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호주의 아시아 언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줄고 교육기관들도 이를 줄이는 추세라구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라 트로브 대학은 인문학에 대한 예산이 줄어들면서 힌디어,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그리스어 교육과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부모가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 자녀들이 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부모의 모국어를 배울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학 측은 아시아 국가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정부 차원에서 인문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 시간에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힌디어 같은 경우는 전세계에서 약 5억 5천만 명이 사용하는 꽤 비중 높은 언어로 알고 있는데요. 호주 내에서도 인도 이민자나 인도계 호주인이 많아서 약 16만여 명이 집에서 힌디어를 쓰고 있는 것으로 집계가 되었고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힌디어 같은 경우는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또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호주의 최근접국가 가운데 하나인데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는 라 트롭 대학에 직접 서한을 보내 인도네시아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라트롭 인도네시아인학생연합에서는 온라인 청원서를 만들어 인도네시아어 교육과정을 유지해 달라고 청원하기도 했는데요,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외교적인 관점에서도 전세계 국가들의 언어는 나라별로 전문가가 최소한의 수는 확보가 되어야 유리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호주 교육계가 너무 시장논리를 따라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리포터: 네, 교육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예산에 따라 프로그램 존재 여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최근 서호주주에 위치한 머독 대학교에서는 1970년대부터 대학에서 제공해 왔던 인도네시아어 교육 프로그램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대학 측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고, 인문학관련 예산이 줄면서 내년 이후에는 이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1970년부터 시행된 교육프로그램이면 거의 반세기동안 존재해 왔던 건데요. 그동안 축적해온 교육자료나 데이터도 엄청날텐데, 이는 정부차원에서 보존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호주 아시아학협회의 에드워드 아스피날 교수는 호주 정부가 아시아언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폐지를 막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연방정부는 국가 전략적 가치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정부차원에서 유지하도록 할 수 있는데, 이에 언어교육을 포함시켜서 아시아언어 교육과정을 폐지한다는 대학들의 폐지허가를 보류할 권한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특히나 이번 정부에서 언어교육을 포함해서 인문학 자체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듯한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반대로 2012년에 길라드 정부는 아시아 시대의 호주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호주가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장기적인 정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 언어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언급한 아시아 언어 연구 우선순위로는 중국어, 힌디어,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일본어가 제안되었는데요. 이러한 정부 차원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호주인들의 아시아 언어 그리고 아시아 문화와 관련된 참여수준은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학들은 1992년 22개에서 현재 14개로 3분의 1이 줄어들었습니다.
진행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처럼 아시아 언어 교육의 감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결국 언어란 해당 문화권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데 있어 필수적인 도구인데.
리포터: 네, 장기적으로 언어 자체에 대한 교육감소는 나아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관련한 전문가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사안인데요. 결국 어느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해당 나라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죠. 더 나아가서 한 언어에 대한 전문가나 능통자가 없으면 그 언어를 가르칠 인적 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질 높은 언어교육 자체가 축소할 수밖에 없을 거구요.
리포터: 맞습니다. 일례로 최근 멜번 풋스크레이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는 베트남어 프로그램을 이탈리아어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풋스크레이 지역은 베트남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베트남어를 가르칠 능력을 갖춘 이중언어 교사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아이러니한게 호주는 인구의 많은 비율이 이민자로 구성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전문가가부족하다는 사실인데요. 심지어 이번 팬더믹 기간에도 정부 차원에서 배포하는 보건 관련 메시지를 번역하기 위해 각 언어 능통자가 아닌 구글 번역을 사용했다는 점이 이 나라에 외국어 전문가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네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호주 아시아연구협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지난 세월동안 호주가 이민자들의 언어와 관련된 교육에 적절하게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현상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더욱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통한 정보습득과 또 관계맺음이 국제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시아 언어 교육 프로그램의 잇따른 폐지는 장기적으로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