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텍스트힙, 책 읽기를 ‘힙’한 문화로 인식하는 Z세대의 새로운 자기표현 방식
- 필사·책꾸·블로그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새로운 독서 라이프스타일로
- BTS RM, 르세라핌 허윤진, 장원영 등 셀럽의 독서가 트렌드를 견인
- 보여주기식 독서 논란 속에서도 활자 문화 확산의 긍정적 가능성 제기
영상과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디지털 시대, 활자와 글이 다시 멋지고 힙하게 소비되는 현상, 이른바 ‘텍스트 힙’ 들어보셨나요?
소셜미디어의 쇼츠와 릴스가 뿜어내는 도파민에 반기를 들고 책을 무기로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Z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인 독서 트렌드 ‘텍스트 힙(Text Hip)’ 열풍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최근 젊은 세대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 텍스트힙, 먼저 텍스트힙이라는 개념부터 살펴볼까요?
유화정 PD: 텍스트 힙 (Text Hip)은 종이책의 ‘글’을 뜻하는 Text와 개성있고 유행에 밝은 것을 칭하는 ‘힙하다’ Hip이 결합된 신조어입니다. 한마디로 ‘독서는 멋있다’로도 풀이할 수 있는데요. Z세대를 중심으로 책 읽기가 하나의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아 탄생한 단어입니다.
Z세대, 이들은 TV 대신 유튜브를 보며 자랐고, 친구와의 소통은 인스타그램으로, 정보 검색은 틱톡으로 합니다. 2005년 유튜브, 2010년 인스타그램, 2017년 틱톡 등 각 소셜 미디어가 세상에 나온 해이니까요. 이들Z세대는 글로벌 SNS 플랫폼과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성일 PD: 그러게요. 읽는 것보다 보는 것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시대이고, 특히나 영상에 익숙한 세대인 이들이 활자 매체인 책과 글에 눈뜨고 있다.. 굉장히 놀라운데요?
유화정 PD: 글을 하나 인용해 보겠습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 어느 금요일 10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어둑한 Bar안으로 들어섰다. 벽면 책장마다 판매용 또는 열람용으로 가득 들어찬 책들. 시선을 잡아끄는 글귀가 빼곡한 칠판. 손으로 꾹꾹 늘러쓴 필담이 적힌 메모지들. 고전문학의 이름을 딴 칵테일들이 나열된 초록색 양장본 메뉴판. 군데군데 켜진 전등불 밑에서 책을 읽는 심야의 독서가들.
요즘 유행을 타고 늘고 있는 한 ‘책Bar’의 풍경인데요. 독서와 사유, 창작을 할 수 있는 이 공간의 주요 고객층은 요즘 텍스트힙을 문화로 향유하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2030세대라고 합니다.

Indian woman in the city of Sydney reading a book Credit: LeoPatrizi/Getty Images
유화정 PD: 예를 들어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의 등장인물들이 마시는 압생트를 섞은 ‘달과 6펜스’, 이방인을 쓴 알베르 까뮈의 라스트 네임과 같은 이름의 브랜디 까뮈를 넣은 칵테일 ‘이방인’ 등 입니다. 칵테일 메뉴를 읽는 것부터가 독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박성일 PD: 스마트폰 대신 활자에 빠진 Z 세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 텍스트 힙을 보여주고 있나요?
유화정 PD: 텍스트 힙은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필사, 책 꾸미기, 온라인 일기장까지, 글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뒤 찍은 독서 인증샷이나 자신의책에 스티커 등을 붙여 꾸미는 이른바 ‘책꾸’ 작품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행위가 하나의 놀이로 자리잡으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독립서점을 방문해 책을 구입하거나 필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신의 독서 생활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고 스스로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타인이 볼 수 있는 SNS에 독서를 인증하는 행위는 이제 Z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박성일 PD: SNS에서도 텍스트힙 관련 게시물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에 '책스타그램'과 '북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수백만 건의 게시물이 나오더라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요. 남들에게 좋은 구절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책이 내 상황을 대변할 때도 있어서 기록하고 싶어 올린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교적 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인 블로그 역시 텍스트힙을 타고 재유행 중인데요. Z세대가 블로그 앱을 ‘온라인 일기장’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힙 열풍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새로운 독서 트렌드 ‘텍스트힙’은 한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현상이라고요?
유화정 PD: 유명인의 독서 모습, 텍스트 기반 SNS, 아날로그 감성 선호 등이 결합되어 독서가 개성을 표현하고 '힙'한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란 눈길을 사로잡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통해 "Z세대가 다시 종이책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계적인 모델 카이아 거버가 최근 독서 클럽 ‘라이브러리 사이언스’를 만들면서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고 말한 인터뷰를 인용한 것인데요. 기사는 종이책을 읽는 유행이 퍼지며 지난해 영국에서만 6억 6만9000권이 팔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성일 PD: 텍스트힙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데는 역시 셀럽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네요.

BTS' Leader RM aka Kim Namjoon Source: Getty
걸 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기실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필사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출국길 공항에서도 책을 손에 든 모습이 포착되면서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고요.
또 아이브의 장원영이 웹 예능에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었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인데, 방송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박성일 PD: 이렇게 책 한 권, 혹은 책을 읽는 모습이 곧 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을 두고 ‘독서하는 지적인 자신에 도취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고요?
유화정 PD: 개인적인 기록과 사유의 시간보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과시적 독서’ 혹은 ‘지적 허영’ 이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또 타인과 공유하며 즐기는 Z세대의 독서법은 오히려 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디지털 세대의 언어와 방식으로 책을 재해석하는 흐름은 독서에서 멀어졌던 3040대까지 다시 책으로 이끄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독서율은 감소했지만 Z세대인 20대의 독서율은 78.1%로, 모든 성인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이 숫자만 봐도, 지금의 독서 열풍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전환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성일 PD: 그렇군요. '텍스트힙'의 인기는 결국, 숏폼 등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세대들이 책을 통해 다시 자신만의 속도로 생각하고 느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영상보다 글이 주는 여백과 사유의 힘이랄까요..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세계적인 독서 트렌드, ‘텍스트힙(Text Hip)’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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