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 자녀 둔 다문화 부모 돕는 한국계 엄마 윤정형

‘Let’s Be Friends’ art campaign

‘Let’s Be Friends’ art campaign Source: Hyeri Robertson

장애 어린이와 우정을 다룬 어린이 책, . 호주인 5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는 통계 수치가 있다. 우리는 그들과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조안은 강해요. 조안은 용감해요. 조안은 웃고 웃기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조안은 한 번도 말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친구들과 가족들이 말하는 건 들을 수 있지만, 그건 특별한 보청기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랍니다. 

조안은 자폐증도 있어요. 그건 조안의 생각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조안은 노는 걸 좋아하지만, 어떤 것은 조안을 어쩔 줄 모르게 해요. 시끄러운 소리나, 사람이 많은 곳, 그리고 무언가를 못할 때, 조안은 몸부림을 치거나 이상한 소리를 낼 수도 있어요. 그건 조안이 불안하거나, 심술이 나거나, 짜증이 났다는 뜻이에요. 조안은 그런 감정을 조안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에요.”

장애 어린이와 우정을 다룬 어린이 책
The cover of a book 'Let's be friends: Hello to me'
The cover of a book 'Let's be friends: Hello to me' Source: Hyeri Robertson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가 장애인이라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놀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나 되는 장애인들이 왜 우리의 주위에 없는지 이상하기도 하고요. 과연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을 만난다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 오늘은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고 계신 윤정형 님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윤정형: 안녕하세요. 아들레이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윤정형입니다.

리포터: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때, 참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이들이 자기와 다른 친구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어른들도 마찬가지고요. 이 책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장애를 가진 친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정형: 감사합니다. 비장애 어린이들이나 부모님들이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다 보니까, 장애 어린이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자녀가 소외되면 부모도 같이 소외되고요.

사회자: 아이들이 친구가 되면 아이의 부모님들끼리도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군요.

윤정형: 그보다 더 심각해요. 원래 부모끼리 친구였는데도, 장애아를 가지게 되면, 친구의 비장애 아이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어서 부모끼리도 멀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장애라는 어려움에 외로움, 고립이라는 어려움이 아이들과 부모에게 더해지는 거죠.

사회자: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요. 사실 사람이란 인생 어느 순간이든 친구가 필요하잖아요. 어린이의 경우에는 더 그렇고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계획하게 되셨나요? 원래 디자이너셨죠?

윤정형: 네. 저는 95년에 호주에 와서 남부 호주 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계속 상업 디자인 쪽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그런데 최근에는 이 프로젝트 뿐 아니라 장애인 아티스트에 관한 석사논문을 쓰셨어요. 청각장애에 관련된 어린이 책 시리즈도 6권이나 출판하셨고요. 장애인 문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윤정형: 사실은 제 딸이 이 책에 나온 조안의 모델이에요. 8살인데, 청각 장애와 자폐증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저도 솔직히 이런 장애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런데 딸이 생후 두 시간 만에 청각 장애 진단을 받고, 그 이유가 유전자 결손으로 인한 것인 걸 알게 됐습니다.
Jung Yoon and her daughter Joanne
Jung Yoon and her daughter Joanne Source: Hyeri Robertson


사회자: 저런… 너무 놀라셨겠네요. 청각 장애 외에도 발달 지연, 돌연사 등의 위험이 있다고 들으셨다고요.


윤정형: 네. 그래서 거의 매주 정기 검진을 하면서 아이의 상황을 살펴야 했죠. 그런데 세 살이 되어 가는데도 말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보청기를 착용했는데도… 의사 소통을 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검사를 하니 중증 자폐 판정이 나왔지요.

사회자: 3년간 돌봄의 무게도 이미 무거우셨을 텐데… 그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윤정형: 처음에는 충격과 좌절의 연속이었죠. 그러면서도 계속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고… 씩씩하게 버티는 것 같이 보이려고 노력해도 우울증이 정말 심했어요. 미래가 없고 그냥 앞으로 딸이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또 끊임없이 일반 아이들과 딸을 비교하면서 얻는 열등감이 심했죠.

사회자: 사실 육아는 그 자체로만도 큰 일인데요. 거기다가 낯선 유전자 결손이나 자폐증에 대한 개념까지 영어로 의사와 대화하려면 얼마나 힘드셨어요.

윤정형: 사실 부모는 자기 아이에 대해선 제일 전문가이고 싶잖아요. 그런데 모르는 게 많으니 답답하고 두렵고… 그래서 딸이 가지고 있는 장애와 유전자에 관해서 많이 읽고 의학 용어도 익히고, 또 교육석사 공부를 해서 교사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아이가 홈스쿨링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또 2년 전에는 사회 과학과 미술 관련 연구를 해서 석사 논문을 올해 끝냈습니다. 부모로써 최선의 노력을 하고 싶어서요.

