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할리우드의 별이 지다...'내일을 향해 쏴라' 레드포드

A close image of a man smiling wearing a dark suit

Robert Redford, the leading man with the golden-boy looks who won an Oscar for directing Ordinary People and later became a godfather for independent film as founder of the Sundance Film Institute, has died. He was 89. Photo by Lionel Hahn/ABACAPRESS.COM. Source: AAP / Hahn Lionel/ABACA/PA

향년 89세로 별세한 배우 겸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의 대표작과 선댄스 영화제 활동, 환경과 사회적 참여를 통해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은 삶과 업적을 돌아봅니다.


Key Points
  • '할리우드의 별','독립영화 대부' 로버트 레드퍼드 향년 89세로 별세
  • 감독 데뷔작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
  • 선댄스 영화제를 설립해 독립영화 발전을 이끈 행동주의자
  • 생전 트럼프에 반대 목소리, 트럼프는 고인에 "위대했다" 평가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흐르는 강물’, ‘스파이 게임’ 등 수많은 명작에서 활약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지난 1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습니다.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배우이자 감독, 독립영화의 대부이자 환경운동가로서 그는 단순한 스타를 넘어 문화적 아이콘이자 사회적 목소리를 낸 인물이었죠.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세계 영화계와 사회에 깊은 족적을 남긴 로버트 레드포드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박성일 PD: ‘할리우드의 별이 지다’라는 말이 실감됩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별세 소식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추모가 이어졌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그를 “할리우드의 양심 있는 황금시대 배우”라 불렀고, 프랑스 르몽드는 “지적 매력과 사회적 책임을 겸비한 흔치 않은 스타”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언론 역시 “극소수 영화 아이콘”으로 평가하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그의 화려한 경력에 더해 독립영화 육성과 환경운동에 헌신한 그의 다양한 면모를 다각적으로 조명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그의 막대한 스타 파워는 가족적 비극이나 사회적 갈등, 정치적 부패 같은 중대한 주제를 관객에게 공감시킬 수 있었다”며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성일 PD: 자신의 스타덤을 사회적 가치로 환원한 배우라는 분석이군요. 흥미로운 건, 고인은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죠. 그런데 정작 트럼프는 레드포드의 별세 소식에 그의 업적을 인정하는 평가를 내놨다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레드포드는 환경 문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언론 기고문에서 “트럼프 시대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까지 쓰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뜻밖에도 트럼프는 “위대한 배우이자 감독이었다”고 그를 추모했습니다. 생전 날카로운 대립과 달리, 떠난 뒤에는 영화인으로서의 공적을 인정한 셈이죠. 이 대비가 오히려 레드포드가 남긴 존재감을 더 크게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박성일 PD: 한 시대의 상징이었던 할리우드의 거장의 별세 소식에 호주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주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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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그렇습니다. ABC, SBS 등 호주 주요 미디어에서도 레드포드 별세 관련 회고 프로그램과 특집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1970~80년대 그의 작품을 보며 성장한 세대의 문화적 기억과 회고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시드니대학 언론은 레드포드를 “할리우드의 golden boy with a conscience”, ‘양심 있는 황금의 소년’이라고 표현하며, 단순한 스타를 넘어 독립영화 지원과 사회적 참여 면모를 높이 평가 했습니다.

박성일 PD: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로 불린 로버트 레드포드,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 ‘미남’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불편함을 자주 드러냈다면서요?

유화정 PD: 레드포드는 금발에 푸른 눈, 환한 미소 덕분에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로 불렸지만, 본인은 오히려 외모가 연기 인생에 족쇄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은 내 연기를 보지 않는다”라는 푸념을 할 정도였는데요. 그럼에도 꾸준히 스크린을 지켰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했습니다.

박성일 PD: 레드포드의 배우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내일을 향해 쏴라’ 아닐까요?
Robert Redford as "Forrest Tucker" in the film THE OLD MAN & THE GUN.
Robert Redford as "Forrest Tucker" in the film THE OLD MAN & THE GUN. Credit: www.romacinemafest.it
유화정 PD: 맞습니다. 영화의 OST,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와 함께 올드 팬들에게 각인된 작품이죠. 영화의 원제목은 실존 인물의 이름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로 ‘내일을 향해 쏴라’는 한국 개봉 당시 알려진 제목입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레드포드는 ‘선댄스 키드’ 역을 맡아 폴 뉴먼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레드포드는 훗날 “폴 뉴먼 덕분에 영원히 은혜를 입었다”고 회고했을 만큼 두 배우의 만남은 할리우드 황금기의 상징이 됐죠. 두 사람은 유쾌한 사기 범죄극 '스팅'에서도 명콤비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스팅에서는 재치 있는 사기꾼 역할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기여했습니다.

