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경력 단절에서 무대위로...'엄마 인플루언서'의 반전

Mother and child filming a phone promo in modern kitchen

A mother and her young child engage in filming a mobile phone promotion in a brightly lit kitchen setting, showcasing technology and family bonding. Credit: blackCAT/Getty Images

육아와 가사로 경력이 끊겼던 여성들이 SNS를 기반으로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엄마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며 새로운 직업군과 문화 현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Key Points
  • SNS 전반으로 확장된 엄마 인플루언서의 디지털 영향력과 커머스
  • 육아 경험과 일상을 콘텐츠로 전환해 인플루언서 커머스에서 활약
  • 한국은 생활·육아 중심, 호주는 개인 서사·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발전
  • 경제적 자립과 공감 확대 vs. 사생활 보호와 상업화 균형 필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소통과 취미 공유 공간으로 여겨졌던 SNS.
이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개인의 영향력을 경제 활동으로 연결하는 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집에서 아이 키우던 평범한 엄마가 어느 순간 수십만 팔로워를 가진 인기 인플루언서로 변신하고, 육아 경험과 생활 노하우가 ‘커머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제 주체이자 문화 현상으로 떠오른 ‘엄마 인플루언서’의 활약을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먼저 인플루언서, 영향력을 뜻하는 ‘influen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익숙한 용어이지만 한 번 더 짚어볼까요?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나요?”

유화정 PD: 인플루언서,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단어로 영어 사전에서는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나 사물’로 정의합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플루언서’는 인터넷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죠.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에서 수십만, 수백만의 팔로워와 소통하며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인플루언서입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소셜 미디어 성장과 함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박성일 PD: 사실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전엔 ‘파워블로거’라는 용어가 있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파워블로거란 과거 네이버에서 사진, 글, 정보를 활발히 올리던 우수 블로거에게 붙여준 명칭이었죠. 블로그가 ‘웹(web)’과 항해일지 ‘로그(log)’의 합성어로, 마치 일기처럼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자유롭게 기록하며 공감과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었죠. 지금도 활성화되고 있고요. 당시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바로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의 전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인플루언서 중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처럼 유명 셀럽이 아닌 일반인이 많다는 특징도 있죠?

유화정 PD: 네, 일반인 출신 인플루언서가 훨씬 많습니다. 특정 직업이나 지위로서의 영향력보다는 개인의 전문성, 독특한 관점, 그리고 개인의 매력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데요. 오히려 일반 대중과 비슷한 삶을 공유하기 때문에 신뢰와 친밀감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매력은 ‘솔직한 이야기’에 있습니다. 먹방을 하든, 여행을 하든, 화장을 하든 자신의 일상을 팔로워와 나누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 가는데요. 댓글, DM, 라이브 방송으로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연예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박성일 PD: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이 됐죠. 직업란에 ‘인플루언서’라고 당당히 쓰는 시대니 까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요. 실제 기업들이 인플루언서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예인보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이제는 인플루언서의 시대’, ‘연예인보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이 대세!’라는 보도 문구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인플루언서 마케터(Influencer Marketer)’라는 새로운 직무도 생겼났다면서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터.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고 협업해 캠페인을 기획하는 전문가입니다. 한 마디로 타깃 고객과 가장 잘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아내는 역할입니다.

브랜드 메시지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회사, 제품, 서비스 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죠. 즉 예전처럼 TV 광고에 연예인을 세우는 것보다 소비자와 가까운 더 밀착된 인플루언서를 통해 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을 꾀하는 겁니다.

박성일 PD: 그런데, 홍보효과가 상당히 높다고요. 실제로 젊은 세대는 검색보다 인플루언서의 후기나 추천을 먼저 본다고 할 정도니까요.

유화정 PD: 네, 신뢰는 곧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도 인플루언서는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라 브랜드 파트너로 인식됩니다.

박성일 PD: 최근 SNS는 단순 소통 공간을 넘어 경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C2C(consumer to consumer)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이 인플루언서로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죠.

