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흑백 스크린에 구현한 열일곱 '유관순의 눈빛’

Actress Kim Ye-eun, Ko Asung, and Joe Min-ho, director of A RESISTANCE

Actress Kim Ye-eun, Ko Asung, and Joe Min-ho, director of A RESISTANCE Source: SBS Korean

제10회 호주한국영화제 (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 포문을 연 개막작 의 조민호 감독, 고아성, 김예은 배우가 전하는 " 유관순 열사와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


영화의 시작은 사진 속 

제가 그냥 보통 교과서에 나오거나 자료에 나오고 있는 작은 유관순 열사의 사진만 봤다면 그런 생각을 못했을 텐데, 다행히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서대문 형무소 역사 박물관에 우연히 갔었는데, 그 거대한 걸개 그림이죠.. 그때 이제 여옥사를 유관순 열사님이 있던 8호실을 복원하면서 특별전을 시작하게 됐는데, 굉장히 큰 사진으로 확대해서 걸려있는 걸개 사진을 목격한 것이 저한테는 이제 어마어마했죠.. 큰 사진을 보다 보면 그 눈빛이 굉장히 크게 확 와 닿는데, 그걸 보고 계속 집에 와서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던 거 같애요.

영화는 항상 현재잖아요. 영화 속에 있는 회상을 그리더라도 그거는 현재의 다른 표현인 것이지 영화는 계속 현재라고 볼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렇다면은 저 눈빛이 지금 관객들에게 뭔가 제가 봤던 어떤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꼭 영화를 만들어야 되겠다, 현재성을 가져야겠다, 그래야 돌아가시고 묻혀졌던 역사가 우리들한테 다시 다가올 것이다 하는 그런 역사학도의 사명감도 겹치게 됐는데… (조민호 감독)

유관순 싱크로율 백 퍼센트... 실제 목소리 한 번이라도 듣고 싶었다

어릴 적 ‘유관순’ 노래 저도 불렀었고요.. 그리고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면 그 감옥에 들어 가실 때 찍혔던 사진, 그리고.. 또 몇 가지의 상투적인 사실들을 넘어서는 뭔가 필요했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닿고자 했던 건 뭐랄까... 정말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고 의지가 있던 사람이었다, 또 비극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정말 생생하게 그 시절의 생명력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유관순 열사님의 정면 사진 그 이상을 표현하는 데는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교육된 사실 말고 더 이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 얼굴과 짧은 생애 업적은 잘 알지만 한번도 목소리에 대해서 궁금해 본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제가 그 역할이 되어서 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되게 궁금했던 것 같아요.

저 혼자만 극복해야하는 것이 아니었고 실제 같이 촬영했던 25명의 여배우분들과 감독님의 도움으로 잘 영화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고아성 배우 )

정말 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자료가 너무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사실 영화 준비하기 전에는 잘 몰랐던 지사님이셨는데, 유관순 열사님이 행동파라고 한다면 권애라 지사님은 정신적 지주일 수도 있고 지략가로 활동하신 것 같다고 저는 생각을 했고 감독님도 말씀 하셨고요.

아무래도 정보가 많이 없다 보니까 이런저런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는데, 감독님이나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형무소에 찾아가서 열사님들의 지사님들의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촬영을 끝나고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관순 열사의 사진처럼 고아성 배우가 첫 등장하던 장면에서 그때부터 눈물이 막 났던 것 같아요.. 살아있던 사람이셨는데 왜 어떤 이미지화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와 마찬가지로 유관순 열사가 굉장히 많은 고문을 많이 당하고 돌아왔을 때 혼자 자책감을 가졌고… 정말 한 사람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김예은 배우)

독립 선언문 낭독은 그냥 대사가 아닌마음

그 부분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아성 배우가 가지고 있는 삶 자체가 들려와야 된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삶의 가진 열망이 표현된다면... 독립선언문 같은 경우는 고아성 배우가 1년을 계속 외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계속 다짐처럼.

어떤 시 하나 외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 하나 말 어미 어미를 되새기면서 1년 동안 갖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 1주년을 맞이하는 때까지를 순서대로 찍어나가면서 조금 조금씩 그것이 단단해지고, 어떻게 보면 그 안에서 마음이 피가 통하듯이 되는 과정을 제가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거는 당연히 더 잘하자 더 강하게 어조를 하자는 둥 그런 연기에 대해서 한 느낌이 아니라 꾹 있던 것이 터져 나오는 느낌..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겠구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눈물 쏟아지듯이 퍽 퍽 퍽 터져 나오는 느낌이 있어서 저도 찍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참 고마웠습니다.

고아성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님들도 만세 한 번 외치는데도 그냥 대사가 아니었어요, 마음이었습니다. (조민호 감독)

‘항거: 유관순 이야기’ 호주 관객들에게 이렇게 닿았으면...

일단 저희 영화의 배경이 정확히100년 전인데, 100년 전에 한국에 이러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소개해드리고 싶고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 관객 분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그 진심들이 생생하게 전달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아성 배우)

저도 어쩌면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서도 한국인인 제가 잘 몰랐던 이런 역사들에 대해서 소중한 한 분 한 분에 대해서 좀 많이 알아 주셨으면 좋겠고, 호주에서 특별히 상영이 되는 만큼 더 각별히 기억을 해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예은 배우)

요즘 한일 관계가 좀 많이 투쟁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적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 한국사회에서 있는 식민 잔재, 계속 우리한테 뿌리 깊게 남아있는 패배의식 “가만 있어라” “나가지 마라”했던 그  어떤…

백 년 전에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고 바로 나서서 자기 삶 자체를 버리면서까지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또 그게 우리 민족의 어떻게 보면 가장 멋진 부분인데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제 그때의 눈빛 들 마음들을 전달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지금 한국 관객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분들도 우리가 이렇게 주눅들어 사는 또 서로간의 패배의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구나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어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조민호 감독)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박소정, 이하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제10회 호주한국영화제 (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 이하 영화제)가 8월 22일 시드니, 캔버라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영화제 포문을 연 시드니 개막작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의 3.1 만세운동 1년 후 서대문여성형무소 생활을 집중 조명한 작품으로, 2019년이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영화 상영 전 개막식 리셉션에는 홍상우 주시드니총영사와 시드니영화제 예술감독 내쉰 무들리(Nashen Moodley)를 비롯한 약 180명의 영화, 예술, 언론계 주요 인사들 그리고 교민들이 참석하여 영화제 10돌 맞이를 함께 기념했으며, 호주 초연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 상영에 총 240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꽉 채워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조민호 감독, 고아성 배우, 김예은 배우가 시드니를 찾아 영화 상영 후 현지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유관순 열사의 옥중 생활을 영화로 담게 된 제작 계기와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배우들의 책임감과 고충,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영화를 관람한 현지 관객은 "17살의 유관순 열사라는 특정 인물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조명한 것과 여성 수인들의 옥중 투쟁을 흑백 영상으로 풀어낸 독특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유관순 열사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은 슬프면서도 매우 강렬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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