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연방법원, 벤 로버츠-스미스 전범 의혹 보도 사실로 인정
- 올리버 슐츠, 아프간 전범으로 기소…불구속 재판 중
- 2020년 발표 브레레턴 보고서: “호주특수부대원,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23차례에 걸쳐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
진행자: 호주는 물론 영어권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 벤 로버츠-스미스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 디 에이지, 더 캔버라 타임즈와 소속 기자 등을 상대로한 명예훼손 소송 결과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이키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으로 불렸던 호주특수부대 SAS 대원 출신의 벤 로버츠-스미스는 소송에서 패소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명예훼손 패소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벤 로버츠-스미스 전 SAS 대원은 명예훼손에서 패소했고 졸지에 전범으로 내몰렸다는 점입니다. 조은아 프로듀서와 함께 이번 소송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
먼저 이번 명예훼손 소송의 결과부터 살펴보죠.
조은아 PD: 앞서 2018년부터 시드니 모닝 헤럴드, 디 에이지, 더 캔버라 타임즈 등 Ch9 계열사 신문들은 벤 로버츠-스미스를 포함해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호주 군인들이 민간인 학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이에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내몰린 벤 로버츠 스미스는 이들 신문과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연방법원을 통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과는 완벽한 패소였습니다. 이번 명예훼손을 담당한 연방법원의 앤소니 베산코 판사는 원고가 아프가니스탄 참전 중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해당 신문사들의 보도가 공익적 차원에서 사실 보도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판사는 호주특수부대(SAS) 소속이었던 벤 로버츠-스미스가2012년 9월 아프가니스탄의 다완 마을 절벽에서 수갑이 채워진 농부를 발로 차 떨어뜨린 후 사살했다는 보도 내용과, 그가 기관총으로 아프가니스탄 죄수를 등 뒤에서 사살한 후 동료에게 다른 죄수를 사살할 것을 명령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결국 원고 벤 로버츠 스미스는 아프간 전쟁 영웅에서 전범의 나락으로 추락한 겁니다.
진행자: 벤 로버츠 스미스는 어떤 인물입니까?
조은아 PD: 네. 앞서 언급드린대로 벤 로버츠-스미스는 호주특수부대, SAS 대원으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차례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바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수많은 작전에 참여하면서 무수한 공적을 세웠고, 이를 통해 2011년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이죠,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는 등 국내적으로 아프간 전쟁의 영웅으로 인정받아왔습니다.
그의 용맹함과 전공에 국내적으로 벤 로버츠-스미스의 후원자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번 소송 비용을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려진 광산재벌 출신의 Ch7 소유주인 케리 스토크스 회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참전용사 단체들도 벤 로버츠-스미스를 적극 지지하면서 이번 판결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문제는 형사재판이 아닌 민사재판을 통해 호주군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범죄를 자행했다는 유권 해석이 내려졌다는 점인데요… 원고 측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판결 결과의 파장은 국내외적으로 일파만파로 번질 것은 자명한 것 같아요.
조은아 PD: 정확한 지적입니다. 전쟁범죄 여부는 보통 형사재판이나 유엔 전범재판소를 통해 판결이 되는 것이 관례일 겁니다 . 그런데 명예훼손 재판을 통해 오히려 원고가 전범으로 낙인 찍힌 결과가 됐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
이런 점을 벤 로버츠-스미스 변호인 측은 강력히 지적했다고 합니다 . 실제로 벤 로버츠-스미스 전 SAS 대원은 처음부터, 전쟁범죄 여부는 형사재판으로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해왔습니다. 막연한 증언, 진술에 의존해 전쟁범죄를 가릴 수 없다는 반박이었죠. 하지만 연방법원판사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 디 에이지, 더 캔버라 타임즈의 보도 내용이 사실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
진행자: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면 공식적으로 전쟁범죄로 인정되는 건가요?
