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오디세이] 떠나고도 문학 사랑.. ‘30억 문학계로 돌려준 큰 스승’

Literary critic and historian, Prof. Kim Yoon-Shik

Literary critic and historian, Prof. Kim Yoon-Shik Source: Getty Images

“문학으로 얻은 전 재산, 문학 위해 써주세요” 지난해 10월 별세한 ‘한국문학의 산증인’이자 1세대 문학평론가 고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지에 따라 고인이 생전에 소장했던 희귀 서적 등 장서와 재산 30억 원 상당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증됐다.


지난주 수요일 3월 20일 자 한국 언론의 문화계 톱뉴스로 ‘30억 문학계로 돌려준 큰 스승’, ‘문학평론가 고 김윤식 교수, 장서와 재산 30억 원 기부’ 등의 기사 제목이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문학평론가 고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유가족 측이 고인이 생전에 소장했던 희귀 서적 등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과 함께 재산 30억 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생을 한국문학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일에 몰두한 고 김윤식 교수는 ‘한국문학의 산증인’으로 불릴 정도로 근대문학에서 시작해 한국문학 연구의 현대적인 기틀을 닦았습니다.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30년간 봉직하면서 국문학자, 문학평론가, 작가 등 수많은 후배 제자 문인을 배출했고, 고인이 남긴 저서는 학술서,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 등 무려 200여 권에 달합니다.

국문학 연구 대가이자 1세대 문학평론가인 고인은 생전 한국문학 현장을 잠시도 떠나지 않으며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읽어내고 비평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문학평론가로 기록됩니다.

The Swan /Saint-Saëns 

"작가는 쓰고, 비평가는 읽는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생전에 남긴 고인의 말처럼 수십 년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읽고 월평을 썼고, 젊은 평론가들에게도 벅찬 일을 80이 넘은 연로한 나이까지 해냈습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김윤식 선생이 읽는다'는 신진 작가들의 기대처럼 문학계 원로이면서 소외된 작가들에게까지 관심과 애정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생전의 육성을 녹음으로 들어봅니다.

김윤식 교수의 생전 인터뷰 1

고 김윤식 교수가 언급한 작가 허수경,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한 ‘박하’의 작가 허수경은 20대에 시인으로 등단해, 1992년 이후 줄곧 독일에서 작품 활동해오던 중 2018년 10월 3일 위암 선고 7개월 만에, 아직은 이른 나이 55세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로부터 3주여 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공교롭게 김윤식 교수는 10월 25일 향년 82세로 별세했습니다.

김윤식 교수의 생전 인터뷰 2

한국 현대문학사는 작품과 작가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작품과 작가에 조명을 비추고 적절한 자리를 찾아준 평론의 역할이 있었기에 한국 현대문학은 정립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문학 평론계의 거목 고 김윤식 교수는 2001년 자신의 서울대 정년퇴임 기념강연에서 영국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의 시 한 대목을 인용했습니다. 

Vocalise /S. Rachmaninoff "14 Romances, Op. 34"  

“한때 그토록 휘황했던 빛이/ 영영 내 눈에서 사라졌을지라도/ 들판의 빛남, 꽃의 영화로움의 한때를/ 송두리째 되돌릴 수 없다 해도/ 우리는 슬퍼 말지니라. 그 뒤에 남아 있는/ 힘을 찾을 수 있기에”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하나의 고유한 세계이기에, 누군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일일 겁니다.

문학평론가 고 김윤식 교수는 삶의 마지막까지 비평의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글을 읽고 써냈던 한국문학사의 독보적인 존재로, 진정성을 품은 문학의 향기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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