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등 돌리는 해외 기술이민 인력

skill migrant

Source: AAP

호주의 국경봉쇄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의 기술이민 희망자들이 호주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많은 임시비자 소지자와 유학생들은 호주를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와 상실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후에 본국으로 돌아간 기술이민 희망자들이 임시비자 상태에서 호주로 재입국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호주가 아닌 캐나다와 같은 다른 나라로의 기술이민마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얘기해 봅니다.

기술이민을 준비하고 있던 고급 인력들이 호주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죠?

홍태경 PD: 네, 그렇습니다. 호주 정부는 지난 3월 팬데믹 이후 계속해서 국경 봉쇄 정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여건이 어려워져 일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갔던 유학생이나 임시비자 소지자들은 사실상 재입국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본인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유학생과 임시비자 소지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면서 많은 임시비자 소지자들의 원성을 불러일으킨 바 있죠. 이에 따라 수천 명의 유학생들과 임시비자 소지자들은 배척감을 느끼고 거기에 인종차별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호주 생활에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재정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절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십분 이해가 갑니다. 연방 정부의 지원 정책들이 대부분 영주권자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니,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한 유학생이나 임시비자 소지자들은 호주 생활에 정이 뚝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에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뉴사우스웨일즈대학과 UTS의 교수진이 이끌고 있는 이주노동자 정의구현연대 (Migrant Workers Justice Initiative)가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지난 7월 6천여명의 유학생과 임시비자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적인 설문조사에서 팬데믹 기간동안 약 70%가 근무시간을 전부 또는 많은 시간 잃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렌트비나 식료품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답변이 이어졌는데요, 호주 경제는 이주민들이 호주의 노동력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임시비자의 70%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수치네요. 이런 상황이니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도 등떠밀려 떠날 수밖에 없는 거겠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민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유학생, 관광객, 워홀러, 단기 방문자 등 임시비자 소지자가 217만명으로 약 26만명 줄었으며 4월에도 첫 2주동안 5만명이 추가로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연말까지 30만명이 추가로 호주를 떠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유학생의 20%, 외국인 근로자 약 25%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인구의 30%가 해외에서 태어난 사람들로 구성된 호주는 경제 성장과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이민 인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호주의 차별적인 팬데믹 정책이 이민희망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군요. 설문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죠.

홍태경 PD: 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는 올해 말까지 재정적인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고, 유학생 3명 중 1명은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수천 명의 응답자들은 연방정부가 구직자 지원금인 잡시커와 고용유지 지원금 잡키퍼 대상에서 임시비자들을 제외시킨 데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떠나서 연방 총리가 ‘감당하지 못하면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버림받은 기분과 자신의 가치가 없어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마치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주 정부는 우리 얘기를 보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답변을 쏟아냈습니다.

진행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연방 총리의 발언이 더욱 힘을 빠지게 한 셈이군요. 그런 와중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전세계뿐만 아니라 호주 내에서도 인종차별 이슈도 부각됐었죠?

홍태경 PD: 네, 그에 대한 설문도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4분의 1이 언어적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분의 1은 외모 때문에 자신을 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중국인 응답자들은 절반 이상이 이 두 가지 중 하나 또는 둘 다 경험했다고 답했는데요, 1600명 이상이 외국인을 혐오하는 말을 겪어야 했고, 생김새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고있는 것처럼 취급하거나, 지금은 마스크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바뀌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팬데믹 초기에는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인종차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길거리나 대중 교통에서 행인들에게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당하고 밀거나 고의적으로 침을 뱉거나 기침을 하는 등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겪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코로나19 이후 길거리에서 인종차별 공격을 당한 사례에 대해서는 저희 뉴스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보도해드린 바 있죠.

홍태경 PD: 네. 한 베트남 여학생은 이렇게 답했는데요,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서 내가 코로나19의 원인이고, 떠나야 한다면서 나를 밀쳤다”라고 했고, 한 중국인 학생은 “10대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달걀 세례를 당했다”라고 응답했다.
이전에도 팬데믹 이후 임시비자 소지자들의 재정난에 대한 연구 발표는 여러 차례 있어왔는데요, 이번 이주노동자 정의구현연대의 보고서는 호주의 국가적 이미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성,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더 심도 깊은 감정적 영향에 대해 최초로 연구한 보고서라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솔직히 이번 코로나19 지원 대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다문화 사회 국가라는 호주의 이미지에 걸맞는 방향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홍태경 PD: 네, 실제로 유학생이나 졸업생, 워홀러들에게 설문한 결과 5명 중 3명은 호주에서 유학하거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여기에는 중국과 네팔 학생들과 같은 호주 유학 시장을 큰 부분 차지하는 나라 출신의 학생들도 포함됐는데요, 중국 학생은 76%, 네팔 학생은 69%가 호주를 목적지로 추천할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습니다.
한 인도 출신 유학생은 ‘호주 정부가 임시 비자 소지자들을 인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단지 돈을 쓰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데 외국인은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자국민만 감싸는 총리의 모습에 신물이 난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석사 학업 중인 학생은 “우리는 단지 세금을 위해 중요한 존재이며, 대학 등록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호주 경제에 기여하지만, 감당할 필요 없는 어떤 부류로 취급된다는 것이 완전히 위선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이끈 공동 책임자인 UTS대학의 로리 버그 법학 교수는 호주가 이러한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 수십 년간 외교적 경제적 결과를 감수해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금 호주에 대한 안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간 대다수의 사람들이 훗날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및 정치 분야의 리더가 될 것이고 그들의 경험은 호주의 국가 이미지에 결국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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