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팬데믹 1년, 벼랑 끝 내몰린 연주자들...위기의 뉴욕 메트로

Musicians perform to protest their forced layoff without pay, and demand financial support to the performing arts sector devastated by the coronavirus.

Musicians perform to protest their forced layoff without pay and demand financial support Source: AFP

세계 최고 명성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지난해 2억 달러 손실로 140년 역사이래 최대 시련기를 맞으면서 이직 단원이 늘고 생계 위해 악기를 파는 등 예술인들의 극심한 생활고로 이어졌다.


Highlights
  • 세계 최고 오페라 뉴욕 메트… 코로나 19로 벼랑 끝에 몰려
  • 극심한 생활고로 은퇴 이직 늘고 생계 위해 악기까지 팔아
  • 미국은 정부 대신 기업 개인 후원 의존 커 예술계 타격 심화
  • 그 후 1년… 즉석 야외 공연 펼치며 정체성 찾으려 고군분투
예술가는 어떻게 살고 있나 '그 후 1년' 한국의 국립현대무용단이 올리는 공연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의 여파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까지 벼랑으로 몰았습니다. 팬데믹이 강타한 미국 공연계 소식 컬처 IN에서 들여다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지난 1년간 세계 문화의 중심 도시인 뉴욕의 공연예술인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메트(MET)’연주자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장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먼저 어떤 내용인가요?

유화정 PD: 138년 전통의 뉴욕 메트로가 창단 이래 최대 시련기를 겪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거대 조직 메트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속되는 공연 중단으로 막대한 재정 손실을 겪으면서 그 여파는 예술인의 삶까지 벼랑 끝으로 몰았다며 그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메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3월 극장을 폐쇄하면서 1천여 명의 직원들에게 일시 무급휴직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극장이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극도의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단원들이 속속 극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그러면 오케스트라와 합창 단원 무대 스태프 극장 소속 직원들이 1가까이 무급 휴직 상태로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인가요?

유화정 PD: 작년 4월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메트는 현재 피터 겔브 총감독을 비롯해 연주자, 합창단원, 직원 등 1000여 명이 무기한 무급휴직 상태로 고정비 지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직을 위해 극장을 떠나거나, 예정보다 이른 조기 은퇴를 선택하는 단원들도 늘고 있는데, 지난 1년 사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단원 97명 가운데 10명이 은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평균 2∼3명이 메트로폴리탄 극장을 떠났던 과거와 비교하면 은퇴자가 대폭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단원들의 조기 은퇴와 이직뿐만 아니라 뉴욕의 비싼 주거 비용 부담을 이기기 못해 지역으로의 이사도 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공연장이 문을 닫으며 수입이 끊긴 단원들은 온라인 레슨 수입과 정부의 실업급여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코로나 변수 이후 단원의 무려 40%가 그동안의 생활 반경을 떠나 타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6월 뉴욕을 떠나 미국 중서부로 이동한 32세의 바순 연주자 에번 에피파니오 씨는 "경력이 정점인 시점에 연주를 접고 처가살이를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Met Opera closure leaves ‘devastated’ musicians without pay for over a year
Met Opera closure leaves ‘devastated’ musicians without pay for over a year Source: AAP


진행자: 심지어 일부 단원 중에는 악기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운 내용까지 전해졌죠?

유화정 PD: 생계를 위해 분신처럼 아끼던 악기를 처분해야 하는 연주자의 슬픔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할 것 같습니다.첼로 연주자 조엘 노예스 씨는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19세기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첼로 활을 팔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41세의 노예스 씨는 아끼던 활과의 결별을 앞둔 심정을 "포뮬러 1에서 경주용 차 페라리를 몰다가 갑자기 트랙을 바꿔 도요타 캠리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측은 공연이 중단된 작년 4월부터 현재까지 호주화 2달러, 한국 돈으로 1천700상당의 재정적 손실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어떤 근거인가요?

유화정 PD: 뉴욕 메트는 매 시즌 공연 횟수가 250회 안팎에 이르는 거대 조직으로 한 시즌 예산이 호주 돈 약 4억 달러에 달합니다. 1회 공연에 드는 비용만 260만 달러입니다. 1년 중 9개월 동안 이뤄지는 초호화 공연, 대형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가수, 4000석에 달하는 객석, 100여 명으로 구성되는 대형 오케스트라, 200명이 넘는 백 코러스와 최고만으로 구성된 발레 팀 등 세계 최고 최상의 문화공간이 어디냐고 물을 때, 주저 없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를 지목할 수밖에 없는 근거들입니다.
Met Opera musicians ‘devastated’ as house cancels entire 2020/21 season
Met Opera musicians ‘devastated’ as house cancels entire 2020/21 season Source: AAP
진행자: 메트는 ‘교양과 학식을 갖춘 소수의 부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 햄버거와 카우보이 문화권의 보통 미국인 수준에서도 쉽게 접근할 있는 예술의 전당이 바로 메트’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유화정 PD: 메트의 전신은 1883년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뮤직 아카데미(The Academy of Music)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백인만을 위한 사설 극장이었습니다. 첫 상연 작품으로 구노(Gounod)의 파우스트(Faust)가 올려졌는데, 괴테 원작의 파우스트가 첫 공연이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뉴욕 경제계를 지배하던 독일계 기업가들이 올드 메트를 구성하는 핵심이었습니다.

