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이너: 극우는 어떻게 호주 사회 '주류'로 파고들었나?

A composite image of Thomas Sewell, Pauline Hanson, and a person walking with an Australian flag draped around their shoulders.

Source: SBS / AAP / Getty

극우 세력이 이민과 치안 같은 일상적 불안을 파고들며, 호주 사회 전반에서 혐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2025년 호주에서 가장 불안하게 읽히는 흐름 중 하나는, 그동안 사회 주변부에 머물던 극우 세력이 더 넓은 '대중 정치' 공간으로 스며들었다는 점입니다.

정당 정치의 포퓰리즘부터 거리의 극단주의 조직까지, 서로 분열돼 있던 세력이 이민, 치안, 생활고 같은 '대중적 이슈'를 매개로 존재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극우는 어떻게 '일상적 분노'에 기대어 주류와 접점을 넓혔을까요?

"이민 때문에 힘들다"는 구호, 누가 이용했나

지난 8월 31일,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이민 반대'를 내건 집회가 열렸고 수천 명이 모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민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며 이민자 수를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집회 참가자 모두가 극단주의자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나치가 우리 집회를 망친다"며 반발하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포착됩니다.
그럼 왜 그 현장에 네오나치 조직원들이 함께 있었을까요?

일각에선 여러 도시 집회 현장에서 네오나치 성향 조직으로 알려진 단체가 존재감을 드러냈고, 일부는 집회 기획과 진행에까지 관여했다는 정황이 제시됩니다.

지도급 인물이 연설을 하거나, 집회 직후 다른 시위 현장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졌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근거 없는 숫자'와 '음모론'이 확산되는 방식

이런 집회가 커지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주장들도 언급됩니다.

예를 들어 "매일 1500명 넘는 이민자가 들어온다" 같은 수치가 공유됐지만, 통계기관 자료나 팩트체크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 나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일부 극우 세력은 '감정적 공명'이 큰 주거난이나 물가, 일자리 불안과 같은 이슈에 단순하고 강한 메시지를 붙여 영향력을 확장합니다.

'삶이 힘든 이유가 누군가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면, 복잡한 사회문제가 특정 집단에 대한 분노로 치환되기 쉽다는 거죠.
A large crowd of people, many of whom are holding Australian flags.
Protestors are seen during the March for Australia anti-immigration rally in Brisbane during a rally against anti immigration protesters , in Brisbane, Sunday, August 31, 2025. (AAP Image/Darren England) NO ARCHIVING Source: AAP / Darren England
'주류화' 전략 - 말은 부드럽게, 방향은 극단으로

전문가들은 극우가 노골적인 표현을 피하고 표현을 순화하는 방식으로 '주류화'를 시도한다고 진단합니다.

겉으로는 "문화와 삶의 방식이 위협받는다", "이민 규모가 과하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그 밑바탕에는 특정 인종·종교 집단을 배제하려는 목표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어떤 순간에 '정책 논쟁'이 '혐오 정치'로 넘어가게 될까요?

유럽 극우 담론에서 쓰이던 '리마이그레이션(remigration)' 같은 용어가 호주 정치권 주변에서 언급되는 장면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단순한 이민 정책 조정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대규모로 내보내자는 '민족 청소' 성격의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큽니다.

정치인의 집회 참석이 주는 '정당성' 효과

또 하나의 쟁점은 일부 정치인의 집회 참석입니다.

현장에 국회의원·상원의원이 집회에 참석하면, 집회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대중에게 "이게 정치적으로도 용인되는 주장인가?"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참여는 의도와 무관하게 극단세력에게 '인증 효과'를 주는 걸까요?

일부 정치인은 극단주의 상징과 연관될 수 있는 물건을 들고 연설 장면에 노출된 뒤 "의미를 몰랐다"고 해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주의 커뮤니티는 그런 장면 자체를 자신들의 '성과'로 소비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 사이의 딜레마

지난 11월에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의회 앞에서 네오나치 성향 집회가 열렸고, 법적 절차에 따라 사전 통보가 이뤄져 경찰이 막지 못했다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이후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가 나치 이념의 공개적 과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흐름도 언급됩니다.

그렇다면 혐오를 막기 위해 법을 강화하면, 시위·집회의 자유까지 위축될 위험은 없을까요?

인권단체와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혐오 대응이 '반시위법' 강화로 흘러가면 역효과"라고 우려합니다.
즉, 네오나치의 '혐오 퍼포먼스'를 막겠다고 만든 장치가 오히려 다른 시민운동, 예를 들어 인권·평화 집회에 더 강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극우를 "해외에서 들어온 이상한 문화"로만 취급하면 문제의 뿌리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호주의 역사 속에도 백호주의 정책처럼 인종 배제의 국가적 경험이 있었고, 오늘날에도 이민·다문화 논쟁이 쉽게 극단적 언어로 미끄러질 수 있는 토양이 남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리는 ‘사회 통합’이라는 말로 인종주의를 돌려 말하며, 정면으로 언어화하는 걸 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A group of protesters walking down a street carrying a sign that reads "Stop Immigration".
Protestors march down Bourke Street during the March for Australia anti-immigration rally in Melbourne, Sunday, August 31, 2025. (AAP Image/Joel Carrett) NO ARCHIVING Source: AAP / Joel Carrett
다가오는 새해,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크게 두 갈래로 제시됩니다.

개인의차원에서 혐오·인종주의적 발언을 의견으로 넘기지 않고, 일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사회·정부차원에선 호주인권위원회가 제시한 국가 차원의 반인종주의 프레임워크처럼, 법·교육·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사회 전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동시에 호주는 다른 일부 국가들에 비해 극우 이념에 대한 사회적 저항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극우 세력 자체도 분열돼 있으며, 집회 참가 규모가 줄어드는 징후도 보인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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