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배고픈 아이는 없다”... 호주 무상 급식이 비추는 교육의 미래

Lunch time kids in school

Lunch time kids in school Source: Getty / Getty Images/Westend61

한국은 20년 전 무상급식으로 세계적 모범이 되었고, 호주 빅토리아주도 무료 급식 확대를 통해 교육 격차 완화를 시도합니다. 한 끼의 힘은 교육의 공평성과 세대 문화를 지탱하는 미래의 기반이 됩니다.


Key Points
  • 호주 빅토리아주, 전면 무료 급식 확대 정책으로 교육 격차 완화 시도
  • 20년 전 무상급식 도입한 한국,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보편 복지의 상징
  • 한 끼의 힘이 비추는 미래, 교육의 공평성과 세대 문화·사회적 가치의 기반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힘입니다.
한국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학교 무상 급식을 실시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급식 선진국이 됐는데요.

호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빅토리아 주정부가 최근 모든 공립학교에 무료 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배고픈 아이는 없다”는 메시지를 정책으로 담아낸 겁니다.

밥 한 끼가 아이들의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교육의 공평함과 세대의 문화, 그리고 사회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오늘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오늘은 아주 따끈따끈한 소식으로 시작해 볼까요. 최근 빅토리아 주에서 모든 공립학교에 무료 아침 급식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발표가 있었죠? 이른바 ‘학교 아침 식사 클럽 프로그램 School Breakfast Clubs Program’이 이제 빅토리아 전역으로 확대된다고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기존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교는 약 1,200곳이었는데요. 앞으로 빅토리아 전역의 200여 개 학교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사실상 모든 공립학교가 참여하게 됩니다. 빅토리아주 교육부 장관이자 부총리인 벤 캐롤 장관은 무료 급식 확대를 발표하며, “학생들이 배고픈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했습니다.

박성일 PD: 학생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준비된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건데, 그만큼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유화정 PD: 네 실제 최근 조사에서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이 아침 식사를 거른 채 학교에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허기진 상태에선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습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죠. 'School Breakfast Clubs Program'은 2016년 빅토리아 주에서 파일럿 프로젝트, 즉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Foodbank Victoria의 연구 결과를 통해, 교실에서 두 명 중 한 명, 혹은 한 학급당 평균 세 명 정도의 학생이 아침을 거르고 등교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고, 이러한 심각한 아동 결식 실태가 바로 프로그램 출발의 동력이 됐습니다. 현재 푸드뱅크 빅토리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리얼, 신선한 과일, 수프, 쌀 요리 등 건강에 좋고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품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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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lunch child
박성일 PD: 이름은 '학교 아침 식사 클럽 프로그램'이지만 사실상 아침뿐 아니라 점심과 간식까지 챙겨주는 거군요.

유화정 PD: 그렇죠. 하루 세끼에 가까운 급식을 보장하는 셈이죠. 벤 캐롤 빅토리아주 교육부 장관은 지금까지 약 1억 6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1,200개 학교 어린이들에게 5,200만 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번 확대를 위해 이번에 추가로 2,100만 달러를 예산에 반영하면서, 앞으로 약 60만 명의 학생이 무료 급식 혜택을 보게 됩니다.
박성일 PD: 이 소식은 호주 사회에서 '무상급식'이라는 화두를 불러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흐름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려는 정치적 움직임도 나오고 있죠. 호주 연방 차원에서의 무상 급식 논의도 제기 됐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녹색당이 모든 공립학교 학생에게 매일 무상 점심 제공을 제안한 것인데요. 녹색당은 향후 3년간 총 116억 달러를 들여 호주 전역의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매일 점심을 무상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학생 한 명당 점심 한 끼 식사에 약 7.2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아담 밴트 녹색당 대표는 “호주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어떤 아이도 배고파선 안 된다”며, 대기업과 억만장자 과세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호주 전역에 걸쳐 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급식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과 복지를 목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녹색당의 공약은 '전국 단위의 무상 급식'을 제도화하자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호주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어떤 아이도 배고파선 안 된다” 이 같은 보편 급식의 사회적 효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일까요?

