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호주 학생들의 학교 성적을 보려면 그 학생의 집 우편번호를 보면 된다”는 건데요.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바로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기 때문인데요.
이 말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최근호주 내 교육형평성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각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요. 오늘 교육 대해부에서 이수민 리포터와 상세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사실 호주 내 교육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나온 지적은 아닌데요. 일단 연구 결과를 먼저 살펴 보죠. 어떤 내용인가요?
리포터: 네, 호주 교육시스템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연구 가운데 하나가 밝혀낸 결과에 따르면, 우편번호와 가정환경이 학생들이 유치원부터 성인기까지 가지게 되는 기회들과 관련해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학생들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이러한 기회에서 소외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빅토리아 대학교 교육학과의 세르지오 맥클린 교수는 최근 이와 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호주 내 교육기회’와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해당 보고서는 미취학아동부터 초중고교 학생들, 그리고 막 성인이 된 학생들까지 약 30만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적연구를 한 결과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다시 말하면 부모가, 또 집안이 얼마나 여유로운지에 따라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에 크게 차이가 난다는 건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공교육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개인의 가정 환경이 학생이 받는 의무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학생들의 교육권이 개인적인 변수에 따라 흔들린다는 말이고, 즉 평등하고 질 높은 공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라고도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그래요.일단 우편번호가 학생들의 교육적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다시 말하면 어떤 뜻인가요?
리포터: 네, 맥클린 교수에 따르면 교육적 성공은 학생이 아주 어린 시기부터, 해당 학생의 가족과 그 학생이 어디서 자랐는지에 대한 사실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맥클린 교수는 호주 교육이 저소득층 가족들, 원주민 또 소외지역 학생 및 가족들을 매우 실망시키는 수준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상대적으로 자녀의 교육에 많이 투자하기 힘든 가정의 경우 국가가 교육에 있어서는 제대로 방패막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렇죠.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도 복지니까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지난 12월 노던 테리토리의 앨리스 스프링스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진행된 회의 내용에 대한 진행상황을 비판하고 있는데요. 당시 회의에서는 국제적으로 봤을 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저조한 호주 교육을 언급하면서 우수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생산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교육부 장관들이 공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군요. 또 떠오르는 점이, 저희 교육대해부에서 여러 번 다뤘듯이 팬더믹으로 인한 원격학습의 실시로 교육의 형평성이 더욱 악회되기도 했다는 사실인데요. 집에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아예 수업에 참여할 수가 없어서 다른 또래들보다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뒤처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했었죠.
리포터: 네, 맞는 지적이십니다. 가정 내 원격학습을 진행할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더욱 피해를 본 부분이 있고요. 또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모의 직업안정성이 불안정한 학생들의 경우 학업 스트레스에 취약해 지기 쉬웠다고 해당 연구를 진행한 맥클린 교수는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팬더믹으로 인해 안 그래도 우려되던 교육 형평성에 더욱 타격이 간 셈이네요.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중요할 텐데요.
리포터: 네, 맥클린 교수 역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학생들과 호주 원주민 학생,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교육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를 통해 다시금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동시에 맥클린 교수는 이러한 교육격차에 대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부터 몇 세대가 걸릴 것이라고 다소 암담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몇 세대라면 결국 한 세기 이상이 걸린다는 추정인데요. 현재의 교육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도 될 것 같아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취약계층 학생들의 경우 24세가 될 때까지 학업이나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못할 가능성이 또래들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4세가 될 때까지 도약의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전국 평균 약 15%정도를 차지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가정의 학생들의 경우 해당 비율이 32%로 두 배 이상 높았고, 소외지역 학생들의 경우 38%, 원주민 청소년의 경우 무려 45%로 거의 절반 이상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할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비율상 2배에서 3배 정도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겠네요.
리포터: 네 그런 셈입니다. 결국 해당 보고서의 요지는 호주 사회가 20대 중반, 가장 가능성 많은 시기의 젊은이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기회가 청년들이 전혀 선택할 수 없고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재력 등으로 매우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특히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교육의 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열심히 공부해서 미래를 개척하는 데에도 있는 건데, 선천적인 환경으로 인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리포터: 네, 맞습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이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아동 자선단체인 스미스 패밀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의 호주 내 교육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단체의 앤 햄프샤이어 연구책임자에 따르면, 현재의 교육형평성 문제를 위해 자선재단, 교육단체들, 복지 기관 및 관련 정부 부처가 함께 모이면 교육 형평성이 현재 예측되는 기간보다 훨씬 짧고 빠르게 달성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프리스쿨 아동들에게 평등한 양질의 유치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차후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해 방과후 학습뿐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교육을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복지 및 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죠. 일단 해당 보고서가 교육 격차와 형평성과 관련해 중요한 화두를 던져 줬으니,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모이길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