사회자: 참 대단하시네요. 논문 제목이 <한국과 호주의 발달 장애 아티스트와 사회구조의 영향에 관한 석사 논문>죠? 육아만으로도 힘드실텐데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윤정형: 하하. 저는 사실 공부를 하면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장애 관련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 소통하니까 위로도 되고, 알게 되니까 덜 두려워지고 희망이 생겼죠.

리포터: 그럴 수도 있겠네요.

윤정형: 또 발달장애 아티스트에 관해 연구를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가들의 관계를 보니, 더욱더 장애의 유무를 떠나 주변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 하나에요.

리포터: 인간 관계가 참 중요하죠. 또 하나 동기가 된 것은 특수 학교에 다니고 있는 따님의 경험이었다고요.

윤정형: 네. 제 아이는 언어 장애, 청각 장애,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아이가 친구라는 존재를 알 지, 누가 이 아이를 친구로 생각해 줄 지, 평생 친구가 생길 수는 있을지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같은 반 친구 엄마한테 문자가 왔어요. 제 딸이 자기 아이 베스트 프렌드라고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요.

리포터: 따님 인생 8년에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다고 하셨는데요. 정말 뿌듯하고 안심 되셨겠어요.

윤정형: 네. 감동적이였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했어요. 그 친구는 시각 장애와 자폐가 있지만 말은 잘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 아이들이 서로를 친구라고 느꼈는지 그런 것들이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리포터: 이 책은 따님과 따님의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주변에서 따님의 성장을 도와주는 분들의 이야기들인데요.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고 계신데, 몇 분과 같이 일하고 계신가요?

윤정형: 우선 미술 감독, 동화작가, 캐릭터 작가, 그리고 일러스트 작가가 계신데, 발달 장애가 있으셔서 그분을 서포트 하는 멘토가 있고요. 저희가 작업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주시는 Cinematographer와 필름 에디터, 홍보 담당이 계십니다.
리포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위해 일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내용도 직접 영감을 받으셨고, 시각 디자이너시니까 충분히 모든 작업을 혼자 하셨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프로젝트로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정형: 저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싶었어요.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고도 싶었고요. 저희 팀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셔서 수익이 나면 나누는 방식으로 현재 대가 없이 참여하고 계신데요. 나이, 인종, 장애 등에 있어 다양한 분들로 구성돼 있어요. 이런 팀이 함께 일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제작 과정을 단편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영상 작업도 같이 하고 있어요.

리포터: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책이라는 결과물 이상의 작업이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그럼 진행은 어느 정도 된건가요?

윤정형: 책의 텍스트는 준비가 됐고요. 일러스트 작업 중입니다. 다큐의 경우엔 초반 촬영은 했는데 아직도 감독님을 못 구했어요. 그래서 함께 해 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제작 비용을 충당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리포터: 제작 계획을 보면 5천권을 목표로 하고 있으신데요. 자비 출판으로 적은 부수는 아닌 거 같은데요?

윤정형: 맞아요. 처음엔 200권 정도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호주에는 초등학교가 4,221개 있습니다. 이 모든 학교 도서관에 저희 책을 한 권씩 보내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하하.

리포터: 현재pozible.com사이트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신데요. 목표 5만달러까지 한달 남짓 남았어요. 그런데 아직 7,700달러 밖에 모이지 않았어요.

윤정형: 네. 사실 반응이 생각보다 적어서 실망이 컸어요. 정부 그랜트도 신청하고 정치인들에게 문의도 해 봤는데, 저희가 단체를 설립한 게 아니라 수혜를 받기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리포터: 참 어렵네요. 그런데 한 번도 뵌 적 없는 서포터가 보내주신 한 통의 문자에 다시 힘을 내셨다고요? 어떤 내용이었죠?
윤정형: “조앤을 키우면서 이런 것을 진행한다는데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왜냐면 당신의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너무 감사하죠.

리포터: 저를 포함한 방송을 듣고 계신 애청자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님을 통해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태어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은데요. 프로젝트 후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운정형: 다양성과 다름, 그리고 친구, 관계의 이야기를 계속 나눌 수 있는 기획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장애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는 모두 다 다르잖아요. 외모부터 성격, 재능까지 나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것을 스스로 또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포터: 청소년 환경운동의 아이콘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나는 가끔 표준과는 다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다르다는 것은, 초능력이 될 수 있다.” 환경 운동 전, 그녀는 친구 없이 고립된 방에서 섭식 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환경 운동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됐고, 대서양을 배로 횡단해 유엔에서 연설을 하는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는데요. 윤정형 씨도 주변에 장애 어린이를 키우는 가족이 있다면, 친구가 되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다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어떤 어려움도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장애 어린이와 우정을 다룬 어린이 책, 프로젝트의 디렉터를 맡고 계신 아들레이드의 윤정형 씨와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She educated herself through Master’s degree and Graduate Diploma to be able to support her child and now she is sharing her knowledge as far as she could.

Her goal for Hello to Me is to send a copy to every Australian primary school. However, after few fails with the government’s grant program, she is running crowd funding at Poz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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