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치매 노인의 삶 그린 ‘더 파더’... 영화가 말하려는 것

Olivia Colman and Anthony Hopkins in The Father (2020)

Olivia Colman and Anthony Hopkins in The Father (2020) Source: Sony Pictures Classics

기억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여든의 치매 노인 아버지와 가족과 자신의 삶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딸의 모습은 고령화 시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21세기 고령화 시대에 치매는 고령사회의 그림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치매 노인의 삶’심도 있게 다룬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파더((The Father)’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파더’올해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가 사회에 전하는 바는 무엇인지 진단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 치매 앓는 아버지의 너무도 다른 두 얼굴
  • 환자의 시선으로 보는 치매… 혼돈의 과정
  • ‘더 파더’가 전하는 것… ‘나’의 이야기일 수도
  • 캐스팅 비화… ‘앤서니’와 ‘앤서니 홉킨스’

진행자: 지난 주말은 5월 8한국의 어버이 날과 매년 5월의 둘째 일요일에 맞는 호주의 Mother’s Day차례로 이어졌습니다. 어버이 하면 빨간 카네이션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요즘엔 효도 선물로 ‘현금 꽃바구니’인기가 높다면서요?

유화정 PD: 네. 지폐로 꽃송이를 감싼 현금 꽃다발이나 꽃바구니가 드리고 싶고 받고 싶은 선물 1위라고 합니다.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날이지만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해드릴지는 언제나 고민인데요. 현금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자녀들의 입장에서 부모님의 취향을 온전하게 고려하기 어렵고, 특히 한국의 문화 특성상 아직까지는 부모님들께서 나 이러 이런 것이 필요하다 고 직접 말씀하시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참고로 2019년 한국의 설문조사에서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용돈, 2위는 가족 식사, 3위가 효도 여행이었는데요. 호주는 쿠폰 사이트 리테일미낫(RetailMeNot)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6%의 어머니들이 마더스 데이에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In South Korea, Parents' Day (Korean: 어버이날 Eobeoinal) is annually held on May 8.
In South Korea, Parents' Day (Korean: 어버이날 Eobeoinal) is annually held on May 8.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지난해 코로나 19 확산 이후 한국, 호주 모두 여행 규제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가족 모임도 어려워졌는데, 효도 선물 문화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유화정 PD: 코로나19 이후 접촉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언택트 소비가 최우선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어버이날 효도 선물로는 지난해에 이어 부모님을 위한 건강, 위생 관련 온라인 상품 주문이 늘었고,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한 ‘치매 조기 검진’이 새로운 효도 선물로 등장했습니다. 호주에서는 가족 모임 단위의 외식 대신 근처 레스토랑의 음식 배달 서비스가 코로나 사태 이후 마더스 데이의 핫’한 선물로 떠올랐습니다.

한편 “코로나로 다들 힘든 상황인 걸 아는데 어떻게 자식들 한테 용돈을 받겠나” 라며 “국가에서 주는 코로나 19 재난 지원금을 용돈이라고 생각하려 한다”는 부모님도 많았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0순위 선물은 자식이 잘되는 것일 겁니다.

진행자: 어버이 날뿐만 아니라 평소 부모님의 건강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령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갖고 있는 질병의 수가 늘어난다고 하죠..

유화정 PD: 2019년 한국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에서 한국인의 만성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은 50대부터 크게 늘어났고, 60대에는 치과 질환,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70대 이상에서는 무엇보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70세 이상 치매 환자는 60대 보다 13배나 많았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평상시와 달리 말투가 너무 없어지고 혼자 계신다든지, 식사를 잘하지 못하신다든지, 체중이 급격히 빠지셨다든지, 잠을 잘 못 주무신다든지 세심하게 잘 살펴보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Oscar 2021 Best Actor Anthony Hopkins (The Father)
Oscar 2021 Best Actor Anthony Hopkins (The Father) Source: Sony Pictures Classics
진행자: 주변에서도 많이 왔고, 방송을 통해서도 노인 복지와 관련해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의 사례들을 전해드린 있는데요.  2021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파더(The Father)치매 노인의 삶을 소재로 소재로 다뤄 화제가 되고 있죠?  

유화정 PD: 그동안 치매를 다룬 영화들은 많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이 치매를 겪고 있는 환자의 행동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영화 ‘더 파더’는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극히 정상이었던 노인의 시점에서 그리며 관객들에게 실제 체험에 가까운 전율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아울러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기 마련이라는 보편적인 진실도 담고 있습니다. 그 아무리 찬란했던 푸르른 삶을 살았더라도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면 잎사귀를 다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는 것이라는 나이 듦과 인생에 관한 묵직한 울림을 전합니다.

