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그냥 쉰다" 50만 명 vs 호주로 워홀?...멈춤과 도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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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한국 청년 50만 명이 '그냥 쉰다'고 답한 통계와 동시에 워킹홀리데이 신청자가 팬데믹 이후 8배 급증하며 매년 3만 명 이상이 출국하는 현실은 구조적 취업난과 세대 가치관 변화 속에서 나타난 한국 2030 세대의 불안정성과 선택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Key Points
  • 한국 청년층 50만 명 '그냥 쉰다' 응답, 청년 고용률 44.3%로 하락
  • '취업을 위한 취업'… 인턴·자격증 경쟁 심화, 구직 의욕 저하
  • 팬데믹 이후 워홀 신청자 8배 급증, 매년 한국에서 3만 명 이상 출국
  • 전 세계 청년 니트(NEET)족 비율 20% 돌파, 한국은 세계 3위 수준
'캥거루족'이라는 단어 들어보셨을 겁니다. 부모에게 의존하며 독립하지 못하는 성인 자녀를 가리키죠. 여기에 리터루족, 니트족 같은 말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청년 세대와 관련된 표현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청년 50만 명이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냥 쉰다'고 답했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습니다. 한편, 또 다른 청년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워킹홀리데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청년 세대의 쉼과 단절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청년 세대에게 나타난 새로운 현상 ‘쉼’의 이야기를 함께 고민해 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박성일 PD: 최근 한국에서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어요’라고 답한 청년이 50만 명을 넘어섰다고요. 충격적인데요. 먼저 이 내용을 좀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네, 한국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5~29세 청년층 중 무려 50만 명이 “그냥 쉰다”고 답했습니다. 청년층 고용률도 44.3%로, 1년 전보다 1.7%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청년층 취업자는 줄고, 경력직 선호와 수시 채용 기조 때문에 신입 취업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쉬었음’ 청년이 50만 명을 넘어선 것은 통계 집계 후 처음 있는 일인데요.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의 삶이 전통적인 직장 중심 모델과 점점 어긋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할아버지는 돈 벌고 손주는 논다’라는 말도 나오더군요. 일 없는 청년세대, 단순한 취업난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네, 이 표현이 참 많은 걸 담고 있는데요. 실제로 고령 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을 이어가는 반면, 청년 세대는 구직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도 크게 작용합니다. 현 사회는 전통적인 직장 생활보다 개인의 자유와 자기만족을 우선시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죠. 이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박성일 PD: 안정적인 정규직보다는 자율적인 프리랜스, 파트타임, 혹은 온라인 창업 같은 방식에 관심이 많아진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겠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과 Z세대가 공통적으로,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돈보다 자유’, ‘안정보다 자기 삶의 의미’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 얘기를 들으니, 단순히 취업난 때문이 아니라 세대가 바라보는 삶의 기준이 달라진 것도 큰 이유 같네요. 그런데 청년들이 구직 대신 인턴 경쟁에 뛰어들거나, 자격증을 쌓는 데 몰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청년들이 그냥 쉰다, 구직을 포기한다는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취업을 위한 취업’입니다. 실제, 인턴 자리 하나 얻으려 해도 이미 많은 스펙을 요구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사회 경험이 없는 청년들은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죠. 인턴부터 경력을 요구하는데 아무 스펙도 없는 입장에서는 “막막하다”, “남는 시간마다 자격증을 따고 뭔가라도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결국 본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또 다른 취업, 즉 인턴과 단기 일자리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박성일 PD: 결국 ‘그냥 쉰다’는 청년도,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청년도 모두 구조적인 압박 속에서 나온 선택이군요. 그런데 같은 현실 속에서도 다른 길을 택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로 나가는 청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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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AAP
유화정 PD: 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청년들의 워홀 신청자가 8배 이상 늘었습니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한국 젊은이들이 여행과 다양한 체험, 영어 연수 등의 목적으로 워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나라가 호주입니다. 호주는 비자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박성일 PD: 한국에서 50만 명이 멈춰 있는 동안, 다른 쪽은 짐을 싸서 호주로 떠나는 거군요.

유화정 PD: 모습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똑같이 불안정한 청년 현실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한쪽은 사회와 단절해 방 안에 머물고, 다른 한쪽은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거죠.

박성일 PD: 여기서 자연스럽게 호주 청년들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높지만, 호주는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낮고 직업 교육 중심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TAFE 같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기술을 배우고 곧바로 산업 현장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VET (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와 같은 직업 교육 훈련 과정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한국처럼 모든 청년이 대학으로 몰리면서 학력과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구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박성일 PD: 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아르바이트·파트타임 경험’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아 있고요.

유화정 PD: 네. 그래서 청년들이 ‘무조건 스펙을 쌓아야만 한다’는 압박보다는, ‘현장에서 경험하며 배운다’는 흐름이 강합니다. 물론 호주도 경기 침체와 산업 변화 때문에 어려움은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일찍 들어가 경험을 축적하는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젊은 세대의 ‘쉼’ 현상은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NEET 니트족 증가가 뚜렷하다고요? 한동안 캥거루·리터루족이 유행했는데, 니트족은 어떤 현상인지 어떤 현상인가요? 먼저 용어부터 비교 설명을 들어볼까요?

유화정 PD: 캥거루 족은 이름 그대로 호주의 아이콘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처럼 대학 졸업 후에도 경제적 자립을 못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20, 30대 젊은 층을 말하죠. 리터루족은 독립했다가 치솟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부모의 집으로 회귀하는 직장인을 말합니다. 취업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 족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떠오른 니트족, 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학교에 다니지 않고, 대학 진학이나 직업 훈련 등 정규 교육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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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T news.unn.net
박성일 PD: 단순히 일할 의지가 없거나 일 안 하는 청년이 아니라, 교육·취업·훈련에서 단절된 상태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니트족은 1990년대 경제상황이 나빴던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고요. 이후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일본의 경우 2002년 니트족이 약 84만 명을 넘어서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었습니다. 최근의 국제노동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청년 니트족 비율은 20%를 넘어섰는데요. 한국의 니트족 비율은 2024년 기준 18. 3%로 세계 3위를 기록합니다. 한국은 Z 세대 취업준비생과 쉬는 청년을 합쳐 120만 명이 이상이 경제 비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박성일 PD: 미국의 상황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요. 미국의 경제 매거진 포춘 Fortune은 최근 “대학 교육을 받은 Z 세대가 니트 계층에 갇혀 있다”고 보도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포춘은 Z 세대 졸업생들이 이제 학위를 더 이상 취업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분석했는데요. 보통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 새로운 삶이 펼쳐 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 학자금 대출을 금방 갚을 수 있고, 재산을 모아 내 집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갖게되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학자금 이자만 갚다 보면 남는 돈이 많지 않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어차피 이런 삶을 살게 될 거라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결국 학위는 있지만 취업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학위가 무용지물 처럼 느껴지는 청년들의 좌절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결국, 청년 세대의 ‘쉼’ 현상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세대 가치관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겠군요.

유화정 PD: 청년 세대가 겪는 현실과 선택을 이해하면, 단순한 비난이나 걱정보다는 사회적 개선과 지원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한국 청년들은 크게 두 갈래 길에 서 있는 셈입니다. 한국 안에서 잠시 멈춰 서서 쉼을 택하거나, 해외로 떠나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거나. 두 갈래 모두 현재 청년 세대가 처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한국 청년 50만 명이 선택한 ‘쉼’, 그리고 글로벌 니트족 트렌드, 또 호주 워홀 열풍까지 함께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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