올드 메트가 현재의 위치인 뉴욕 할렘 근처 링컨 스퀘어의 ‘링컨 센터’에 자리 잡은 건 1967년부터로, 메트의 이전은 문화예술 육성을 통해 도시가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뉴욕시의 ‘뉴욕개발계획’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링컨 센터는 뉴욕시가 제공한 할렘 가의 땅에 록펠러 재단의 기금으로 건축됐습니다. 이전 첫 기념 공연으로 미국 작곡가의 오페라와 흑인 소프라노를 무대에 올리면서 메트는 진정한 미국인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진행자: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만, MET단원들은 오페라 연주 막간에 포커 게임을 하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어요..

유화정 PD: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에피소드인데요. 단원들이 즐기는 포커 게임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창립 초기인 1880년부터 이어져온 오랜 전통입니다. 주로 리허설 막간 휴식 시간을 이용하는데, 기본 배팅 액은 2달러에서 8달러로 단원 간의 친목 도모와 기분 전환이 주목적입니다.

메트의 전통 포커 게임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들도 참여하는데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하면 떠오르는 전설의 테너 고 Luciano Pavarotti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총 2시간 여 길이의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릴 때는 중간에 두 차례 휴식시간을 갖는 관례가 있는데요. 각각 38분과 29분입니다. 막간을 이용해 포커 게임을 즐기기에 적당한 시간일 것 같습니다.

진행자: 메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아닌 거의 전적으로 민간단체의 기부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하죠?

유화정 PD: 일반적으로유럽 오페라하우스나 오케스트라가 국가나 시의 공적 지원에 크게 기대는 것과 달리 미국은 기업 민간단체 또는 개인의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메트는 민간 출연자의 공동출자에 기반한 면세 비영리 단체로 운영됩니다. 미연방정부와 뉴욕시의 지원은 한 자릿수 퍼센트에 그치는 수준인데요. 티켓 판매와 기부금을 주축으로 수익구성이 이뤄지는 메트와 비교해 독일의 국립오페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나 파리 오페라는 연간 예산의 60 퍼센트를 정부 혹은 지자체가 지원합니다.

진행자: 지난 3호주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로 감격의 공연 재개를 알렸죠. 뉴욕은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 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는데, 예술가들은 팬데믹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2005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단원으로 활동해 왔다는 맬킨 씨는 “지난 1년은 너무 힘들었고 내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 공연을 못 하는 기간에는 악기를 메고 브로드웨이나 센트럴파크에서 버스킹도 했다” 며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고, 언제 다시 공연장에 설지 몰라서 나 자신을 갈고닦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Met Opera musicians ‘devastated’ as house cancels entire 2020/21 season.
Met Opera musicians ‘devastated’ as house cancels entire 2020/21 season. Source: AAP
한편, 지난 3월 12일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가수와 댄서, 배우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날은 작년 봄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브로드웨이가 전면 폐쇄된다는 소식이 발표된 지 딱 1년이 된 날로, 1년간의 긴 침묵을 깨며 거리에 모여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춤과 음악 등 작은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이날의 깜짝 공연은 방역을 위해 미리 공지하지 않고 열렸다고 합니다.

진행자: ‘메트가 감기에 걸리면 나머지 오페라계도 덜덜 떤다’말이 있죠. 그만큼 미국 존재감이 크다는 얘긴데, 향후 메트의 공연 재개 전망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유화정 PD: 지난해 시즌을 통째로 쉴 수밖에 없었던 메트는 12월 31일 송년 갈라 콘서트를 기획, 공연 재개를 꾀했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메트는 올 9월 2021- 2022 시즌부터 공연을 재개할 계획을 일단 내놓고 있습니다.

뉴욕 주정부는 4월부터 100명 이하의 관객을 받는 조건으로 실내 공연장이 문을 열 수 있다고 밝혔지만 브로드웨이와 오페라 등의 대형 뮤지컬 극장, 공연장들은 이런 인원 제한으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워 실질적으로 실내 공연을 재개하는 시점은 올 9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코로나 19벼랑 끝에 몰린 뉴욕 메트의 현실과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는 뉴욕의 예술가들의 모습, 컬처 IN에서 주목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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