼 불안과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노튼 연구원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ATAR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무조건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조금 더 차분한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H: 네, 잘 알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