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못난이 삼형제 vs 라부부 열풍...세대를 잇는 위안의 인형

Labubu dolls in various outfits are neatly displayed inside

BANGKOK, THAILAND - 2025/07/21: Labubu dolls in various outfits are neatly displayed inside a Pop Mart store, part of a special collection drawing fans of all ages. Pop Mart's blind box collectibles have sparked a cultural craze across Asia and beyond, with fans chasing rare figurines like Labubu and Molly. Source: LightRocket / SOPA Images/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못난이 삼형제가 한국인에게 남긴 추억처럼 라부부(Labubu)는 지금 Z세대의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경제 불안 속 위안과 통제감을 제공하는 새로운 '문화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Key Points
  • 새로운 형태의 '팬덤 문화'... Z세대의 감정적 치유 수단으로 경제 불안 속 즉각적 만족감 제공
  • SNS와 블랙핑크 리사, 리한나 등 글로벌 셀럽 인증샷이 글로벌 열풍 확산에 결정적 역할
  • 수억 원대 희귀 라부부 낙찰 이어 유사품까지...호주에 등장한 '라푸푸(Lafufu)'
수억 원대 희귀 라부부 낙찰 이어 유사품까지...호주에 등장한 '라푸푸(Lafufu)'

여러분, 혹시 추억 속 못난이 삼형제를 기억하시나요? 우는 아이, 웃는 아이, 화난 아이. 1970년대와 80년대, 집집마다 TV 장 위를 장식하던 한국인의 추억의 인형이었죠.

반 세기가 흐른 지금, 전 세계 Z세대가 열광하는 새로운 인형 신드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뾰족한 귀와 장난스러운 미소로 수집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라부부(Labubu)’입니다.
못난이 삼형제가 그 시절의 정서를 담았다면, 라부부는 불확실한 시대의 감정을 반영한 아트토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라부부 현상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인형 문화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한국에서 남녀노소 불문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의 인형, '못난이 삼형제'가 있죠?

유화정 PD: 네. 인형 하면 여자 아이들 소유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예뻐야만 인형이 아니다! “라는 인형에 대한 고정틀을 완전히 깨 주었던 인형이 바로 못난이 삼형제였습니다.

박성일 PD: 그런데 이 ‘못난이 삼형제’가 단순한 추억의 인형만은 아니었죠. 한국 완구산업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걸고 알고 있는데요. 한 때 우리나라 수출의 일등공신이었다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못난이 삼형제는 1972년 한국에서 탄생했습니다. MADE IN KOREA가 찍힌 최초의 PVC 인형 중 하나였죠. 제작사인 ‘킹 완구’는 당시 미국 디즈니 캐릭터 인형도 생산하며 남미·유럽 등에 수출했는데요. 못난이 삼형제 역시 코믹한 캐릭터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한국 수출 무역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박성일 PD: 그래서 금발 머리 못난이, 피부색도 다양하게 나왔었군요. 당시 수출 주요 품목으로 인기를 끌었다니 정말 놀라운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이후 1970년 대 후반 전세계적인 오일 쇼크, 석유 파동으로 자취를 감췄던 못난이 삼형제는 2015년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응답하라 1988에서 소환되며 다시 한 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때문인지 못난이 인형 주문량이 일시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박성일 PD: 그런데 못난이 삼형제가 맞나요, 삼남매가 맞나요?
korea Motnani doll
한국 최초 PVC 해외 수출 완구 '못난이 삼형제'
유화정 PD: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데요. 사실 자세히 보면 인형 셋 모두 리본이 달린 원피스 혹은 망토를 입고 있어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딱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못난이 삼형제라는 말은 모델로 나온 초콜렛 광고에 '초코렛 삼형제'라는 문구의 영향과 짦은 헤어스타일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박성일 PD: 당시 못난이 삼형제 인형이 국내외적으로 큰 히트를 친 이유는 뭐였을까요?

유화정 PD: 무엇보다 인형이 사람의 다양한 감정 표현하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인형이 아니라, 우는 아이, 웃는 아이, 화난 아이 등 실제 표정을 반영한 점이 사랑받은 이유였습니다.

못난이 인형은 당시 한국 완구시장에 거의 처음으로 등장한 플라스틱 즉 PVC인형이었습니다. 광고에 단골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또 이 인형이 복을 가져다준다는 속설 때문에 시험을 앞둔 학생이나 이제 막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의 신혼살림 필수 준비물로 일상에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박성일 PD: 지금처럼 인기 아이템, 즉 소장 가치가 있었던 셈이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기본사이즈 한 세트에 250원 정도의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도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1970년 당시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짜장면 한 그릇 가격 100원 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이었죠. 지금은 짜장면 한 그릇에 6천 원이 넘는다고 하니까요. 당시 산업통산지원부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못난이 인형은 최소 40만 세트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박성일 PD: 대단했네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해외 수출까지 성공한 사례로 남은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 못난이 인형. 한국인들에게 못난이 삼형제가 추억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면, 라부부(Labubu)는 지금 세대를 사로잡는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먼저, 라부부는 어떤 인형인가요?

