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의 16주기를 맞아 중국의 한 영상 크리에이터가 생전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완벽하게 복원한 영상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녹음실에서 ‘천천궐가’를 열창하는 장국영의 모습이 담겼는데, ‘천천궐가’는 장국영이 고별 콘서트에서 열창한 노랩니다. 영상 속 장국영은 노래 부르는 표정, 동작까지 생전의 장국영과 감쪽같이 똑같아 마치 그가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장국영은 배우로 활동하기 이전인 1976년 우연히 참가한 아시아 가요제에서 2위에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했습니다. 그가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린 것은 1986년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에 출연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장국영을 영화배우로 각인시킨 ‘영웅본색’은 범죄세계에 몸담은 형 송자호(적룡)와 정의구현을 꿈꾸는 열혈형사가 된 동생 송아걸(장국영)의 엇갈린 운명을 담은 줄거리로 갱스터들의 의리와 우정을 그린 1980년대와 1990년대 홍콩 느와르 열풍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1편의 흥행에 힘입어 1987년 제작된 속편 ‘영웅본색2’에서 위조지폐 유통 용의자를 소탕하기 위해 언더커버로 임무 수행에 나선 송아걸과, 동생을 돕기 위해 범죄에 다시 연루된 송자호. 전편과 마찬가지로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남자들의 의리,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어둠의 세계를 담았습니다. 범죄 조직의 소굴에 들어갔다가 총을 맞아 사경을 헤매는 장국영이 간신히 주윤발의 부축을 받아 막 딸을 출산한 아내에게 전화를 장면.
“아기가 빨리 보고 싶어. 곧 갈게.” 딸의 눈이 자신을 쏙 빼닮았다는 말에 아걸은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미 자신의 끝을 예감한 듯 아기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아내는 그저 빨리 돌아오라고 아걸을 재촉할 뿐.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얼굴로 입에서 피를 내뿜는 아걸은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고 눈을 감습니다. 경찰의 사명감과 뜨거운 형제애를 그린 영웅본색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은 장국영 전성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습니다.
관객이 다시 보고 싶은 장국영 대표작 1위로 꼽은 영화. 1990년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입니다. 장국영은 ‘아비정전’에서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바람둥이 아비를 연기 했습니다. 매표소에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에게 반한 아비(장국영)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수리진을 찾아갑니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 동안 함께했어. 난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됐으니까..”
아비는 ‘영원한 1분’의 고백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은 로맨티스트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비에게 마음이 흔들린 수리진은 그와 연인이 되고, 순간일 줄 알았던 그 1분은 아주 오래도록 수리진의 머리를 맴도는 영원이 됩니다. 여자를 흔드는 달콤함, 구속을 거부하는 자유분방함, 그럼에도 옅어질 수 없는 외로움을 자유롭게 오가는 아비 장국영의 매력은 속옷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는 장면에서 극대화됩니다. ‘아비정전’은 장국영에게는 1991년 홍콩 최고 권위의 금장상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왕가위 감독에게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겼습니다.
1993년 제 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게한 첸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1993)는 경극이라는 중국적인 색채가 강한 장르의 시대극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여장을 한 장국영, 노래와 몸 동작을 소재로 하는 경극에서 그는 가수로도 활동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답게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미인에게 어울리는 ‘경국지색’이라 불리울 만했습니다. 우희에 캐스팅 됐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항상 예술 속에서 살고 있고, 내 안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표현할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기 때문이다.’
왕가위 감독과 함께 한 97년 영화 '해피 투게더'는 홍콩 반환 시기에 실존을 찾아 헤매는 청춘들이 타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민가서 겪는 고단한 삶의 애환을 소재로 한 영화로 극중 보영 역의 장국영은 일시적인 쾌락에 빠진 어리석고 솔직한 캐릭터로 아픈 사랑을 감싸주는동성 연인 아휘역의 양조위와 멋진 연기 하모니를 이뤘습니다.
늘 제멋대로이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보영을 감당할 수 없어 이별하지만, 손을 다친 그를 돌봐주다 또 다시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아휘. 함께 있을 땐 서로의 벽에 부딪히지만, 두 사람은 ‘해피투게더’라는 제목처럼 멀리 떨어진 순간에도 늘 서로를 그리워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건 함께 있는거나 마찬가지야.’ 영화 해피투게더가 낳은 명대사입니다.
1956년 생인 그가 2003년 4월 1일 향년 47세로 투신해 세상을 등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사망 소식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그의 사망이 너무도 갑작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었고, 공교롭게도 이 날은 만우절이었습니다.
Thank you 장국영 지금도 팬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모든 영화가 좋았다” “다시 봐도 그리워지는 배우”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장국영을 향한 팬들의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국영 16주기를 맞아 다시보고 싶은 명장면 명대사로 추억을 소환해봤습니다.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