유화정 PD: 장기 연구들을 보면 보편적 무상급식은 불평등 완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아동 비만 예방까지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소득이나 가정환경에 상관없이 같은 급식을 제공하면 영양 격차가 줄고요. 또 돌봄 부담이 큰 엄마들의 시간과 비용이 절약돼서 경제 활동 참여가 늘어납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균형 식단은 가공식품 대신 건강한 끼니를 보장해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되죠. 즉, 급식은 단순한 ‘밥 한 끼’가 아니라 교육권, 복지권, 경제참여권을 동시에 건드리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한 끼가 가정·학교·노동시장을 함께 건드린다니 굉장히 큰 이야기네요. 듣다 보니 한국의 사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요. 한국의 급식 수준은 지금 세계적으로도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죠?
States and territories are slowly staggering face to face lessons at school.
The priciest items are uniforms, often costing more than $200 for primary school students. Source: Getty / Getty Images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초·중·고 대부분 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시행 중이고요. 하고 있고요. 영양 균형과 위생 관리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서 신선한 급식 재료를 조달하기 때문에, 학생 건강뿐 아니라 농촌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알러지, 채식,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메뉴 선택까지 제공합니다. 영양표시, 식생활 교육도 체계적이고요. 집에서 편식하는 아이들이 학교 급식을 통해 식습관이 개선되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해외 교육 관계자들이 한국 학교 급식을 벤치마킹하러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제 학계에서도 공공 급식과 학습·건강의 연계를 논할 때 한국 사례가 빠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한국의 무상급식이 교내 비행 발생률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특히 학생 간의 신체적 싸움이 35% 감소했습니다. dlsms 동일한 급식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이 줄은 반면, 유대감과 소속감 등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향상되었음을 말해줍니다.

박성일 PD: ‘밥 한 끼’의 힘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네요. 그런데 사실 한국도 출발점은 배고픔이었다고요?

유화정 PD: 1950년대 6. 25 전쟁 직후 많은 학생들이 아침은커녕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든 상황이었죠. 그때 국제 원조로 미국에서 들어온 옥수수 가루와 분유를 넣어 만든 옥수수 빵이 첫 급식이었습니다. 1960년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옥수수 빵에 대한 추억이 다들 물씬하실 겁니다. 배급받은 빵을 먹지 않고 집에서 기다리는 배고픈 동생들에게 가져다주는 친구들도 있었던 다들 어려운 시절이었죠.

박성일 PD: 그러니까 당시의 학교 급식은 단순히 먹거리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쟁 세대 아이들의 생존을 지켜준 첫 사회적 안전망이었던 셈이었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우유 급식이 도입됐는데요. 우유 한 컵이 당시 아이들의 키와 건강을 지켜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시기의 급식은 영양 보충 이상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빈부 격차와 상관없이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학교에서만큼은 평등하다’는 경험을 했던 겁니다.

박성일 PD: 결국 급식이라는 게 단순히 밥을 주는 일이 아니라, 교육의 출발선을 같게 맞춰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유화정 PD: 정확한 지적입니다. 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연료가 필요하잖아요. 아침을 거른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급식은 학습 효율을 보장하는 정책이고요. 또 가정의 경제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은 한 끼를 먹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평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을 키우는 교육적 효과도 큽니다. 특히 무상급식은 가정경제에 간접적인 지원 효과와 아울러 모두가 평등하다는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성일 PD: 그러니까 급식은 ‘교육권’과 ‘복지권’이 만나는 지점이다!

유화정 PD: 그렇죠. 학교급식은 단순히 식탁 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복지, 나아가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한국의 무상급식은 20여 년 전부터 시행돼 왔고, 학생들의 영양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농촌 경제에도 도움을 주었죠. 무엇보다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 유지와 균형 잡힌 성장, 건강한 식습관까지 책임지는 이른바 ‘교육급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성일 PD: 결국 한 끼가 학생들의 하루와 미래를 바꾸는 힘이라는 거군요.

유화정 PD: 네. 밥 한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걸 넘어 공부의 출발선을 맞추고, 사회 문화까지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즉, 한 끼가 학생들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학교, 사회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호주 빅토리아의 이번 결정도 바로 이 지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한국의 성공 사례는 호주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좋은 참고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박성일 PD: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호주와 한국, 두 나라의 급식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옥수수빵에서 시작된 한국의 경험, 그리고 이제 막 전면 확대에 나선 빅토리아 주의 정책까지. 결국 한 끼의 힘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 이제는 개인의 삶을 넘어 우리 공동체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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