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s
- ‘2030’ 밀레니얼 세대, 미술시장 저변 확대 새 주역
- 고가 작품 공동 구매 방식, 대중의 접근성 높아 인기
-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여성 컬렉터 급증
세계적인 아트페어 주최사 아트바젤은 ‘미술시장 2020-21’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미술시장을 견인하는 주 고객층이 밀레니얼 세대가 될 것으로 전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컬처 IN에서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른바 2030 세대를 일컫는 말인데요. 세계 미술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요? 먼저 보고서 내용부터 살펴보죠.
유화정 PD: 네. 아트바젤은 최근 발표한 ‘미술시장 (The Art Market 2020-21)’ 보고서에서 코로나 펜데믹 이후 유수의 아트 페어와 경매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았고, 이로 인해 경매 시장도 급격히 침체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몇 가지 특이 사실에 주목했는데요. 먼저 최근 2년간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무려 6배나 많은 작품을 구매하며 세계 미술 시장의 주 고객층으로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국적을 불문하고 젊은 컬렉터가 부쩍 많아졌고, 이제 막 미술품 구입을 시작해 유망 작가 추천을 요청하는 20·30대 고객이 늘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네요. 2019년인가요? 한국의 김환기 화백의 추상 점화 ‘우주(Universe)’가 국제 경매에서 한화135억 원에 낙찰돼 국내외적으로 크게 화제가 된 바 있었는데, 억대 단위의 세계 경매에 도전하려면 어느 수준 이상의 고액 자산가여야 하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죠. 실제 밀레니얼 세대의 세계 미술 시장 세대교체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권의 정보기술(IT)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젊은 컬렉터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와 LA,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지역의 IT 업계에서 성공을 이끈 30대가 주 구매자로 이들은 공격적으로 미술품에 대거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역시 그렇군요. 과연 새로운 컬렉터의 출현이 향후 미술 시장을 견인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까 흥미로운데요. 보고서에서는 또 어떤 점을 주목했나요?
유화정 PD: 두 번째로 주목한 것은 여성 컬렉터의 성장세가 상승하며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구매 지출 액수가 높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또한 국내외 미술품 유통 경로는 주로 경매사·아트 딜러·갤러리·아트페어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들 밀레니얼 컬렉터들은 기존의 유통 경로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61%)과 인스타그램(55%) 등을 통해 작품을 거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한국에서는 ‘미술품 투자가 고액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지났다’며 소자본을 가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술품 재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요?
유화정 PD: 네.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새로운 투자 방식, 이른바 ‘아트테크’인데요. 먼저 ‘재테크’라는 말을 짚어보면 ‘재’는 ‘재물’을 뜻하고, ‘테크’는 ‘테크놀로지’를 줄인 말이죠. ‘아트테크’는 미술을 칭하는 ‘아트(Art)’와 재테크의 ‘테크(Tech)’가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아트테크(Art-Tech)는 저금리 시대에 미술품 소장의 기회와 수익창출을 꾀하는 신개념 투자법으로, 소자본을 가진 한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신개념 투자법이라고 하는 ‘아트테크’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유화정 PD: ‘아트테크’가 다소 생소하다면 부동산 리츠(REITs)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리츠가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임대 수익과 매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처럼, 아트테크 역시 다수 사람이 모여 미술품을 공동 구매하고 그 미술품을 고급 식당이나 대형 병원 등에 렌트해 생기는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입니다.

The most important millennial characteristics that drive change in the traditional art trading.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그런데 알고 보면 ‘아트테크’ 바람은 일찌감치 시작이 됐다고요?
유화정 PD: 한국에 아트테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경입니다. 당시 한국내 경매 최고가인 25억 원에 팔린 박수근의 '시장 사람들'은 1965년 주한 미군이었던 로널드 존스 씨가 다른 소품과 함께 미화 320달러에 구입한 것이었는데요. 2005년 한국인 컬렉터에게 12억 원에 팔았고, 이듬해 또 다른 컬렉터가 19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첫 구매자 존스 씨는 예외로 하더라도 박수근 화백의 작품에 투자한 두 한국인 컬렉터는 1년 사이에 각각 7억 원, 6억 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죠. 이를 계기로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의 '대박'사례가 이어지면서 미술품 재테크 바람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밀레니얼 세대의 신개념 투자로 ‘아트테크’가 부상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됐듯 소자본을 가지고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1만~2만 원만으로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을 기회가 생긴 건데요. 이는 IT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고가의 미술작품 하나를 수백 명이 공동 소유하는 게 가능 해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김남표 작가의 제주도 잡초 넝쿨 풍경 작품은 마치 타일처럼 작은 53개 조각 캔버스들에 쪼개어 그림을 그리고 그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 대형 작품인데요. 구매자 한 사람당 1∼4개까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조각 그림을 산 사람들은 수천만 원의 거액을 들이지 않고도 한국의 대표적인 중진작가의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이자 후원자가 되는 셈이죠.
