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오디세이] 수채화처럼 투명한 겨울의 길동무 '러시아 로망스'

Culture Odyssey..."a little change in your daily life"

Culture Odyssey..."a little change in your daily life" Source: Pixabay

아름다운 음악과 그에 못지않은 한 편의 시 같은 노랫말로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는 수채화처럼 투명한 '러시아 로망스'는 겨울이란 계절의 훌륭한 길동무이다.


추운 나라의 음악 속에는 겨울을 따스히 감싸 안는 온기가 서려 있습니다.

굳이 계절을 따져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겨울에는 '동토(凍土)'의 음악들이 좋습니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인 겨울 풍경과 정취가 깊숙이 배어나기 때문이죠. 오늘 첫 음악입니다.  '러시아 로망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안나 게르만이 노래합니다. 

'나 홀로 길을 걷네' (Vihozhu Odin Ya Na Dorogu) /Anna German & Instrumental Ensenble Melodiya

러시아 로망스는 기존의 전통 음악 어법에 새로 유입된 서구, 특히 프랑스의 음악 형식이 결합된 성악곡으로 서민과 농민의 눈물겨운 애환이 담겨 있는 러시아 민요와 비교해 클래시컬한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를 바탕으로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러시아의 ‘위대한 서정 시인’ 레르몬또프(Lermontov)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나 홀로 길을 걷네’ 안나 게르만의 탁월한 가창력으로 러시아 로망스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1936년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안나 게르만은 가수로 가장 원숙기라 할 수 있는 46세에 지병으로 타계했습니다.

안나 게르만의 음악은 기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직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깊은 정취는 언어의 장벽을 단번에 초월하게 만듭니다.

'정원에 꽃이 필 때' /안나 게르만

아름다운 음악과 그에 못지 않은 한편의 시 같은 노랫말,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는 수채화처럼 투명한 '러시아 로망스'. 러시아 음악은 겨울이란 계절의 훌륭한 길동무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냉전 시대의 러시아(구 소련)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 추운 나라, 그 추운 시대에 그곳에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순수함과 세상의 평화를 지향한 노래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음악의 신데렐라’ 루드밀라 센치나가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자고 있어요’

루드밀라 센치나(Ludmila Senchina)는 1948년 우크라이나 출생.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림스키 코르사코프 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안나 게르만과 함께 활동한 공훈가수입니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꾸밈없이 청아한 목소리가 일품으로 로망스계의 신데렐라로 불립니다.

루드밀라 센치나는 낮엔 밭을 일구고 저녁을 준비하며 밤에 무대에 설 정도로 순박하다고 하는데요, 원숙하고 유려한 멋을 풍기는 안나 게르만이 한국의 패티 김이라면 루드밀라는 양희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로망스'는 사랑과 이별, 인간의 영혼,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가사와 단조의 음계로 만들어진 음악으로서, 많은 부분 가수의 목소리에 의존하면서 고전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가 그 뒤에 깔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에게 ‘라리사의 로망스’로 잘 알려져 있는 발렌치나 빠나마료바는 러시아의 집시 로망스를 부르는 보컬리스트이자 배우입니다.

‘라리사의 로망스’ / Valentina Ponomareva

오늘 들어보시는 러시아 로망스는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러시아 음악, 다시말해 비장한 분위기의 구 소련 음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게 느껴지실 텐데요.

로망스는 18세기 말경에 생겨나 귀족층의 예술로 사랑을 받아오다가 20세기 초에는 지식인층에도 많이 알려져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지만, 1917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부르조아들의 노래라는 이유로 핍박을 받았습니다.

이후 로망스가 자리했던 곳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수행과 성공을 내용으로 담은 혁명 찬가들이 채워졌지만, 그러나 그러한 혹독한 시간 속에서도 로망스의 생존을 지켜냈던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그 아름다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러시아 최고의 로망스 가수로 알려진 테너 블라디미르 디바토프의 음악입니다.

‘왜 당신은 그 길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나요’ / Vladimir Devyatov   

용감하고 멋진 남자와 착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러시아 전통악기 연주 선율에 실어지는 맑은 음성 블라디미르 디바토프의 로망스까지 컬처 오디세이 오늘은 수채화처럼 투명한 겨울의 길동무, 동토의 음악들을 만나봤습니다.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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