유화정 PD: 라부부는 홍콩 출신으로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아트토이 작가 룽카싱이 디자인한 캐릭터입니다. 토끼처럼 긴 귀와 9개의 뾰족한 이가 드러난 커다란 입, 동그란 눈 등이 특징이고요. 북유럽 숲 속의 엘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살짝 도깨비 같기도 한 이 장난기 가득한 인형을 사기 위해 전 세계에 걸쳐 장사진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는 중국의 장난감 제조업체 '팝마트(Pop Mart)'의 독특한 구매 시스템이 있습니다.
從驚喜到上癮?讓各地民眾瘋狂的潮玩
Labubu Craze
박성일 PD: 네 '팝마트(Pop Mart)'. 피규어, 키덜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알법한 중국의 거대 아트토이 브랜드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중국의 디즈니로 일컬어지는데요. 이제는 중국의 디즈니(Disney of China)란 이름을 벗어던지고 ‘팝마트 of the World’가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팝마트는 라부부 판매 방식에 있어 '블라인드 박스(랜덤박스)'라는 독특한 판매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는데요.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인형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언박싱의 놀라움'이 구매자들에게 복권을 긁는 듯한 심리를 자극해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죠.

박성일 PD: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는 희귀 라부부 인형이 약 16만 호주 달러, 한국돈 2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Labubu열풍은 특히 블랙핑크의 로제와 리사, 팝가수 리한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들 글로벌 셀럽들이 SNS에서 인증샷을 남기면서 세계적인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라부부 수집 열풍은 중국을 넘어 미국, 한국, 일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급속도로 확산됐고, 일부 국가에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매장 내 충돌이 발생하는 등 과열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성일 PD: 라부부 인형의 열기는 호주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는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호주에서는 2023년 팝마트가 첫 매장을 연 이후,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의 매장 앞마다 새벽부터 수십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부 팬들은 매장 오픈 전날부터 캠핑 의자를 들고 나와 12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라부부의 가격은 약 20달러부터, ‘메가’ 버전의 경우 1,580달러까지 다양합니다.

호주 팝마트 웹사이트에 올라온 라부부 인형들은 모두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였는데,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재판매 시장까지 뜨겁게 달궜습니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는 희귀판과 한정판을 원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내놓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그런데 호주에서는 중장년층 이상, 그러니까 50대 이상에서는 라부부 인형을 아예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저희 SBS Australia리포터가 호주의 유명 인사들에게 “5초 안에 라부부가 뭔지 맞춰야 한다면, 뭐라고 추측하시겠어요?”라고 질문을 던져봤는데요.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 함께 들어보시죠.

SBS Australia Instagram audio clip
박성일 PD: 몽키, 요기 베어, 베네수엘라 컬트 같다, 기괴하다… 정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네요. 실제로 보기 전에는 뭔지 짐작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장 강력 구매자인 z세대를 비롯해 어린 자녀들의 성화에 못 이긴 부모들까지 라부부 구매 열풍이 뜨겁다 보니, 사기 사례도 기승을 부린다고요?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인기가 많아지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게 바로 사기 범죄죠. 최근 시드니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는 진품 ‘라부부’를 사칭한 가짜, 이른바 ‘라푸푸(Lafufu)’ 제품이 유통되며 피해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NSW 공정거래청(NSW Fair Trading)은 일부 판매자가 제품을 아예 배송하지 않거나 진품과 다른 특징 즉 진짜 라부부는 무광 포장 박스를 사용하는데 반해 가짜의 경우 유광 포장을 사용한다거나, 날카로운 9개 이빨을 가진 진품과 달리 이빨의 개수가 많거나 적고, 또 귀의 모양과 간격이 조금씩 다른 유사품을 유통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과도하게 저렴한 해외 사이트나 리뷰 없는 판매처 거래를 피하고, 반드시 공식 판매처를 통해 구매할 것이 권장됩니다.

박성일 PD: 유사품이 또 유통되고 있군요. 라부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요. 최근 중국에선 라부부를 구하지 못한 아이가 분노해 약 8만 4천 호주 달러, 우리 돈 8천만 원에 달하는 샹들리에와 가전제품을 파손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이런 과열 양상은 단순히 물건 하나를 둘러싼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라부부 같은 아트토이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희소성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문화적 참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는데요. 그만큼 갖지 못했을 때의 박탈감, 또 차별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박성일 PD: 앞서도 언급됐지만 '언박싱의 놀라움' 자체가 마치 복권을 긁는 듯한 심리를 자극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블라인드 박스 모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들이 사행성과 중독성에 쉽게 빠질 수 있고, 또래 집단 내에서 과시와 비교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팬덤 문화, 일종의 ‘놀이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고도 분석합니다. 다만, 그 이면엔 지나친 과열 경쟁과 경제적 부담, 그리고 유사품 사기 피해 같은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져 있는 것이죠.
从排队抢购到高价转卖,让全球年轻人疯狂的潮玩到底是什么?
박성일 PD: 한편, Z세대 사이에서 과열되고 있는 인형 ‘라부부’(LABUBU) 수집 열풍이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고요?

유화정 PD: 영국의 임상 심리학자 트레이시 킹은 “Z세대는 팬데믹과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등을 겪으며 이전 세대와 달리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며 “라부부 수집은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불안을 줄이려는 심리적 반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전 세대는 주택 담보 대출이나 연금을 목표로 삼고 저축했지만, Z세대는 ‘지금 이 순간’에 투자하고 있다”며, “Z세대가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은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감정적 치유의 한 형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성일 PD: 결국 경제적 불안과 팬데믹이라는 환경 속에서 성인이 된Z세대가 결국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작은 소비로 즉각적인 만족을 얻고 있다는 결론이네요.

유화정 PD: 다만, 수집이 강박으로 이어질 경우 과도한 소비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깊은 감정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성일 PD: 단순한 인형을 넘어, 시대적 불안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라부부. 오늘 컬처인에서는 최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라부부’ 열풍의 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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