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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스포츠 경기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식 행사에 앞서 ‘환영 의례(Welcome to Country)’ 또는 ‘원주민 존중 의례(Acknowledgement of country)’로 시작하는 것이 기본적 관례로 자리잡았습니다.
‘환영 의례’, Welcome to Country는 호주 원주민들이 과거부터 자신들의 전통적 자치구역에서 해왔던 환영 인사인데요,
반면 ‘원주민 존중 의례’, Acknowledgment of Country 의례는 이 땅의 전통적 소유주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의례로 원주민 및 비원주민 모두 행할 수 있는 의례입니다.
이들 의례가 전하는 메시지를 모든 호주 국민이 이해하도록 그 방식이 일부 바뀌고 있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이들 의례가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는 시간 마련합니다 .
진행자: 원주민들의 환영 의례인 Welcome to Country 의례는 호주 원주민들이 그들의 전통적 자치구역에서 오랫동안 해왔던 환영 인사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은데요, 이 환영 의례를 현대식으로 구성하는 데 40년 가량 기여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로다 로버츠 씨라는 인물이라면서요?
조은아: 네, 원주민 출신의 로버츠 씨는 현재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호주 원주민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호주에서 치러진 수많은 다양한 이벤트의 식전 행사인 원주민들의 전통적 ‘환영 의례’ 즉 Welcome to Country와 ‘원주민 존중 의례’, Acknowledgment of Country의 문구를 작성하고 이를 감독해 왔는데요, 언급하신대로 이들 의례를 현대식으로 구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환영 의례인 Welcome to Country는 보통은 원주민 원로들이 집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Rhoda Roberts outside the Sydney Opera House. Source: AAP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원주민 원로들은 부족들이 살고 있는 영토에 온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환영하는 의미로 이 의례를 행하는데요, 그 외에도 방문자들에게 안전한 경로를 안내해 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이 환영 의례는 다양한 행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식전 행사로 행해져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 형태는 연설이 될 수도 있고 댄스 또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빅토리아주 원주민 출신인 캐롤린 브리그스 씨도 이 환영 의례를 행하는 호주의 대표적 인물이죠?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브리그스 씨는 많은 저명한 인사들 앞에서 전통적 원주민의 환영 의례를 거행해 왔는데요, 이들 인사들에는 연방 총리들은 물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이 의례는 일반 호주 국민을 위한 역사 교육의 일부이자 사회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행동주의(activism)적 성격도 일부 있다고 해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브리그스 씨만 해도 수년 동안 의례를 통해 호주 대륙에 처음 정착한 유럽인들이 얼마나 원주민들의 법을 짓밟고 공생해오던 동물들을 처참하게 죽였는지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했는데요, 그와 동시에 그녀는 원주민 선조들의 업적을 부각시키고 또 오늘날 원주민과 비원주민 모두가 호주라는 특별한 나라에 함께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브리그스 씨에게 환영 의례는 원주민 문화를 가르치고 또 기념하는 기회라고 합니다.
진행자: 이같은 환영 의례 퍼포먼스를 행하는 원주민 출신들은 모던한 방식으로 약간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 하는데, 그 주요 이유가 뭔가요?
조은아: 네, 바로 의례가 전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요, 브리그스 씨와 로버츠 씨도 자신들의 개인적, 창조적 스킬을 활용해 원주민의 전통적 환영 의례를 재편해서 그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브리그스 씨는 환영 의례가 반복적 암기식의 메시지가 되는 걸 결코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 대신 청중이 새로운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환영 의례는 엄숙하고 진지할 것만 같은데, 유머스런 면도 있다고 해요.
조은아: 네, 브리그스 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녀는 환영 의례에 때로 유머스러운 면을 넣기도 하는데 이는 장벽을 허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례가 담고 있는 메지지일 텐데요, 브리그스 씨는 호주 대륙에 수만 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인간 관계와 지역사회의 결속력과 같은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국민들에게 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호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군도민의 전통적 환영 의례 Welcome to Country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호주 국민들이 알고 있는 현대식 Welcome to Country 의례는 비교적 새로 개발된 것이라고 해요.
