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인형인가, 아기인가? 세계 열풍 부른 '리얼 베이비돌'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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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super realistic dolls during a gathering of collectors and producers in a mall in Belo Horizonte, Minas Gerais state, Brazil on November 6, 2022. The super realistic dolls, called Reborn Babies and which cost about $1300 US dollars, feature details such as nails, eyelashes, veins, folds and spots on the body, which make them look like real babies. (Photo by DOUGLAS MAGNO / AFP) Source: AFP / DOUGLAS MAGNO/AFP

전 세계를 뒤흔든 리얼 베이비돌 열풍은 단순한 인형을 넘어, 상실과 외로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선택한 정서적 치유이자 새로운 문화 소비의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Key Points
  • 신생아의 외형을 실제 크기 그대로1:1로 정교하게 재현
  • 솜털, 혈관까지 구현한 리얼 베이비돌 개당 1만1,000 호주 달러
  • 단순 육아 놀이 아닌 감정적 단절을 메우기 위한 정서적 대체 관계 확장
  • 반면, 일부에서는 “너무 실제 같아 섬뜩하다”는 반응도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아주 특별한 인형, 그냥 인형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정교하고 생생한 존재가 화젭니다. 바로, 리얼 베이비돌(Real Baby Doll)인데요.

정말 살아 있는 갓난아기처럼 생긴 이 인형은, 단순한 소유의 대상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인형을 안고 외출하는 사람들, 아기 냄새가 나는 향수를 구입해 인형에게 뿌리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고 있는데요.

무려 개당 미화 약 8천 달러, 호주돈 1만 1,000 달러가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적 위로와 힐링을 위한 수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이 놀라운 현상의 중심에 있는 '리얼 베이비돌'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오늘은 좀 특별한 존재와의 만남입니다.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기 힘든, 무려 우리 돈 천만 원을 호가하는 인형 이야기인데요. 먼저, 이 리얼 베이비돌, 구체적으로 어떤 인형인가요?

유화정 PD: 네, 리얼 베이비돌은 신생아의 외형을 실제 크기 그대로, 1:1로 정교하게 재현한 인형입니다. 모든 제작 과정은 전문 장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철저한 수작업인데요. 장인들은 복숭아빛 실리콘 피부에 연푸른 혈관을 섬세하게 채색하고, 아기 솜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염소나 알파카 털을 한 올 한 올 심습니다. 머리카락 역시 한 가닥씩 정성스레 삽입돼요.

나혜인 PD: 그 정도면 거의 작은 생명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유화정 PD: 실제로 아기와 거의 같은 무게와 피부 질감, 심지어 아기 특유의 냄새까지 구현돼 있어서요. 처음 본 사람들은 진짜 아기인 줄 알고 놀라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을 정돕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이렇게 정교하게 만든 인형, 누가, 어떤 목적으로 구매하는 걸까요?

유화정 PD: 구매층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우선 수집가들, 그리고 정신적 치유가 필요한 분들, 마지막으로 실습이나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기관들입니다. 특히 유산이나 아이를 잃은 분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 혹은 치매 환자들이 이 인형을 통해 감정적 위로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혜인 PD: 사실 이 리얼 베이비돌 현상,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죠?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도 ‘리본(Reborn) 인형’이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유행이 있었는데요. 그땐 주로 육아 체험이나 유튜브 콘텐츠, 장식용으로 활용되면서 귀여움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의 열풍은 그 결이 다릅니다.

나혜인 PD: 지금은 뭔가 좀 더 감정에 가까운 이유로 인형을 찾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유화정 PD: 현재의 핵심 키워드는 정서적 연결입니다. 이전에는 귀여움이나 놀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리얼 베이비돌 열풍은 수집이나 놀이가 아니라, 감정적 위안과 심리치료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고립감, 상실감, 불안정성 속에서 사람들이 관계의 부재를 이 인형으로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인형을 통해 돌봄의 본능을 회복하고, 감정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죠.

나혜인 PD: 단순한 육아 놀이가 아니라, 감정적 단절을 메우기 위한 도구로 인형이 쓰이고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정말로 이 인형이 ‘마음을 치유한다’는 사례도 있는 건가요?

유화정 PD: 실제로 리얼 베이비돌은 정서적 대체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일부 정신건강 클리닉에선 유산을 경험한 부모나 자녀를 잃은 사람, PTSD 환자들에게 리얼 베이비돌을 보조 치료 도구로 사용하고 있고요. 인형을 안고 대화하거나 수유 자세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도 위안이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얼 베이비돌에 빠져든 사람들은 이 인형이 정신 건강을 치료하는 데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유산 이후 이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실용성과 감정 치료. 하지만 이렇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리얼 베이비돌에도 논란은 존재하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뜨겁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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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zilian artisan Ana Paula Guimaraes works on a super realistic baby doll at her studio in Contagem, Brazil, on November 16, 2021. The super realistic dolls, called Reborn Babies, feature details such as nails, eyelashes, veins, folds and spots on the body, which make the dolls look like real babies. (Photo by DOUGLAS MAGNO / AFP) Source: AFP / DOUGLAS MAGNO/AFP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우선 지나치게 현실적인 외형 때문에 불쾌하다는 반응입니다. 너무 실제 같아서 ‘섬뜩하다’는 반응도 많고, 죽은 아기를 대체하려는 듯한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리얼 베이비돌을 만드는 영국인 존스톤은 여러 건강 치료의 이점에도 이 인형들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는데요. 그는 리얼 베이비돌을 영국 '국민 잼'으로 불리며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마마이트에 비유하며 "싫어하든 좋아하든 둘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나혜인 PD: 호주로 치면 베이지 마이트 비유네요.

