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핸슨 원네이션 대표가 일본을 단일문화 사회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하며, 호주도 '단일문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한국을 '단일문화 국가'로 규정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Key Points
- 폴린 핸슨 "일본은 단일문화를 가진 국가인데, 호주가 단일문화를 갖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 호주국립대학교(ANU) 앨런 갬런 교수 “단일문화 사회라는 개념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 라트로브대학교 가오리 오카노 교수 “일본에 일본계가 아닌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 최소 800만~1천만 명”
호주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아마 ‘다문화 사회’ 일겁니다.
여러 나라에서 이민을 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다 보니,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게 되는데요, 하지만 최근들어 호주가 다문화 사회가 아닌 단일문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네이션의 폴린 핸슨 대표가 이달 초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며 호주가 '단일문화(monocultural)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단일문화 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지? 오늘 익스플레이너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폴린 핸슨 대표는 일본을 단일문화 사회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교가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핸슨 대표는 지난주 세븐네트워크의 선라이즈(Sunrise) 프로그램에서도 "일본은 단일문화를 가진 국가인데, 호주가 단일문화를 갖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당의 앵거스 테일러 대표는 관련 입장을 묻는 채널9 투데이(Today)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단일문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테일러 대표는 이어서 "내가 듣기로는 '일본처럼 되는 것'이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나는 호주가 일본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같은날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 총리는 다문화주의의 가치를 강하게 옹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본을 '단일문화 국가'로 규정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도쿄 와세다대학교의 정치학·경제학 연구원인 피터 차이(Peter Chai) 씨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인구 통계는 일본을 단일문화 사회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이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일본 전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며 "일부 서구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의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매우 높은 비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이민이 크게 증가했고, 그 결과 일본 사회는 인구 구성과 민족적 측면에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고국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단일 문화 사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농업에서 '단일재배(monoculture)'는 하나의 작물만 재배하는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하지만 사회학에서 '단일문화(monoculture)'는 민족, 언어, 종교적 다양성이 제한된 사회를 뜻하거나 음식과 패션 등 문화적 규범을 설명하는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이민 허브(Migration Hub) 소장인 앨런 갬런 교수는 '단일문화 사회'라는 개념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갬런 교수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문화 사회'는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며, 실제로 그런 사회가 존재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갬런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민족 집단을 하나의 국민 정체성으로 얼마나 통합하려 했고, 또 실제로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일본과 한국처럼 흔히 단일문화 국가로 거론되는 나라들도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문화적·민족적 다양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갬런 교수는 일본이 호주보다 민족 구성의 다양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다문화 사회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라트로브대학교 아시아·일본학과의 가오리 오카노 교수도 일본을 단일문화 사회로 보는 시각은 오래된 인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카노 교수는 "백인 호주인들은 일본을 동아시아인만 사는 나라로 보고, 아시아계 내부의 다양한 민족적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인식이 일본을 단일문화 사회로 보는 시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오카노 교수는 "1991년 이전까지 일본은 비숙련 노동자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자동차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이민 정책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의료·돌봄 등 필수 산업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이민과 노동자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이주전망(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 장기 체류 또는 영주를 목적으로 입국한 이민자는 약 17만7천 명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통계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가 약 3배로 늘어났음을 보여줍니다.
도쿄 와세다대학교의 피터 차이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자국민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더 높은 임금과 나은 근무환경을 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외국인 노동자는 편의점과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업종에서는 일본인 직원을 예전만큼 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라트로브대학교의 가오리 오카노 교수는 일본에 일본계가 아닌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최소 800만~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호주국립대학교의 앨런 갬런 교수는 현실에서 '단일문화 사회'에 가장 가까운 사례로 북한을 언급했습니다.
갬런 교수는 "북한은 전체주의 체제가 국민에게 획일성을 강요한 사회"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그런 길을 따르기를 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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