유화정 PD: 경력 단절 여성, 흔히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생활을 잠시 중단한 여성들을 말하죠. 이들은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직업 활동을 멈춰야 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SNS를 통해 ‘엄마 인플루언서’로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있는 건데요. 집에서 아이 키우고 가사를 돌보던 평번한 엄마가 어느 순간, 수십만 팔로워를 가진 인기 인플루언서로 변신합니다. 육아 경험, 생활 꿀팁,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던 게 이제는 ‘커머스’로 이어지고, 새로운 경제활동이 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이른바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이군요.

유화정 PD: 정확합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기준 약 2조 원 규모에 달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을 ‘맘 인플루언서’들이 차지하고 있죠.
Pregnant female blogger showing baby clothes while broadcasting with mobile phone.
Pregnant female blogger showing baby clothes while broadcasting with mobile phone. Technology and social media concept. Source: Moment RF / David Espejo/Getty Images
박성일 PD: 그렇군요.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이 이 흐름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육아와 가사로 인해 사회 활동에서 멀어졌던 분들이 다시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거니까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어떤 경우들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네, 한국은 특히 이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육아와 생활용품입니다. 엄마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진짜 경험’을 무기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 이유식 레시피, 기저귀 브랜드 비교, 육아 스트레스 극복법 같은 콘텐츠는 다른 엄마들에게 절대적인 공감과 신뢰를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 추천과 공동구매로 이어지는데요. 실제로 공동구매 한 번으로 수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박성일: 저도 본 적 있습니다. 방송에서 유명해진 게 아니라, 그냥 집에서 SNS로 아이 키우는 모습을 나누다가 어느 순간 스타가 된 분들이 많더라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서울의 한 전업주부는 블로그에 ‘하루 3끼 아이 반찬 레시피’를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40만 명, 공동구매 매출은 억 단위를 기록하는 인플루언서가 됐습니다.

또 어떤 분은 아이와의 일상을 유튜브로 기록하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브랜드 협찬, 광고 모델, 온라인 쇼핑몰 운영까지 이어지며 1인 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도 있고요. 블로그·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해 강의 활동과 브랜드 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엄마 인플루언서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 커뮤니티까지 생겼습니다.

박성일 PD: 예전에는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는데, 지금은 육아 경험이 오히려 경력의 자산으로 바뀌고 있네요. 결국 육아 경험 자체가 사회적·경제적 자산으로 변한 셈이네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고, 출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커리어를 지키는 것도 국가적 문제입니다. 그래서 여성의 경력 단절 예방과 재취업 지원은 중요한 사회경제적 과제인 것이죠.

호주에서도 Mommy Blogger, Mum Influencer의 활약이 활발합니다. 호주의 대표적 사례로는 Constance Hall을 꼽을 수 있는데요. 아이 키우는 일상과 솔직한 육아 고민을 나누며 큰 공감을 얻었고,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됐죠.

또한 호주 한인 사회에서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육아와 이민 생활 팁을 나누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뷰티, K-푸드 같은 한국 상품을 공동구매로 연결하는 사례도 눈에 띕니다. 이 역시 SNS 기반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죠.

박성일 PD: 흥미로운 건, 한국과 호주 모두 공통적으로 ‘엄마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점 같네요.

유화정 PD: 맞아요. 다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육아·생활 가정생활 노하우’를 통한 경제적 자립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호주는 ‘개인 서사’와 ‘라이프스타일 공유’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성일 PD: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은 단순히 SNS 인기 현상이 아니라 사회 변화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그런데, 한편 이렇게 엄마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확대하면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요?

유화정 PD: 몇 가지 지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생활 노출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얼굴이나 일상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아동권리 침해 논란이 일기도 하고요. 둘째는 상업화 문제입니다. 진솔한 경험 공유에서 출발했는데, 지나치게 광고에 치우치면 팔로워들이 피로감 내지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최근에는 ‘광고 표시 의무’ 같은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과연 진정한 영향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남습니다. 단순히 팔로워 수가 많다고 해서 다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요.

박성일 PD: 공감과 연대, 경제적 자립이라는 순기능을 살리면서도, 사생활 보호와 신뢰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 결국 균형이 필요하군요. 경력 단절을 딛고 자생한 엄마 인플루언서들, 단순한 SNS스타를 넘어서 이제는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또 마케팅 산업의 핵심으로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보는 컬처인, 오늘은 ‘인플루언서’라는 키워드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제 주체, 새로운 문화 현상을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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