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힘든 한국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케이무브(K-MOVE)’ 사업.
최근들어 이 사업에 대한 문제점들이 여러 각도에서 제기 됐죠.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는 청년들 중 상당수가 이직을 했거나 퇴사를 했고, 일부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제대로 된 실태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가장 컸었는데요. 더불어 성과 부풀리기에 대해서도 크게 지적이 됐습니다.
K-MOVE 사업을 통해서 호주를 찾은 우리 청년들도 있었는데요. 최근 호주로 해외 취업을 떠났던 20대 청년 6명이 해외 취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국민 청원란을 통해 공개됐는데요.
28세의 이선형 씨가 접수한 청와대의 국민 청원, 지난 10일 한 달간의 청원이 220명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호주 연수생, “가짜 자격증 받고, 허위 취업 보고 강요 당해...”
청원의 내용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K-MOVE 스쿨 사업단에 선정된 국립순천대학교 산학 협력단의 '국제 수영 지도자 자격증 취득 및 정규 취업과정’에 선발된 연수생들이 호주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순천 대학교는 한 호주 한인 수영 업체와 연계해 이 사업을 진행했는데, 연수생들은 지난 2016년 11월 23일부터 2달 동안 순천대학교에서 수영지도자 자격증 직무 교육을 200 시간 받았고, 이후 필리핀에서 한 달간 영어 어학 연수를 받은 뒤 2017년 3월 4일에 호주에 입국했습니다.
이들은 한 한인 수영 업체에서 2주간 연수를 받은 뒤 Australian Swimming Coaches & Teachers Association(ASCTA) 즉, 호주 수영 코치 및 교사 협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도록 돼 있었는데, 실상은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고 되려 사기를 당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닙니다.

Miss Sun Hyung Lee and other K-MOVE participants while doing a English language training in Philippine. Source: Supplied
정부로 부터 약 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순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연수생 2명을 허위 등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또한 연수생들에게는 사전에 4명의 교수가 순천대에서 연수를 진행할 것이라해 놓고 실제로는 교수 1명과 재학생 1명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이선형 씨는 청원에서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순천대학교는 호주 한인 사회에 잘 알려져 있는 한 한인 수영 업체에게 허위 취업 계약서를 받아 나머지 사업 진행비를 정부로부터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 됐습니다.
수영 지도자 자격증은 오래된 경력이 있는 특정 코치가 일정 시간 연수를 해 줄 경우에 호주수영코치 및 교사 협회에서 발급된다고 하는데요.
이 호주 한인 수영 업체는 사실 자격증 발급을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을 내 줄 수 있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한인 수영 업체는 호주 수영 자격발급 업체를 사칭하는 메일을 만들어 허위 수영 자격증 6개를 발급 했고, 이는 이후 연수생인 이선형씨가 직접 해당 협회에 본인의 등록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짜 자격증이라는 것을 확인 받으면서 밝혀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이선형 씨는 귀국 직후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 연수팀에 이 일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지만 문제가 확인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연수생들이 호주로 간다는 것을 알게돼 청와대 청원을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The forged teaching certificate confirmed by Australian Swimming Coaches & Teachers Association Source: Supplied
“한국 정부 지원, 국립 대학교에서 연수, 최대 규모 호주 한인 수영 강습 업체에서 실습...의심할 수 없었다...”
현재 한국으로 돌아간 이선형 씨 저희가 전화로 연결해서 좀더 자세한 내용 들어봤는데요.
이선형 씨는 “사업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만 해도 호주 한인 수영 업체에서 한 1500 달러 정도는 벌 수 있다라고 소개를 했었기 때문에 방값 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한국에서 6년 정도 강사 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이 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는데요.
“호주에서 한인 수영 업체랑 실제 커리큘럼과 다른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정부가 지원을 하고, 국립 대학교에서 이 업체는 호주에서 가장 큰 한인 수영업체라고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큰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선형 씨는 6개월 동안 이 업체에서 시간당 23달러에서 25달러를 받으며 한 주에 6시간씩 일했다고 합니다. 기존에 언급됐던 $1,500에는 채 미치지 않는 한 주에 $150가량을 번건데요. 이 과정에서 3명의 실습생들이 생계를 위해 수영 강습일을 포기했고, 이선형 씨 역시 청소와 식당 부엌 보조일을 병행하며 겨우 겨우 6개월 버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공단에서 자신의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호주 한인 수영 업체가 한국 정부에는 매달 $1,500 를 이선형씨에게 지급했다는 거짓된 급여 명세서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순천대학교는 취업을 포기한 세 명의 연수생에게 허위로 취업 사실을 전할 것을 강요했다고도 이선형 씨는 말합니다.
"3명은 취업을 안 했는데 학교 측에서 공단에서 전화가 오면 취업을 했다라고 말하라고 강요했다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이 사업금이 처음에는 70%가 지급되고 연수생들의 취업 여부에 따라 나머지 30%의 사업금을 차등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1년 만에 알게 된 위조 수영 강사 자격증
이에 더 나아가 호주에서의 비자가 만료되는 이틀 전, 이선형 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발급된 호주 수영 지도자 자격증이 사실은 위조 문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잘못된 커리큘럼으로 자격증 없이 수영을 가르쳐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다 결론적으로 1년 동안 자격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격증을 달라고 대표에게 5번 이상을 이야기했지만, 번번히 트레이닝을 더 받아야한다. 다음에 주겠다. 이사를 가서 어디에 뒀는지 못 찾겠다. 다시 한번 찾겠다. 근데 제가 업체를 다른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결국 학교 측에 문의해서사본을 받게 되었습니다. 호주 비자 만료 직전에 이 원본을 받으려고 대표님께 연락을 했더니 재 신청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카드 수령지를 저희 집으로 바꾸려고 전화했는데 제 정보가 전혀 없다고 해서 알게됐죠. 아스타라는업체인데, 너 정보가 아무 것도 없고 한국 출신 등록생자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선형 씨는 호주 협회의 요청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자격증 사본을 보냈더니 그 쪽에서는 "굉장히 오래된 버젼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자격증"이라며 "가짜"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즉각 이선형 씨는 순천 대학교 측에 이 일을 알렸지만 “알아보겠다”는 말 대신 “공단 측에만 알리지 말고 한인 수영 대표를 만나서 얘기해 보라”는 답변을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 한인 수영 대표는 그날 이선형씨를 자택까지 찾아와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며 금전적, 심리적 보상을 다 해주겠다며 합의하자”라고 말했지만, 이선형씨는 “개인적으로 끝낼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국민 신문고에 넣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선형 씨는 연수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자유게시판이나 후기 게시판 등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K-MOVE가 실질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더불어 자격증을 따지도 못하고 생활비를 감당해하는 피해를 입은 연수생들에게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이선형 씨는 “제발 한인들 끼리 서로 속이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호주에서 1년동안 있으면서 청소하고 키친핸드하고 다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았는데, 타국에서 조차 같은 사람을 믿지 못하면 정말 안되고 슬픈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당부했습니다.
한인 수영 업체 대표, “억울한 부분 있어, 추후에 입장 밝힐 것...”
이선형 씨와의 인터뷰 이후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은 이 한인 수영업체의 대표를 전화로 연결해 이번 청원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해당 대표는 “한쪽 입장만을 담은 일방적인 내용이라 억울한 부분도 있다”면서 “입장 표명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닌 것 같고, 때가되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K-MOVE 젊은 청년들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의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제기되는 실적 부풀리기 문제가 납세자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물론,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젊은 청년들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또한 한인 사회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받고 있던 한인 수영 강습 업체가 이런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다는 것은 호주 한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통해 전체 인터뷰와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