진행자: 기존에는 미술품을 소장한다고 하면 억대의 그림들을 컬렉터라 불리는 소수 부자들이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요.. 시대가 바뀌어 거액의 작품보다는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고 소액으로도 구매 가능하다’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나요?
유화정 PD: 투자 위탁 업체는 먼저 가격이 뛸 만한 미술품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주요 관건이겠고요. 투자 대상 미술품이 준비되면 일반인들에게는 난해할 수도 있는 작품에 대한 정보들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공동 구매 후에는 미술품의 렌트·매각, 수익 분배 등의 관리 업무 전반을 맡습니다.
미술품의 가격이 뛰면 되팔아 각자 지분대로 수익을 나누기도 하지만, 미술 작품 판매가 끝이 아니라 이 그림을 찾는 법인, 혹은 개인들에게 미술품을 임대하고 그 임대수익을 다시 그 작품을 매입했던 투자자 개인에게 월 단위로 정산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진행자: 실제 어는 정도의 수익이 될까요?
유화정 PD: 한 예로, 2018년 11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The most important millennial characteristics that drive change in the traditional art trading.’의 경우 지금까지 한국내 투자자 약 6000명이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54개를 공동 구매했는데, 렌트 및 매각 수익금 분배 등으로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거둔 평균 수익률은 22%입니다.
진행자: 공동 구매이든, 개별 구매이든 매입 후 미술품 가격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 것 같은데, 초기 미술품 가격 책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유화정 PD: 요즘에는 많은 갤러리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아트테크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요. 미술품 투자 플랫폼이 관리하는 작품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에서 인증한 ‘호당 가격’을 작품 가격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냥 호당 가격이 아니라 작가의 정기적 활동·판매량·전시회 이력·작품 소유처 등을 이용해 가격을 산정한다고 합니다.
또 좋은 점은 아트테크 플랫폼들이 해당 작품을 ‘재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팔았던 작품을 다시 사들여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매처가 보장된 형태의 거래라는 매력이 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사태 이후 기회를 잃은 젊은이들의 주식 투자가 최근 크게 늘었는데요. 일명 ‘개미 군단’’동학 개미’로 불리는 소액 투자자들이죠. 서서히 붐을 조짐을 보이는 아트테크의 투자 전망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유화정 PD: 한 재테크 분석 사이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40~50대가 부동산 재테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아트테크는 20대(44.2%)와 30대(27.4%)가 전체의 71.6%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습니다. 최근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 집중은 아무래도 불안성과 변동성이 높고 단기 투자 성격이 짙어 자칫하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주식투자에 비해, 안전성을 추구하는 2030 세대의 경향을 반증하는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외에, 코로나19로 주거 공간을 꾸미려는 욕구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인사들이 방송이나 소셜미디어에서 미술품 소장을 노출하면서 젊은 층에 큰 영향을 미친 점 등을 밀레니얼 소비층 부상의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나는 샤넬 백 대신 그림을 산다’라는 책이 한국에서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는데, 앞서 미술시장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여성 컬렉터가 부각되고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구매 지출 액수가 높다는 얘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어떤 이유로 분석되고 있나요?

BTS member RM watching a painting at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Source: Getty Images
유화정 PD: ‘샤넬백 대신 그림을..’ 이 책에는 ‘똑똑한 여자의 우아한 재테크’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저자 윤보형은 30대 여성 변호사로, 미술 투자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우연히 시작해 투자금 대비 5~6배의 자산을 만들었다며, 그림을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아트테크의 지름길을 안내하며 미술 투자가 얼마나 좋은 재테크인지 널리 알리고 있는데요.
재테크에 유리한 장점뿐 아니라 감상의 즐거움, 독점적 소유에서 오는 짜릿함, 작가와의 교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점 등 ‘부수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는 오로지 미술 투자, 아트테크 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진행자: 곧 미술 시장 저변 확대에 새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컬처 IN, 오늘은 밀레니얼 세대의 신개념 재테크, 아트테크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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