조은아PD: 물론 녹색당 등 진보진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호주가 전쟁범죄를 자행했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진 것이라면서 말 그대로 역사 다시 쓰기에 나서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호주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벤 로버츠-스미스의 군복 등 소장품부터 제거하고, 관련 기록 등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조은아 PD: 정부도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베트남 도착에 앞서 싱가포르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았는데요.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한 개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판결 내용에 대해 정부가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지난 2020년 정부에 제출된 호주군의 아프가니스탄 내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시된 권고사항은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벤 로버츠-스미스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분명 호주군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 전쟁범죄를 자행했음을 직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리차드 말스 연방 부총리 겸 국방장관도 반응을 내놨죠?
조은아PD: 네. 리차드 말스 국방장관은 “호주군인들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번 판결로 호주군의 유엔이나 동맹국 미국과의 합동 군사 작전 참여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
잠시 들어보시죠.
[["The thing again that I'd say is that since we're coming to office, we've had an intense engagement with the United States. As you can see all the announcements that we've made over the course of the last 12 months. This has never been raised with me as an issue by the United States. And I am satisfied that the ability of our defence force to work with the United States defence forces including the SAS is absolutely there."]]
들으신대로 리차드 말스 국방장관은 “노동당 집권 이후 12개월여 동안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대폭 증진했고 미국 정부 차원에서 호주군의 전쟁범죄와 관련된 우려가 제기된 적도 없으며 호주특수부대 SAS를 비롯 호주군의 미군과의 협력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진행자: 벤 로버츠-스미스의 경우 본인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패소로 졸지에 전범으로 내몰렸지만 앞서, 호주연방경찰에 의해 참전용사가 전범으로 기소된 사례도 있죠?
조은아 PD: 네. 그렇습니다. 여전히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재판은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연방경찰(AFP)은 올해 초 11년 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호주공수특전단(SAS) 출신의 예비역 군인을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 기소한 바 있습니다.
41살의 올리버 슐츠 예비역 군인인데요, 연방경찰은 올리버 슐츠가 호주 방위군과 함께 아프간에 파병됐을 때 아프간 민간인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라고 적시했습니다.
올리버 슐츠의 전쟁범죄 의혹은 호주공영 ABC 방송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됐는데요… 이 방송에 따르면 슐츠가 저항 없이 바닥에 누워 있는 현지 남성을 사살했다고 합니다.
슐츠는 아프간 파병 이후 공로를 인정받아 용맹무공훈장도 받았지만 2020년 3월 ABC의 고발 프로그램에 슐츠의 살해 장면이 공개되면서 군에서 불명예 퇴역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서 아까 언급된 지난 2020년 정부에 제출된 호주군의 아프가니스탄 내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보고서에 대해 다시한번 짚어보죠. 어떤 보고서였나요?
조은아 PD: 호주정부는 호주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016년 아프간 전쟁범죄 특별조사관으로 폴 브레레턴 뉴사우스웨일스 지방법원 판사를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브레레턴 판사는 4년 동안의 조사를 통해 아프간에 파병됐던 전·현직 호주군 특수부대원 25명이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23차례에 걸쳐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보고서를 2020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바로 브레레튼 보고서죠.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군 특수부대는 하급 병사들에게 비무장 아프간인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나옵니다.
보고서는 "'블러딩' 즉, 여우가 총탄에 죽는 것을 처음 본 초보 사냥꾼의 얼굴에 여우의 피를 바르는 의식으로 불리는 병사의 첫 사살 의식을 위해 정찰 사령관이 병사에게 포로를 쏘라고 명령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적시한 바 있습니다.
또 이렇게 사람을 죽인 후에 외국산 무기와 장비를 활용, 전투 상황을 연출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연방경찰은 호주군과 함께 공동 수사를 진행했고 이 사건과 관련해 올리버 슐츠 전 SAS 대원을 체포했던 것이고요, 사실상 이번 벤 로버츠-스미스의 명예훼손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다수의 군 인사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목숨을 걸고 참전한 용사들에 대한 전쟁범죄 적용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READ MORE

아프가니스탄 참전 특공대원, ‘전쟁 범죄’ 의혹 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