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담배꽁초 발암 물질 50가지, 느타리버섯으로 독성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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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n-mushroom-research-cigarette-butt-toxins Source: Moment RF / seksan Mongkhonkhamsao/Getty Images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물질로 환경을 위협하는 담배꽁초. 호주에서는 느타리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담배꽁초의 독성을 제거하고, 남은 금속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Key Points
  • 담배꽁초 매년 4조 5천억 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
  • 호주, 최고 5만 달러까지 강력한 벌금·캠페인·국가액션플랜으로 대응 중
  • 호주 느타리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담배꽁초 유해물 분해 연구, 세계가 주목
길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쓰레기, 바로 담배꽁초입니다. 작은 크기 때문에 쉽게 무심코 버려지지만,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인데요.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켄터베리·뱅스타운 카운슬이 ‘Don’t be a pain in the ash’ 캠페인을 시작하며 담배꽁초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호주에서는 느타리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담배꽁초 독성을 제거하려는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 중인데요. 호주와 한국, 해외 사례를 통해 담배꽁초 쓰레기의 심각성을 들여다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박성일 PD: 엄청난 파괴력에 비해 너무 쉽게 버려지는 쓰레기, 담배꽁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무단투기되는 쓰레기 중 하나라고요?

유화정 PD: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 무려 4조 5,000억 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만들어지는 약 6조 개의 담배 중 약 4조 5000억 개가 무단투기로 버려지고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가 하수구를 통해 강, 호수, 바다로 흘러 들어가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해양보존센터는(Ocean Conservancy)는 지난 34년간 전 세계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1/3이 담배꽁초라고 밝혔습니다. 단일 품목으로 보자면,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가운데 담배꽁초가 가장 많다는 얘기입니다.

박성일 PD: 죽은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 컵 150개가 나온 사례가 있었는데요. 그런데 해양쓰레기 1위가 담배꽁초라니, 흡연자들의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관습처럼 굳어졌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유화정 PD: 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WHO도 "담배꽁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무단투기되는 쓰레기 중 하나가 됐다. 많은 흡연자들에게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것은 이미 사회적 규범에 가깝다.”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그런데 최근 캔터베리-뱅스타운 시의회가 ‘Don’t be a pain in the ash’라는 담배 관련 캠페인을 시작했다고요?

유화정 PD: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흡연자들에게 담배꽁초를 제대로 처리해 달라고 당부하는 담배꽁초 제대로 버리기 캠페인입니다. 캔터베리-뱅스타운 시의회는 흡연자들이 시에서 설치한 전용 꽁초 수거통을 이용해 담배꽁초를 올바르게 버리도록 독려하고 있는데요.

‘Don’t be a pain in the ash’, 이 구호에는 담배꽁초 투기 행위가 환경은 물론 지역 사회에도 고통을 준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9월 중순, 캠시(Campsie) 지역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매년 13억 2천만 개에 달하는 담배꽁초가 배수로나 정원, 혹은 버려서는 안 될 장소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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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 PD: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담배꽁초 불법 폐기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죠?

유화정 PD: 호주에서는 2006년부터 담배꽁초 불법투기 국가 액션플랜을 시행했습니다. 연방정부 주도 아래 각 주정부가 참여했고, 지역별 캠페인까지 이어지면서 시민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오고 있는데요. 호주 National Litter Index에 따르면 불법투기되는 폐기물 중 약 절반에 가까운 46%가 담배꽁초입니다.

호주인들은 연간 약 320억 개비를 소비하며, 이중 약 30억 개비가 무단투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역 별로는 빅토리아 53%, 뉴사우쓰웨일스 48%, 퀸즈랜드 48%,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42%,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38%로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동일합니다.

박성일 PD: 일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담배꽁초 불법투기 시 과태료 5만 원이라는 표지를 본 적이 있는데요. 호주에서는 담배꽁초 무단 투기에 대해 매우 강력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죠?

유화정 PD: 네, 호주에서는 담배꽁초를 포함한 쓰레기 불법투기에 아주 강력한 벌금이 적용됩니다. 뉴사우쓰웨일스 주의 경우 작은 물건이나 불붙지 않은 꽁초를 버려도 개인은 현장에서 160달러 벌금을 내야 하고, 최대 5천 달러까지 처벌이 가능합니다.

차량에서 꽁초를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면 개인은 500달러, 법인은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고, 역시 최대 1만 달러까지 갈 수 있습니다. 특히 불이 붙은 꽁초처럼 화재 위험이 있는 물질을 버리면 개인은 최대 1,000달러의 벌금에 더해 최고 2만 5천 달러까지, 법인은 무려 5만 달러까지 처벌을 받게 됩니다.

박성일 PD: 그만큼 꽁초 문제를 단순한 쓰레기 투기가 아니라, 환경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로 본다는 거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20년 호주를 휩쓴 대규모 산불 사태도, 차창 밖으로 버려진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블랙 서머(Black Summer)’라고 불린 이 산불은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이어졌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 속에서 더욱 증폭되면서, 호주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박성일 PD: 담배꽁초, 그냥 작은 종이와 재로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 환경에 큰 부담을 주고 있군요. 요즘은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먹이 사슬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고 해서 우려가 큰데, 놀랍게도 담배꽁초에 미세 플라스틱 다발이 들어있다면서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담배 필터는 사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나의 필터 안에 무려 1만 2천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고, 이들이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는 10년에서 15년이나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해 해양 생물에 흡수되고, 결국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오게 되죠.

그뿐 아니라 물에 닿으면서 배출되는 니코틴, 비소, 카드뮴, 휘발성 유기물질 등 7, 000가지의 화학물질이 배출되는데, 이 가운데 50가지가 발암물질로, 해양 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연구에서는 담배꽁초 한 개비를 1L 물에 96시간 넣었을 때, 민물고기와 해수어 모두 50% 이상 폐사했습니다.

박성일 PD: 작은 쓰레기 하나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호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특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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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hrooms are in season. Source: SBS / SBS/Dina Gerolymou
유화정 PD: 네, 바로 ‘느타리버섯’입니다. 호주 멜번에 있는 사회적 기업 (Fungi Solutions)이 진행하는 ‘시가사이클(CigCycle)’ 프로젝트인데요. 펑기솔루션은 버섯의 균사체, 즉 버섯 뿌리 같은 조직을 활용해서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을 대신할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담배꽁초를 버섯에게 먹여, 버섯 균사체가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성분을 분해하도록 훈련시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버섯이 담배꽁초를 먹는다고요? 상상하기 힘든 그림인데요.

유화정 PD: 네, 느타리버섯의 뛰어난 소화 능력을 활용해서 버섯 균사체를 훈련시키면, 담배꽁초 필터 속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기반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독성 첨가물이나 유해 성분도 함께 분해되지만, 아연이나 구리, 납 같은 중금속은 소화되지 않고 남게 되는데요. 연구팀은 이 중금속을 회수하거나 재활용하는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 자원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디어네요.

유화정 PD: 네 또, 버섯이 담배꽁초를 소화하고 남은 부산물은 앞으로 폴리스티렌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폴리스티렌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이죠. 호주의 펑기솔루션이 진행하는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과학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담배꽁초의 심각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과학적 연구와 강력한 벌금 같은 법적 제재도 필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흡연자의 행동 변화 아닐까 싶습니다. 작지만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쓰레기, 담배꽁초. 작은 무심함이 큰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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