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선수와의 대결, 공정한 경쟁인가" 스포츠계에 반복되는 논란입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선수의 국제 대회 출전은 늘 공정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데요.
국제수영연맹(FINA)이 최근 회원국 투표를 거쳐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연맹은 대신 트랜스젠더 선수를 포함하는 '열린 경쟁 부문(open competition category)'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선수 옹호 단체는 국제수영연맹의 이번 결정은 차별적이고 비과학적이라며 즉각 비난에 나섰습니다. 호주에서도 찬반 여론이 갈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컬처 IN에서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만 12세 이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한 경우만 여성부 출전 허용
- 트랜스젠더 선수 경기 출전 금지 규정…여성 기록 갈아치우며 논란 불거져
- 국제수영연맹, '열린 경쟁 부문' 신설 추진…"차별적·비과학적 결정" 반발도
- 호주수영협회 “지지” 표명…수영 메달리스트들, IOC 정신 위배 찬·반 갈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국제수영연맹(FINA)의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 금지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먼저 주요 발표 내용부터 확인해보죠.
유화정 PD: 국제수영연맹(FINA)은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낸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FINA는 2022세계수영선수권대회(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가 열리고 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9일 임시총회를 열어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12세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만 여성 경기에 출전하도록 하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152개 회원국 중 71%가 찬성표를 던져 표결된 이 정책은 6월 20일부터 적용된 상태입니다. 34페이지에 달하는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는 12세 이전 남성으로의 사춘기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기준과 근거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호한데요. 현재 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12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성전환 수술을 허용하지 않고 있죠.
유화정 PD: 이 부분에 대해제임스 피어스 국제수영연맹 대변인은 "그렇다고 이번 정책이 12세 이전에 수술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확인했습니다.
최근 세계 트랜스젠더 건강전문가협회(WPATH)는 성전환 최저 권장 연령을 호르몬 요법은 14세로, 수술의 경우 15~17세로 낮춘 바 있습니다. 따라서 FINA가 수술 연령을 12세 이전으로 한 것은 사실상 성전환 수술자의 출전을 막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여성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압도적 피지컬을 바탕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여 논란이 불거져왔습니다.
진행자: 국제수영연맹은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 금지 규정을 채택하면서 대체 방안으로 '열린 경쟁 부문 (open competition category)' 신설을 제안했죠.
유화정 PD: 연맹은 트랜스젠더 선수 등이 출전할 수 있도록 '열린 경쟁 부문’ 신설을 제안하면서 실무 그룹을 구성해 6개월간 관련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후세인 알-무살람 회장은 이번 결정이 트랜스젠더 선수를 위한 "완전한 포용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픈부 신설 제안은 모든 사람이 엘리트 레벨에서 경쟁할 권리를 지닌다는 것으로 이전에는 시행된 적 없는 방식이기에, FINA가 이 길을 앞장서서 열어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FINA의 이번 결정에 성소수자 선수 옹호단체의 거센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죠. "성 정체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공정성과 포용성, 비차별에 대한 IOC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발이 거센데, 호주에서도 찬반 논쟁이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죠?
유화정 PD: 먼저 호주수영협회(Swimming Australia)는 "국제수영연맹의의 새로운 규정이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 환경을 지지하는 동협회의 견해와 부합한다"며 특히 세계 스포츠계 최초로 ‘열린 경쟁 부문’을 신설하겠다는 FINA의 공약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호주 수영 메달리스트들도 찬반 논쟁에 합류했는데요. 엠마 맥키언, 아리안 티트머스, 케일리 맥커운이 케이트 캠벨 등과 같은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들이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면, 2016년 리우 올림픽 수영 은메달리스트 매들린 그로브스는 "매우 수치스럽다. 이번 결정은 비과학적이며, 공정·포용·반차별이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틀에 어긋난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랜스젠더로 호주 핸드볼 국가대표 핵심으로 떠 오른 해나 머운시도 “국제수영연맹이 점점 무기화되고 있는 스포츠계의 성전환 논쟁에서 매우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진행자: 해나 머운시, 성전환 이후 호주 스포츠 역사에 독보적인 족적을 남기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선수인데요.
유화정 PD: 과거 남성 시절 핸드볼 및 여러 운동의 프로 선수로 활약했지만 별 다른 성적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머운시는 성전환 이후 독보적인 운동 신경과 키 189cm의 피지컬을 앞세워 단숨에 최강자로 군림했습니다.
2018년 호주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로 팀을 세계 선수권 자리에 올려놓았죠. 또 같은 해 호주 미식축구 여자 대표팀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머운시는 특유의 열정과 뛰어난 활약으로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반발도 컸습니다. 일반 여성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근육량 및 체격 차이가 있는데 공정한 경쟁이 성립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진행자: 성전환 여성 선수의 경기 출전 금지는 국제수영연맹이 처음은 아니라면서요?
유화정 PD: 럭비 종목을 양분하는 7·10·15인제 럭비 대표기구인 월드 럭비(WR)가 앞선 2020년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13인제 럭비의 대표 단체인 국제럭비리그(IRL)도 최근 당분간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지난달 19일 국제수영연맹이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사실상 불허한 지 며칠 만에 나온 겁니다.
IRL은 성명을 통해 "공식적 '젠더 포용 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선수는 여성부 13인제 럭비 국제대회에 나설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해 연기돼 올해 10월부터 한 달가량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캐나다, 잉글랜드, 프랑스 등 8개 국가가 경합을 벌이게 됩니다.
진행자: 성전환 선수의 대회 출전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있나요?
유화정 PD: 지난해 11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전환 선수의 대회 출전에 대해 권고안을 내놓았는데요.
당시 IOC는 성전환자 선수 출전 여부를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가 아니라 경기력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판단하되, 구체적 출전 자격은 각 경기단체가 자율로 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IOC는 그러면서 각 종목에서 성전환 선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얼마나 유리한지 판단하는 건 개별 대표기구의 몫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진행자: 영국 BBC는 세계육상연맹 세바스찬 코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육상연맹도 국제수영연맹(FINA)의 결정을 지지했다면서 이는 세계육상연맹이 성전환자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을 내놨죠.
유화정 PD: 그동안 세계육상연맹에서 성전환자의 여자부 출전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여자 선수의 중장거리 경기 출전을 엄격하게 금지해왔는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자 800m 스타 캐스터 세메냐는 현재 국제대회에 출전 자격 여부를 놓고 세계육상연맹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입니다.
세바스찬 코 회장은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허용하면 여자 스포츠의 미래가 위태로워진다"며, 테스토스테론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종목을 어디까지 확대해야 할지, 과학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규정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결론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가 참가할 수 없는 종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인데요
유화정 PD: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선수의 대회 출전은 수년간 국제 스포츠계를 달궜습니다. 성전환 선수 출전 찬반 논란은 2년 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더욱더 가열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비슷한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제 스포츠기구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길은 ‘스포츠 중재재판소' 제소뿐”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대회 출전 자격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공정성은 스포츠 분야에서 타협하지 않아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 하나 포용과 공정 사이에서 성전환 선수의 출전 찬반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