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디제이의 K-트렌드 꿰뚫기] 카푸어(CarPoor)…“승용차는 나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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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는 나의 모든 것..."

“나를 과시할 수 있는 좋은 승용차만 있다면 가난하게 살아도 좋다”는 카푸어족은 비싼 외제차를 선호한다.


카푸어
  • 카(car)와 푸어(poor)의 합성어
  • “나를 과시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건다”
  • “연봉이 내 명함이고 차가 내 존함이고 집이 내 성함이고…”
  • 차량 적정 가격: 한달 수입의 3~6배
진행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K트렌드 꿰뚫기 시작합니다. 궁금한 디제이 궁디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주 어떤 소식을 준비 하셨죠?

전수진: 오늘은 “나를 과시하는 것에 투자를 한다면 가난하게 살아도 상관없다!”는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카푸어 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카푸어 라고 하면 자동차를 뜻하는 CAR와 빈곤층을 뜻하는 POOR의 합성어죠...? 남에게 과시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싼 외제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자동차라고 하면 피디님에겐 어떤 의미가 가장 큰가요?

진행자: 젊은 시절에는 좋은 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운전하는 것 조차도 싫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인 것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전수진: 어릴 적 자동차는 저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이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저희 집엔 중고 액셀 차가 있었던 기억이 있고요. 명절에 할아버지 산소에 가게되면 작은 차에 사촌들이 모두 모여 탑승을 하고 뒷자리엔 심지어 4~5명 까지 끼어 탑승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는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로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불편함과 안전함 보다는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차에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때는 이동수단 중 하나였던 자동차가 지금은 나를 과시하기 위한 과시욕 중 하나로 변해가고 있군요.

전수진: 예전엔 차를 구입할 때 승차감을 따져 구입했지만 이제는 하차감을 고려해 차를 구입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것이 카푸어의 현실이죠.

진행자: 그런데 카푸어라는 정확한 기준이 뭔가요?

전수진: 카푸어는 자가용의 구매비용과 유지비용 지출 부담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소비 활동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한국에는 7,8 등급의 저신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전액 할부나 고금리 대출을 통해 고급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본인의 경제력에 비해 무모하게 여겨지는 소비 성향은 특히 20~30대 젊은 사회 초년생들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YOLO족, 즉 “인생은 단 한번, 즐기자!라는 가치관을 가지 사람들이 무리한 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거죠.

진행자: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신조어를 많이 배웠는데요. 부와 귀중품을 과시하는 플렉스, 젊은 부자를 뜻하는 영앤리치, 말씀하신 욜로족까지…이 모든 걸 포함 한 것이 바로 “카푸어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카푸어가 생겨나는 원인은 과시욕과 자기만족인데요. 일반적인 가정에선 자산 1순위가 집, 2순위가 자동차입니다. 그런데 집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남에게 과시하기 어렵고요, 또 자동차와 비교하기에는 가격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그 다음 순위인 자동차로 자신을 과시 하는 거죠.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라는 노래 가사에도 등장을 합니다.

“연봉이 내 명함이고 차가 내 존함이고 집이 내 성함이고…”

그만큼 차가 나라는 사람을 대변해주는 중요한 수단인거죠.

진행자: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집은 부동산 투자로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자동차는 소모품이거든요. 그리고 세금, 보험료, 기름값, 주차비, 통행료 그리고 관리비 등 끊임없이 지출을 해야 합니다. 구매비용을 떠나서 앞으로 내야 할 유지비가 비싸기 때문 차를 구입 할 경우 나의 소득 수준을 잘 따져야 하거든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자동차 소비를 적정한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하는 것은 3~6개월 정도의 수입의 액수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라고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한 달에 3000달러를 번다면 차량은 9000달러에서 1만8000달러 짜리가 적정선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 20~30대의 소비심리가 지금의 카푸어와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이런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는 거죠?

전수진: 많습니다. 실제 사례를 들려 드릴게요. 한 유튜브에 출연한 25살의 A 씨는 벤츠 중에서도 고가인 AMG GTS를 중고로 구입을 했다고 합니다.

이 차량을 구입 할 당시 중고차 딜러를 하다 독립해 작은 회사를 구렸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어려워져 사무실 문을 닫게 되면서 카푸어가 됐는데요. 이 차를 60개월 할부로 구입해 월 납입금이 181만원이고요, 보험료도 5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책임 보험만 든 상태인데요. 현재 수입이 없어 생활이 힘들어졌고 월세는 부모님이 부담을 해 주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29살에 벤츠를 산 뒤 팔고, 신용대출을 받아 1억 2천만원 상당의 중고 포르쉐를 탔던 자영업자 박모씨는 포르쉐를 탈 때 한달 200만원 정도 유지비가 들어서 월세 45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월소득이 0이 됐을때는 쇼핑과 외식을 줄이고 심할 때는 외출까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차는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한 카푸어는 차량 유지를 위해 여자친구까지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하루에 라면 두 개 먹으며 쓰리잡을 뛰면서 포르쉐를 타는 카푸어도 있고요.

진행자: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일상과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힘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겉 멋만 추구 한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전수진: 한 카푸어는 벤츠 차를 사러가서 ‘젊은 사람이 성공했네’ 라는 말에 취해 카푸어의 길을 가게 됐다고 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제가 한국에서 방송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경차 레이를 타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사회생활을 10년 하고 BMW로 차를 바꿨을 때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카푸어의 말 처럼 “내가 성공했구나”라고 느껴지는 그 쾌감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절반의 차량 값을 지불하고 한 달에 95만원 정도 할부를 갚고 있었는데요. 제가 호주로 오면서 그 차량을 중고로 팔아야 하는데... 그 쾌감을 버릴 수 없어 약 6개월 정도 차 값을 더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어 타지도 못하고 호주에 와서 수익이 없는데 그 멋을 포기 못하는 거죠.

진행자: 그래서 자동차 커뮤니티에 소위 ‘영정사진’이라 불리는 것들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게시글을 보면 20대 청년들이 고급 승용차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데 그걸 영정사진이라고 한다더라고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인증샷에 ‘고객께서는 저신용자에 과다 조회에 연체 이력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출을 통해 차량 구입까지 완료했다; 라는 중고차 업체의 판매 후기 글이 붙으면서 ‘영정사진’ 이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차량은 구입했지만 대출이자와 할부금 유지비 등이 숨통을 조여오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부분은 20대들에게도 대출이 쉽게 이뤄 진다는 거든요. 아무래도 젊은 나이라 자산이나 소득도 빠듯할텐데요.

전수진: 고금리 캐피털 대출과 차량 할부 금융 프로그램 등이 젊은 층이 고급 수입차를 살 수 있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례로 일부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최근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6개 카드사죠.(신한, KB국민, 우리, 삼성, 하나,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말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0조 176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말 9조7664억 보다도 4105억원 늘어난 규모죠.

진행자: 그렇다면 카푸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지 궁금한데요.

전수진: 아무래도 카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심하다’ ‘하루살이 인생이다’ 등의 악플을 달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 드렸 듯 이 젊은 사람들이 수입차를 구입했다고 SNS에 올리면 영정사진이다 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와 미래의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지를 따져보고 사야한다. 경제력을 고려한 소비가 돼야 가치소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카푸어를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투자를 하고 다른 곳에 소비를 줄이는 ‘가치소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취향이나 만족을 찾는 것을 중요시하는 현 사회에서 생긴 현상 중 하나다. 카푸어도 일종의 경험과 교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니 잘못됐다 라는 식의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 했고요.

진행자: 오늘은 카푸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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