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교육대해부] 학교 ‘공용화장실’ 설치에 논란 분분... 성별 이분법 비판도

Students to share gender-neutral toilets

Students to share gender-neutral toilets Source: Getty Images

퀸즐랜드 주에 새로 개교한 공립학교에 남녀 학생이 함께 쓰는 공용화장실이 설치돼 학부모와 학생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불편함과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타파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제기된다.


최근 브리즈번 지역에 새로 개교하는 학교가 남녀공용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뜨겁습니다. 호주 교육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쳐 보는 시간, 호주 교육 대해부에서 살펴봅니다. 이수민 리포터 함께합니다. [인사]

유화정 PD(이하 진행자): 학교에 남녀공용 화장실이라니… 아직 호주에 남학교 여학교가 따로 있는 곳도 많은데요. 한국의 경우도 예전부터 동성끼리 교육받는 것이 더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면 될까요?

이수민 Reporter(이하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퀸즐랜드에 새로 설립되는 퍼티 튜드 밸리 스테이트 세컨더리 컬리지는 최근 남학생과 여학생의 화장실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학교는 50여 년 만에 브리즈번 이너 시티에 새로 지어지는 학교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공용화장실 설치 자체가 퀸즐랜드 주 내 최초라 더욱 분분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논란이 분분 하다는 건 반대 의견이 많다는 뜻이겠죠? 아무래도 학부모나, 실제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우려점도 충분히 있을 법한데요.

리포터: 네, 학부모들은 학교의 이와 같은 결정 사안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이고요.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를 ‘우스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교육전문가이자 학부모인 한 여성은 언론을 통해 “이미 학교 화장실에서 괴롭힘, 유사성행위, 몰카나 녹취 문제 등이 무수하게 발생해 왔다”라고 언급하면서, 남녀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어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여기다가 공용이라는 요소까지 더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이같은 반대 여론이 불거질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어쨌거나 교육당국이 허가를 한 거니까 이런 시설의 설치가 가능한 걸 텐데요.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리포터: 네,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퀸즐랜드 교육부는 해당 학교가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칸막이를 설치할 것이라고 확언했는데요. 세면장은 함께 사용하고 변기가 있는 칸막이는 구분해 놓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학교 전체에 설치되는 화장실은 모두 남녀 공용으로 짓되, 탈의실 내에 위치한 화장실은 편의상 남녀 구분을 해 놓는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탈의실 화장실은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2020년 후반에 사용이 가능할 예정이지만, 학교는 이번 달 말부터 개교 예정이어서, 먼저 입학해 수업을 듣게 되는 7학년 학생들의 경우 꼼짝없이 남녀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합니다.

진행자: 꼼짝없군요. 그렇다고 생리 현상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도 없는 건데요. 말하자면 10대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아주 큰 변화의 시기 아닙니까?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표현도 있을 정도인데요. 감정 기복도 심하고 2차 성징도 나타나서 이성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큰 시기이고요. 그런데 이 시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녀공용 화장실만을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이 들어요.

리포터: 네, 교육부에 따르면 해당 남녀공용 화장실 내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가려지고 잠금장치가 달린 칸막이 50개가 설치될 예정인데, 그래도 같은 공간을 사용해서 볼일을 봐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계속된 비판 여론에 교육부는 언론을 통해 “해당 학교의 화장실 시설은 접근성, 포용성, 사생활 문제와 안전성 등의 이슈와 관련해 현재 설계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화장실 내에 설치되는 칸막이는 모두 잠금 가능하고, 안전기준을 준수해서 만들어졌다는 설명인데요.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도 여론은 찬반이 극심하게 갈려 대립하고 있는 모양 샙니다. 

진행자: 우려하는 입장에 반해 이러한 공용화장실을 옹호하는 쪽의 주장도 궁금해집니다. 옹호 의견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나요?

리포터: 네, 기본적으로 공용화장실이 현대 사회의 흐름에 맞는 방향이라는 주장에는 성을 이분법으로 남자, 여자로 구분하는 기존의 통념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데요. 지속적으로 사회 내에서 제시되어 오는 LGBTQI라고 하죠, 성적으로 다변화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한 해법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이분법적 성 구분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쓸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 더욱 평등한 방향이라는 건데요. 옹호론자들은 또 반대하는 입장에서의 불안감이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장애인 화장실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공용화장실로 설치가 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도 성별이 다른 자녀들이 있어도 화장실은 함께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냐고 역설하고 있고요. 그래서 화장실이 공용이라는 점 자체만으로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기우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포용면에서 평등한 방향이라는 주장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화장실 칸막이야 잠그고 쓰면 된다지만, 그렇다 쳐도 세면장을 공유해야 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리포터: 네, 좋은 지적 해주셨는데요. 사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건 공용화장실 자체보다도 남녀 학생들이 공유해야 하는 세면장입니다. 칸막이 같은 경우 여러 장치를 통해 공간분리가 가능한데, 세면장 같은 경우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마주치며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 자체가 일부 민감한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청소년기 정서 발달 과정과도 맞물려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될 텐데, 관련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 입장인가요?

리포터: 심리학자인 주디스 록 박사는 시설을 공유하는 것은 잠재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특히 여학생 같은 경우 생리중이거나 여성질환 관련 문제가 있을 때, 같은 공간에 남학생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남학생들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여학생이 있는 세면장을 함께 쓴다는 것 자체가 버거울 수도 있는 거죠. 결국 남녀학생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의 고려가 부족했음을 비판하는 입장이고요. 또한 공용화장실 설치가 현대사회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면,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먼저 제공된 뒤에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는데요. 학교가 해당 화장실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먼저 학생들의 충분한 피드백을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러게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공용 화장 실외에 선택권을 빼앗긴 느낌일 수도 있겠어요. 퀸즐랜드주에서는 이러한 학교 내공용 화장실 설치가 처음이라고 했는데, 호주 전국적으로는 어떤가요? 비슷한 선례가 있었을 법도 한데요.

리포터: 네, 호주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처음은 아닙니다. 남호주 지역 애들레이드에서도 학교 내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을 설치한 사례가 있었고요. 최근 서호주 교육부 역시 학교 내 포용성 향상을 위해 공용화장실 옵션을 포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개별 학교들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빅토리아 주에서도 브런스윅 이스트 초등학교를 비롯해 몇몇 학교에서 위생과 안전상의 문제로 공용화장실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선례도 있고요. 화장실을 비롯해 교복도 공용으로 제공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브런스윅 초교의 경우 오히려 남녀를 나눠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이 더 위생적으로 효용이 떨어지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인한 안전성 저하를 일으킨다는 판단 하에 공용화장실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니 다양한 주장이 분분하네요. 어쨌든 성에 대한 기존의 구분이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치열한 논의로 모호해지고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그러한 측면을 학교 시설 설치에 있어서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의 창구를 확보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이, 이제 현대인들에게 남은 숙제 같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수고하셨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클릭하시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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