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5만 명의 학령기 아동청소년들이 정규교육 시스템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집계되지 않은 더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교육의 사각지대에 자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를 담당한 짐 와터스톤 박사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이슈를 호주 사회가 주목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려는 데 있다며, 학업적 성과 위주의 현 교육체제를 비판했다.
더불어 연방정부 주도의 국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부적응 아동청소년에 대한 초기 개입이나 대안 교육 제공 등의 지원을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 호주 교육의 모든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는 시간, 호주 교육 대해부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어느 나라나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인데요. 만약 국가가 제공하는 정규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그 아이들의 교육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할까요? 오늘은 이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호주의 ‘학교 밖 청소년’ 실태와, 문제에 대해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R: 네 안녕하세요.
H: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말은 사실 한국 언론에서 많이 접해 본 용어인데요. 정규교육과정에 합류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혹은 어쩔 수 없이 대안적인 교육 방식을 택하는 학생들이 종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다뤄져 왔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R: 그렇습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호주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호주 전역에서 최소 5만 명의 어린이들이 정규교육과정과 아예 단절된 상태로 정부에서 제공하는 어떠한 방식의 교육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 5만 명이면, 호주 인구를 생각했을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요. 정부와 학교 같은 교육 제공자에게 있어서도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겠어요.
R: 그렇습니다. 이 5만 명이라는 수치는 멜번대 교육대학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른 건데요. 정규 교육 체제를 포기하고 나온 학생들의 수를 수치화해서 나타내는 방식을 통해서, 결론적으로는 호주 교육 시스템이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낙오되는 학생들을 위한 안전망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H: 그렇군요.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 건가요? 근거 자료가 궁금하기도 한데요.
R: 해당 연구는 교육부 내부데이터와 각종 기관들에서 내놓은 통계 자료를 활용한 모델링을 통해서 약 5만 명의 학령기 아동청소년들이 정규교육 시스템에서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고 추정했는데요, 5만 명이라는 수치도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훨씬 많은 학생들이 교육제도와 단절된 채 살아 가고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H: 그렇군요. 겉으로 집계되는 것만 5만 명이니까 사실 최악의 경우 5만 명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겠어요.
R: 그렇습니다. 해당 연구의 제목은 ‘사라진 아이들 –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호주 교육의 문제점’ 인데요. 연구를 담당한 짐 와터스톤과 메간 오코넬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학교밖 아이들에 대한 이슈를 호주 사회가 주목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려는 데 있다면서, 시급히 사회적인 관심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H: 그렇죠. 드러나지 않는 문제일수록 아무래도 사회적인 관심에서는 멀어지게 되죠. 그렇다면 지금 말하는 단절된 청소년들이라는 것이 학교를 자퇴한 중도 포기 학생들을 언급하는 건가요? 현 교육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종류도 다양한 갈래가 있을 텐데요.
R: 네, 지금 말씀드리는 ‘학교 밖 청소년’이 포함하는 학생들은 단 한번도 학교에 입학한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고, 또 일부는 정규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떨어져 나온 아이들도 있습니다. 정학이나 퇴학을 당한 경우도 있고 집이 이사를 간 경우도 있는데요. 다만 불규칙적이긴 해도 학교에 나가긴 하는 학생들과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아예 학교 교육과 단절된 채 교육 서비스의 혜택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학생들이 최소 5만 명이라는 뜻입니다.
H: 그렇군요. 참 생각해 볼 지점이 많습니요. 그렇다면 그렇게 학교에서 떨어져 나온 학생들의 경우, 어떤 배경들이 주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나요?
R: 연구자인 와터스톤 박사와 오코넬 연구원은 이러한 교육 시스템으로부터의 ‘단절’을 초래한 여러 원인들을 추적해 봤는데요. 정신 건강 문제, 가정 환경, 장애, 학교폭력이나 괴롭힘 그리고 차별 등이 그 배경의 이유로 지목됐습니다. 연구는 또한 호주 학교들이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달성하는 데 경쟁적으로 매달리면서 이러한 소위 ‘문제아’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증오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같은 학생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NAPLAN이나 ATAR 점수와 같은 성취도 결과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할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해 학교의 명성에 누를 끼친다는 사고 방식이 교육계 전반에 깔려 있다는 지적입니다.
H: 그렇게 낯선 문제제기가 아닌데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지점에 있어서 고민들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줄세우기식 성적 산출이나 수능 점수에 올인하는 평가 방식에 모든 학생이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맞춰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잘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죠.
R: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 문제가 공교육의 사각지대로 많이 주목 받아 왔는데요. 이 같은 학생들에 대한 고려나 정책적 배려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최근엔 한국 정부에서 여러 이유로 정규교육과정을 중도에 포기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관련 지원 법률도 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래도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은 ‘주류 교육과정’에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죠.
H: 그래요. 호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이제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대두되고 있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참 큰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가 되고 있나요?
R: 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일련의 제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요. 우선 해당 문제에 대해 연방정부 주도의 국가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규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정부의 초기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되었습니다.
H: 그렇죠, 아무래도 개인의 영역에만 맡기기 보다 물 위로 끌어내서 정부가 일괄적으로 관리를 해야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때 지원의 손길을 내밀 수가 있겠네요.
R: 맞습니다. 또한 주류 학교 교육 외에도 대안학교 등을 통한 대안적인 교육을 제공하는데 있어서도 정부의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H: 그렇군요. 아무래도 이러한 사각지대야 말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에 대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이러한 지원이 없으면 학생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박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어요.
R: 그렇습니다. 실제로 정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은 현 교육 제도에 대해 부당함을 많이 느낀다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한 학생의 예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멜번 동부 지역에서 자란 에디 윌킨스라는 한 학생은 여러 행동적인 문제들과 가정환경 등으로 5학년 때 학교에 전혀 출석을 하지 못했고, 수술로 인해 8학년도 전혀 출석하지 못했고, 9학년 때에는 1주일에 6시간만 등교가 가능했고, 이마저도 10학년때는 정학을 당했습니다. 에디는 당시 그의 담당 교사가 그에게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언급했는데요, 잦은 결석 기록으로 에디는 ‘문제아’ 취급을 당했으며, 에디가 앓고 있는 감각처리장애 역시 별 것 아닌 것으로 무시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H: 그러게요. 주변 조건들이 따라 주지 않아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히 발생할텐데요. 방금 언급된 감각처리장애는 어떤 장애를 의미하는 건가요?
R: 감각처리장애는 특정 감각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을 받는 경우를 말하는데, 특정 냄새에 민감할 수도 있고, 맛에 민감할 수도 있고요. 에디의 경우에는 특정 옷이나 천 류에 매우 민감해서 학교와 같은 단체생활에서는 주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개인적인 지병마저 그냥 골칫거리로 치부되어 무시당했다는 겁니다.
H: 그렇군요. 에디의 경우를 학업성취도 라는 일괄적인 기준에서만 판단한다면, 정말 본인의 교육받을 권리가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겠네요.
R: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에디는 다른 지역의 대안학교로 전학을 가는 방법을 택했고, 현재 상태에 훨씬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H: 그래요. 오늘 이야기 함께 나누다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점차 삶의 방식이 치열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R: 그렇습니다. 더불어 교육의 경우 정말 미래를 짊어질 일꾼들을 길러 내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이 소외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H: 네 잘 알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H: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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