조은아: 네, 비원주민들에게 최초로 현대식 Welcome to Country 의례를 선보인 것이 1976년이었다는 주장이 나온 데 따른 건데요, 원주민 출신인 어니 딩고 씨와 또 다른 원주민 출신 음악가 리처드 월리 씨는 1976년 퍼스 아트 페스티벌에서 비원주민에게 최초로 현대식 Welcome to Country 의례를 선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 이르러 예술 부문은 이 의례를 계속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호주화해카운슬인 당시 원주민화해카운슬에 의해 1990년대 초 이 의례가 적극적으로 홍보, 추진됐는데요,
원주민화합카운슬은 이 의례에 ‘승인을 위한 공식 도장’과 같은 위상을 부여하면서 다양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식전행사로서 이 의례를 할 것을 장려했습니다. 시드니 대학의 마크 맥캐나 역사학자는 이 때가 원주민의 환영 의례가 급격히 부상한 순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 같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원주민의 환영 의례가 현재 보편화된 거군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맥캐나 역사학자는 당시에 각 기관들과 회사는 물론 정부들이 매우 빠르게 그 의례를 수용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2000년대 초부터 이 의례는 보편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호주 연방의회가 처음으로 의회 개원 의례로 Welcome to Country를 도입하면서 또 다른 전환점이 마련되는데요, 케빈 러드 당시 연방총리는 의회 개원 다음날 원주민 동화정책으로 부모와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 자녀들, 즉 ‘잃어버린 세대’에게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진행자: 현대식 환영 의례가 비원주민들에게 1970년대에 처음 선보였다고는 하지만 사실 전통적 원주민의 환영 의례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A Welcome to Country is performed during the Fire Fight Australia concert in Sydney in February. Source: Getty Images
조은아: 네, 욜릉구(Yolngu) 부족 원로 와누비 마리카 씨는 수세대에 걸쳐 현재의 환영 의례와 유사한 의식들이 있어왔다고 설명합니다.
리라팅구 원주민 공사(Rirratjingu Aboriginal Corporation)의 부회장이기도 한 마리카 씨는 가장 기본적인 환영 의례는 문화 교류였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선조와 1600년대 호주 땅에 발을 들여 논 네덜란드 탐험가들 간의 상호교류, 그리고1700년대 중반부터 해삼을 채취하기 위해 온 인도네시아 상인과의 교류를 예로 들었습니다.
마리카 씨는 그 시기에 원주민 환영 의례인 Welcome to Country가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오늘날 환영 의례는 다양한 행사에 앞서 거행되고 있어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마리카 씨는 현재 지역 이벤트를 위한 환영 의례를 조직하고 있는데요, 그가 조직한 환영 의례가 거행된 이벤트에는 보건센터 오프닝과 같은 소소한 행사에서부터 찰스 왕자 방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마리카 씨는 환영 의례는 원주민들이 예의를 표하는 방식이라면서 백인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중요한 관계 형성을 위한 시작점인 것입니다.
진행자: 전통적 토지 소유주, 즉 원주민이 행하는 환영 의례와는 달리 ‘원주민 존중 의례(acknowledgement of country)’는 원주민과 비원주민 모두가 행할 수 있는 거죠?
조은아: 네, 맞습니다. ‘원주민 존중 의례’, 영어로는 Acknowledgment of Country인데요. 이는 이 땅의 전통적 소유주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위한 의례로 원주민 및 비원주민 모두 행할 수 있는 의례입니다.
진행자: ‘원주민 존중 의례‘ 의례는 정해진 프로토콜이나 문구가 없다고 해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땅의 전통적 소유주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 들어가고요, 또한 과거와 현재의 원주민 원로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내용이 들어가는데요, 환영 의례인 Welcome to Country와 유사하게 ‘원주민 존중 의례(Acknowledgement of Country)’ 역시 회의나 연설 또는 공식 행사의 식전의례로 거행됩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록 콘서트에서부터 정치적 이벤트, 줌(Zoom) 화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본 행사 시작 전 호주 원주민을 인정하고 존중의 의사를 표하는 의식이 비원주민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원주민 존중 의례’ 의례를 자신만의 버전으로 재해석한 인물이 바로 시드니 페스티벌 스타이자 여장 남자 배우로도 유명한 페즈 파나나 씨죠?

A Welcome to Country is performed before an AFLW match in Geelong in February. Source: Getty Images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브리즈번의 풍자극 쇼인 Club Briefs에서 여장 남자 배우로 활약한 페즈 파나나 씨는 사모아 출신의 호주인인데요,
그는 극장 아래의 땅 밑까지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힘차게 발을 굴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모든 호주 국민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연출했는데 이것이 파나나 씨 버전의 ‘원주민 존중’ 의례였습니다.
진행자: 시드니의 레드펀 샨티 클럽 또한 그들의 행사에 적합한 ‘원주민 존중’ 의례를 도입했다면서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레드펀 샨티 클럽 멤버인 로버트 보딩턴 씨는 ‘원주민 존중 의례’를 행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믿는데요, 그는 식민지화가 과거에 있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우리가 지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 같은 의례가 원주민들에게 자신감과 자랑스러움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원주민에 대한 호주 국민의 의식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은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현대식 환영 의례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로다 로버츠 씨는 ‘원주민 존중 의례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인 호주 원주민에게 가치를 부여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원주민 문화에 가치를 부여할 때 원주민에 대해서도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케나 역사학자는 호주 국민 모두가 이 의례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면서 더욱 의미있는 또는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의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호주 대륙이 아무런 조약이나 보상 또는 동의 없이 강탈당했다는 것을 포함해 실종된 대의를 찾으려 더 많은 호주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호주 원주민을 호주 대륙의 최초 관리인으로 인정한다면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경우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군도민을 위한 정책에도 상당한 긍정적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