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유럽 전역을 뒤 흔들고 전 세계인이 시청하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범유럽 음악 축제입니다.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는 TV쇼 프로그램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65년 전통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1983년 호주 공영 SBS에 의해 호주 내 첫 전파를 탄 이후 매년 최고의 시청률을 내며 인기리에 시청돼 왔습니다. 실제 호주 내 유럽 출신 이민자들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자국 거주 유럽인들에 비해 1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90년대 이후 미국 중심의 청취 경향이 굳어지고, TV 중계방송이 중단되면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국내 팬들과 서서히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201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61회 대회에서 호주 한인동포 1.5세 임다미의 준우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Sound of silence’ 임다미는 호주의 히트곡 제조사인 DNA Songs가 만든 파워 발라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로 심사위원단 점수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면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지만 막판 시청자 합산 점수에서 뒤지면서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당시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타타르 출신 자말라가 부른 '1944'는 이슬람 소수민족 타타르족이 1944년 소련 당국에 의해 크림반도로부터 추방당한 고통을 다룬 곡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세계 여론이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국제 정치 상황이라는 음악 외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유로비전은 유럽 각국의 문화는 물론 정치와 사회를 이끌어갈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무게 있는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호주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창설 60주년을 맞은 2015년 대회에 특별 게스트로 첫 참가했습니다. 비록 유럽 방송연맹 EBU 정회원은 될 수 없지만, 유럽계 이민자들의 높은 지지율과 무엇보다 SBS가 30여 년간 꾸준히 중계해왔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었는데요.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와일드카드를 받아 쥔 첫 출전에서 호주 대표 가이 세바스찬은 ‘투나잇 어게인’을 불러 5위에 오르는 예상 밖의 선전을 이뤘습니다.
‘Tonight Again’ 가이 세바스찬에 이어 2016 년 임다미의 준우승 쾌거가 이어졌고, 2017년에는 원주민 혈통을 지닌 17세의 아이사야 파이어 브레이스가’ 돈 컴이지'로 멋진 무대를 소화하며 9위로 톱 텐에 올랐습니다. 'Don’t Come Easy' NSW 주와 빅토리아 주의 경계에 있는 작은 마을, 모아마 출신의 아이사야 파이어 브레이스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출전을 계기로 원주민 십 대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원주민 출신 솔로 아티스트 제시카 마우보이가 호주를 대표했고, 제64회 2019년 대회에는 케이트 밀러-하이드 케가 산후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담은 오페라 판타지 자자곡 ‘Zero Gravity’로 선전했습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참가를 희망하는 국가가 북위 30도 이북, 동경 40도 이서 쪽에 있어야 하고, 해당 국가의 방송국이 유럽 방송 연맹(EBU)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예외는 호주 뿐입니다.
1956년 5월 24일 처음 시작이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송(song) 콘테스트이며, 전 세계인이 시청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라이브 음악 이벤트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역사가 깊은 만큼 대회에 얽힌 흥미로운 여러 사실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먼저 이 노래도 유로비전 송이었어? 의아해할 만한 노래들입니다.
폴 모리아 악단의 대표 명곡으로 사랑받는 ‘러브 이즈 블루(Love Is Blue)’는 1967년 유로비전 4위를 마크한 비키 린드로스의 ‘사랑은 푸른빛’이 오리지널입니다. 국내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대명사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음악으로 유명한 프랑크 푸르셀 악단의 ’ 머시 쉐리(Merci, Cherie)’는 1966년 대상을 차지한 벨기에 대표 우도 위르겐스의 노래였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미녀 가수 프랑스 갈(France Gall)이 부른 ‘춤추는 샹송 인형 (Poupee de cire, poupee de son’은 1965년도 그랑프리. 축하 곡의 대명사로 사랑받는 클리프 리처드의 Congratulations는 1968년 유로비전 대회 2위 입상곡입니다. 같은 해 1968년 우승곡인 스페인의 ‘La La La’는 노래 가사에 La가 무려 138번이나 들어갔습니다.
2012년에는 러시아 시골 마을 출신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전통민요단이 준우승의 영광을 안으며 소녀시대 뺨치는 인기를 모았습니다. 2014년 대회에는 '수염 난 여인'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여장남자 가수 콘치타 부어스트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나라는 아일랜드, 그 뒤로 스웨덴입니다. 이런 징크스도 있습니다. 마지막 밤 두번째로 공연한 국가는 단 한번도 경연에서 이긴 적이 없습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준결선이 도입된 이래 5월 유로비전 주간의 월, 수, 금요일에 대회가 열려왔지만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2018년 대회는 유대교 안식일을 고려해 화, 목, 토요일에 개최됐습니다. 올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제65회 유로비전 2020 대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됐습니다.
유럽 각국의 고유문화와 월드 뮤직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지구촌 최대의 음악 제전, 유로비전이 배출한 역대 화제의 수상 곡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모아 유로비전 특집 1, 2부로 보내드렸습니다. 진행에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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