박성일 PD: 이후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는데요.

유화정 PD: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허무한 사랑을 좆는 주인공 개츠비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에선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답게 연한 핑크색 슈트로 '남자는 핑크'라는 신 개념을 선사하며 남성복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는데요. 이른바 '갯츠비 룩'으로 불렸죠.

케냐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자유 분방한 남자 데니스로 분해 메릴 스트립과 애틋한 사랑을 그려냈는데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대중들의 클래식 사랑에도 큰 몫을 했던 영홥니다. 그 밖에 제인 폰다와 호흡을 맞춘 ‘맨발로 둘이서 (Barefoot in the Park)’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추억 (The Way We Were) ’ 등, 당대 연기파 스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로맨스 주인공의 대명사로 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Barefoot in the Park - Robert Redford and Jane Fonda
Credit: Paramount
박성일 PD: 배우에만 머물지 않고 감독으로도 빛나는 족적을 남겼는데요. 특히 데뷔작부터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쓰는 이변을 낳기도 했죠?

유화정 PD: 1980년 첫 연출작 ‘보통 사람들’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오스카 6개 부문을 휩쓸며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했습니다. 가족의 상실과 치유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심리 드라마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장남의 죽음으로 무너지고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인데요. 함께 보트를 탔다가 보트가 뒤집히면서 형은 죽고 동생은 살아남죠. 엄마는 둘째 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첫째 아들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영화에는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 갑니다.

박성일 PD: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흐르는 강물처럼’도 비슷한 가족 영화로 기억되는데요. 이 영화 이후 한국에서 플라이 낚시 열풍이 일기도 했죠.

유화정 PD: ‘흐르는 강물처럼’은 감독으로서 세 번째 작품인데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며 플라이 낚시를 통해 인생과 치유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레드포드 특유의 담백한 내레이션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잇는데요.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영화 속 엄한 아버지와 자유를 추구하는 둘째 아들 폴의 관계가 자신의 유년시절과 닮아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레드포드는 늘 진정성과 절제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담아내고, 또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진솔하게 그려내며, 그의 명성을 꾸준히 증명했습니다.

박성일 PD: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적 유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선댄스 영화제죠. 할리우드 시스템 밖에서 새로운 시도를 전 세계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이었는데요. 레드포드에게 ‘독립영화의 아버지’라는 별칭도 안겨주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맡은 배역인 실존 인물 '선댄스 키드'의 이름을 따서 1981년 선댄스 영화제와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독립영화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런 기여를 인정받아 2002년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명성을 알 수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같은 감독들이 선댄스에서 발굴됐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역시 선댄스를 통해 해외 관객에게 강렬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성일 PD: 레드포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환경운동입니다. 영화와 환경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는데요.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2012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했습니다. 자연과 지역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세계 무대에 밝힌 건데요. 그의 환경운동가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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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의 대표 연출작 '흐르는 강물처럼'
박성일 PD: 함께 스크린을 누빈 배우들, 그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연기하며 삶을 나눈 동료 배우들 역시 레드포드가 남긴 메시지와 삶을 회고하며 추모하는 모습이 이어졌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도 레드포드를 애도하며 “지구를 보호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그의 변함없는 헌신과 영향력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말년에 그는 제인폰다와 함께 한 ‘밤에 우리 영혼은’, 또 ‘노인과 총’과 같은 작품을 통해 늙어가는 인간의 사랑과 자유를 따뜻하게 담아냈는데요. 제인 폰다는 ‘그는 모든 면에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회고하며, 스크린 안팎에서 그의 삶과 가치가 얼마나 깊이 남았는지를 전했습니다.

박성일 PD: 단순히 스크린 속 스타가 아니라 제인 폰다의 말처럼 스크린 안팎에서 아름다운 생애를 남긴 시대의 아이콘 로버트 레드포드. 그의 별세는 한 시대의 끝이지만 그가 남긴 영화와 메시지는 오래도록 영감을 주리라 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할리우드의 별, 로버트 레드포드의 삶과 영화, 그리고 사회적 발자취를 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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