유화정 PD: 그렇죠.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습니까. 또 최근 브라질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리얼 베이비돌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리얼 베이비돌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에게 혼란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나혜인 PD: 비용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천문학적 숫자인데요. 인형 하나에 호주돈으로 1만 천 달러가 넘는, 한국 돈으로 하면 천만 원을 호가하는데요.

유화정 PD: 정말 상상 밖의 가격이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1년간 돈을 모아 개당 미화 8천 달러씩 하는 고가의 리얼 베이비돌을 구매해 진짜 아기처럼 입히고 먹이고 재우며 애지중지 키웁니다. 이른바 가사 육아를 체험하는 것이죠. 그런가 하면 인형수집가들은 인형 수십 개를 사들여 인형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짓기도 합니다. 미국 베이비돌 제작자 제니퍼 그라나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고객의 절반 정도가 수집가이고, 절반 정도가 트라우마나 상실로 인해 구매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혹시 한국에서도 이런 리얼 베이비돌 열풍이 관찰된 적이 있나요?

유화정 PD: 한국 내에서는 정서적 이유로 아직까지 리얼 베이비돌이 공공 영역에서 활발히 사용되지는 않지만 수요는 분명 존재합니다. 현재는 일부 수공예 작가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리본 인형 공방들이 있고요. 감정적 위안 목적의 주문 제작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리본 인형 (Reborn) 키우기 콘텐츠, 브이로그가 젊은 여성층 사이에서 확산 중이지만, ‘리얼돌’과 혼동되거나 오해받기 쉬운 이름 탓에 악플이나 부정적 시선도 존재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일부 치매 요양병원에서 리얼 베이비돌을 활용한 감정 안정 치료가 진행된 적이 있다는 점인데요. 환자들이 인형을 안으며 정서적으로 차분해지는 사례들이 관찰됐고, 간병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보고됐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이런 정서적 돌봄 기능은 실제로 한국에서도 기술적으로 구현된 사례가 있었죠? 바로 ‘효순이’라는 인형이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효순이’는 한국 기업이 개발한 AI 돌봄 인형인데요.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대화를 주고받고,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때로는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불러주는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나혜인 PD: 실제 생활에서 어떤 기능들이 가능한가요? 그냥 말만 하는 건 아닐 텐데요.

유화정 PD: 다양한 센서가 내장돼 있어서 머리, 손, 귀를 만지면 퀴즈나 노래 듣기 기능이 작동되고요.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이 ‘터치 반응형 교감 콘텐츠’입니다. 또한 챗GPT 기반의 대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서 아침 기상부터 저녁 취침까지 일정을 챙겨주고, 먼저 말을 걸거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며 손주처럼 말벗이 되어주죠.

손을 3초간 누르거나 “도와줘”라고 말하면 응급 관제센터를 통해 보호자나 119 안전신고센터로 연결돼 위급 상황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복지관이나 지자체를 통해 수천 대가 보급됐고요. 치매 초기 환자나 홀몸 어르신, 노인 요양시설에서 정서적 안정과 건강관리 면에서 효과가 입증돼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오늘 이야기, 단순히 '인형'을 다룬 것 같지만 그 이면엔 ‘외로움’이라는 현대사회의 깊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화정 PD: 맞습니다. 과거엔 아이들을 돌보던 인형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를 돌보는 존재로 변한 거죠. 육체적 안전을 넘어, 정서적 안정과 소통이 필요한 시대의 한 단면입니다. 문화평론가들은 이런 흐름을 '정서적 대체 관계의 확장'으로 해석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줄어들면서, 인형이나 인공지능 같은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가 감정의 일부를 대리하게 된다는 겁니다.

사회학적으로도 가족의 개념이 해체되고, 관계의 자발성과 선택성이 강화되면서 이런 정서적 대체물이 부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 많고요. 특히 팬데믹 이후 고립감과 단절을 경험한 세대들이 ‘돌봄’과 ‘소속감’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죠.

나혜인 PD: '인형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허무하게 들리지 않는 요즘입니다. 함께 있어주고, 말 걸어주는 존재의 가치가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겠죠. 리얼 베이비돌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어떻게 감정을 돌보고 위로받을 것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으로 읽힙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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