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역사가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이민진 '파친코'

Untitled design (4) 1.png

Pachinko by Min Jin Lee

재일조선인 한 가족의 4대에 걸친 서사. 역사와 차별의 파고 속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는 존엄과 용기, 그리고 ‘파친코’라는 도박 같은 인생 속 선택을 이야기합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영어와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한 세기,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친코>는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구성부터 탈고까지 30년에 걸쳐 완성한 대하소설입니다.

2017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75개 이상의 주요 해외 매체의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떠올랐습니다. 2022년에는 애플TV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오늘은 한 가족의 4대에 걸친 삶을 통해 ‘역사’와 ‘운명’을 이야기한 소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Pachinko>를 만나봅니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민진 작가의 육성 낭독으로 들으신 이 한 문장은 <파친코>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입니다. 역사 속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문장이죠.

2017년 미국에서 먼저 출간됐고, 한국에서는 2018년 출간된 이 작품이 2022년 새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기존 번역에서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새 번역에서는 “저버렸지만”이라는 말로 바뀌었죠.
단어 하나의 차이지만 그 안에는 훨씬 단단한 존엄과 품격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부산의 작은 하숙집에서 시작됩니다.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는 부부와, 그들의 외동딸 ‘선자’.
이 가족의 평범했던 일상은 어느날 낯선 남자 고한수의 등장으로 흔들립니다.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는 한순간에 세상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임신한 선자는 일본으로 떠나는 선택을 합니다. 그곳에서 선자는 낯선 땅의 공기, 차별, 생존의 벽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선자를 불행의 상징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끝까지 삶을 살아내는 사람으로 남습니다.

“선자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었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이민진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의 연민과 용서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파친코>는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연대기로 확장됩니다.

선자의 아들 노아는 일본 사회에 동화되고자 하지만, 끝내 이름 하나조차 온전히 가질 수 없습니다. 그의 동생 모자스는 현실의 벽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합니다. 그가 택한 생계의 수단은 바로 ‘파친코’.

도박과 같은 기계음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이민자들.
‘파친코’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파친코 알처럼 떨어지고 튕기고 부딪히며, 그래도 살아간다.”

작가 이민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일했지만 결국, 이야기를 쓰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녀가 ‘자이니치’ 즉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건 대학생 시절. 그로부터 30년. 수많은 인터뷰와 일본 체류를 거쳐 완성된 작품이 바로 <파친코>입니다.
Pachinko, Min Jin Lee
Pachinko, Min Jin Lee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더 이름을 올렸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복과 연민의 강력한 서사”라 평하기도 했죠.

< 파친코>는 33개국에 번역되며, 75개 이상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리고 《타임》과 《뉴욕타임스》는 ‘21세기 100대 도서’로 꼽았습니다. 2022년에는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고향이 있고, 돌아갈 수 없는 집이 있죠. 이민진은 그 모든 ‘떠남’과 ‘머묾’의 기록을,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써 내려갔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소설을 쓴다는 건, 잊힌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 일이라고"

이민진의 문장은 따뜻하고, 단호합니다.
“우리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속할 곳이 없다면, 우리가 그곳을 만들어야 한다.”

질문이면서 동시에 위로입니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것이 세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을지라도.”

세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 인간의 품격과 연민을 다시 배웠다고 말합니다.
“역사가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 용기와 품격이 바로 <파친코>가 전하는 메시지 아닐까요.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서사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팟캐스트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어 프로그램 전체 다시듣기를 선택하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SBS 한국어 프로그램 팟캐스트는 여기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