진행자: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 보편적인 진실이 담긴 영화라고 표현했는데, '파더'줄거리를 먼저 간단하게 요약해볼까요?

유화정 PD: ‘더 파더’는 치매에 관한 이야기이자 부모를 잃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런던의 고급주택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앤서니’는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며 평화로운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는 80대 평범한 노인입니다.

극 초반부 내내 앤서니는 자신의 시계를 계속해서 잃어버리고 반복해서 찾으며 유난히 손목시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데, 심지어 “파출부가 시계를 훔쳐갔다”며 억지를 쓰기도 합니다.

은퇴하기 전 자신의 직업이 댄서라고 여기는 앤서니가 간병인 앞에서 춤을 추는데, 딸은 “아버지는 엔지니어였다”라고 말합니다. 분명 누구 못지않게 빛나는 젊은 날을 보냈을 앤서니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런던의 집이 30년 동안 살아온 자택이라 굳게 믿지만, 앤은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급기야 앤서니는 딸이 자기 집을 빼앗으려 한다고 의심합니다. 이미 죽은 둘째 딸 ‘루시’ 존재를 계속해서 찾기도 합니다. 그렇게 앤서니의 기억은 날이 갈수록 자꾸만 틀어져 갑니다.
Olivia Colman and Anthony Hopkins in The Father (2020)
Olivia Colman and Anthony Hopkins in The Father (2020) Source: Sony Pictures Classics
진행자: 죽은 딸까지 계속 소환하려고 애쓰는 것은 앞서 시계를 찾으며 시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지는데, 집안을 이끌고 딸의 울타리가 주었던 아버지라는 표상을 억지로라도 쥐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요..? 이를 지켜보는 앤은 어떤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나요?

유화정 PD: 늘 강인하고 푸른 큰 나무 같았던 아버지의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며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고, 때로는 아버지만 두고서 멀리 도망치고 싶었던 딸의 모습은 치매 당사자뿐 아니라 간병하는 가족의 고통을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앤서니 홉킨스’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을 풀어가지만 그를 돌보는 하나뿐인 딸 ‘앤’ 올리비아 콜맨의 역할을 통해 깊은 공감을 줍니다. 한없이 나약해지는 아버지를 보며 가족과 자신의 삶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딸의 모습을 통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란 태어나고 죽는 순간까지 서로를 돌봐 주는 존재임을 영화는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진행자: 올해 한국의 원로 배우 윤정희 씨의 치매 간병과 관련한 가족 간의 문제가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올라 씁쓸하게 했는데요. 부군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연주에 함께 했던 단아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현재 파리에서 안정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죠?

유화정 PD: 배우 윤정희 씨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영화 이창동 감독의‘시’를 촬영할 당시 60 대 나이에 이미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영화 ‘시’에서 윤정희 씨는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할머니 미자 역을 맡았었습니다. 윤정희 씨는 외동딸 진희 씨에게 “왜 내가 니 엄마니?” 물을 만큼 가까운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더 파더’는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부모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괴로워하는 딸 ‘앤’이 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몇십 년 후 내가 앤서니처럼 치매에 걸려 사랑하는 가족들을 괴롭힐 수도 있는 것이죠.
Oscar 2021 Best Actor Anthony Hopkins (The Father)
Oscar 2021 Best Actor Anthony Hopkins (The Father) Source: Sony Pictures Classics
진행자: 영화는 앤서니를 연기한 배우 '앤서니 홉킨스'이름을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는데, 방금 이야기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는 허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영화와 현실이 분리되지 않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는 듯해요..

유화정 PD: ‘더 파더’처럼 극 중 어떤 캐릭터는 배우의 생물학적 나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파더’를 만든 프랑스 출신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영화 '더 파더’의 시작이었다며, 캐릭터 이름 역시 '앤서니'로 정하고, ‘각본부터 앤서니 홉킨스를 염두에 두고 써내려 갔다고 밝혔는데요. ‘더 파더’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함께 각색상을 수상했습니다.  주인공 앤서니는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생일도 1937년 12월 31일 생으로 같습니다.

영화에서 앤서니 홉킨스는 정정한 노인의 모습에서부터 혼란스러워지는 기억, 혼돈과 불안, 공포와 분노 그리고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까지 모든 감정의 상태를 마치 그 자신도 픽션인지 현실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깊이 몰입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루 말로 표현할 없는 고통일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을 잃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 또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영화 ‘파더(The Father)’간접 경험을 통해 치매에 대해 이해하고, 치매 예방의 사고의 폭도 넓힐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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