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태즈매니아에서 김치를 담그며 한국의 발효 문화를 전하는 한인 동포 이수연 씨
- 위트빅스를 더한 김치로 자신만의 ‘오스트레일리아 김치’ 개발
- 기술 인력난 겪는 태즈매니아, 이민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
호주 대륙 남단에 위치한 섬, 태즈매니아.
주도 호바트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도시 론세스톤.
그곳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작은 마을, 에반데일에는
김치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발효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한인 동포 이수연 씨입니다.
이수연: 시드니에 살다가 태즈매니아에 이사 와서 산 지 한 10년 넘었는데요. 여기서 김치를 이제 만들면서 호주 태스매니아 분들에게 저희 문화도 알리고 장 건강(gut health)에 대한 건강 상식도 같이 공유하고 이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 생활 35년 차인 이수연 씨가 김치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
바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태즈매니아로 이주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 각자의 길을 가고, 호주인 남편과 함께 처음 정착한 곳은 태즈매니아 북서부 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 스탠리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이끌려 선택한 곳입니다.
전체 인구가 채 600명도 되지 않는 이 마을에서 이수연 씨는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도시의 삶 대신,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농촌의 삶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처음 선택한 작물은 배추였습니다.
이수연:시드니에 살 때 괜히 바쁘게 살면서 굳이 태즈매니아에 이사 와 가지고 그와 같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 살 수 하면서 산다면 좀 지루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전에 시드니에 살 때 리버 코트지(River Cottage)라든지 직접 사람들이 키워서 만들고 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았어요. 그런 중에 와중에 지역에 계시는 농부, 참 친절하신 분이 또 밭떼기 하나 떼어주시면서 그럼 여기다가 한번 키워보라고 해서… 재밌는 거 … 그렇게 해서 계기가 된 게 저는 씨 뿌리고 뭔가가 이렇게 자라는 과정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완성 제품으로 뭔가 하나를 재배한다는 게 참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기르는 삶’을 선택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유기농 배추를 키워 지역 마켓에 납품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태즈매니아에서 호주인이 만든 김치를 맛본 경험이 이수연 씨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수연: 호주 분들이 해서 만들었는데… 김치는 저희 문화 음식이죠. 그런데 물론 그분들은 열심히 한다고 하겠지만 제가 볼 때는저희가 생각하는 우리 김치, 우리 문화에서 온 김치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한번 제대로 만들어 봐서 그리고 고객님이 호주분들한테 한번 저희 문화를 알려보자라고 한 것도 계기 중에 하나였겠고요.
그렇게 이수연 씨는 직접 기른 유기농 배추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의 김치는 호주에서 흔히 판매되는 김치와는 약간 맛이 다릅니다.
젓갈 맛이 강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슴슴하고 시원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수연 씨는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북한 김치 레시피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수연: 레시피는 제가 등 너머로 배우고 어렸을 때 김장하면서 한국에서 부모님, 어머니한테 배운 것도 있고 또 걔 중에 레시피는 저희 할머니 때부터 어머니까지 이렇게 해서 내려온 레시피도 있어요. 저희 부모님들은 북에서 이제 한국전쟁 이후에 이제 남한으로 내려오셔서 거기서그렇게 사시면서… 근데 북에서 오신 분들이 거의 북에서 만드는 그런 본인들만의 그 가족들만의 그 레시피를 항상 갖고서 생활하시더라고요.

스탠리에서 이 씨는 1년에 5000 포기의 배추를 직접 재배해 김치를 담갔습니다.
김치미라는 상표를 단 김치는 지역 마켓과 상점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켓에 갈 때마다 김치를 꺼내 시식을 권해야 할 정도로 김치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습니다.
하지만 K-Pop, K-Movie, K-드라마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제 김치는 태즈매니아에서도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김치를 건강한 발효 음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수연 : 보통 김치 하면은 30대 초반? 나이대가 별로 없어요. 40대에서부터 말하자면 70대 후반까지 진짜 굉장히 넓은데 보통 건강에 대한 상식을 가지신 분들, 관심이 계신 분들 또 장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향상해야 되는 분들… 그러니까 굉장히 많습니다. 나이로 하면 어느 나이라고 제가 딱 꼬집어서 얘기할 수 없고 모든 분들이 다 건강에 대한 상식으로 김치 하면 좋으니까 다 접하고 싶고 먹고 싶고…
이수연 씨의 김치와 농산물은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넘어 태즈매니아 로열 파인 푸드 어워즈와 로열 호바트, 멜번 로열 등 호주 내 주요 식품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그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또 이수연 씨는 2022년, 호주 유기농 산업 어워즈에서 ‘올해의 농부’ 부문 최종 후보로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수연 씨는 2년 전 스탠리를 떠나 론세스톤 공항에서 가까운 에반데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곳에서 이수연 씨는 김치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렸습니다.
특히 이수연 씨가 직접 진행하는 김치 워크숍은 에반데일의 특별한 지역 이벤트가 됐습니다.
직접 기른 배추를 자르고, 저려서 지역에서 난 재료로 갖은 양념을 만들어 담그는 김치.
처음 김치를 맛봤다는 참가자들의 반응은 솔직하고 생생합니다.
트리쉬: 이번이 처음 먹어보는 건데요, 좀 색다르고 흥미로워요. 치즈랑 같이 먹으니까 꽤 마음에 들어요.
클레어: 정말 놀라운 음식이에요. 맛있고, 신선하고, 풍미가 아주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분명한 개성이 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맛이었고, 정말 즐겁게 맛봤어요. 아주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신선한 재료로 간단하게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낍니다.
다이: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무엇이 들어가는지 다 알 수 있는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게 너무 좋았고, 그래서 더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고, 사람들 모두 함께 모여서 하는 게 참 좋았어요. 앞으로 직접 이것저것 더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날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이수연 씨가 개발한 오스트레일리아 김치.
호주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 위트 빅스를 김치 발효에 활용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 씨만의 김치입니다.
이수연 : 모든 한국 분들이 김치 만들 때 풀을 쓴다고 하잖아요. 찹쌀풀도 쓰시고 찹쌀 아니면 밀가루 풀도 쓰시고 하는데 저는 그런 정제된 흰색 곡물보다 제가 생각할 때는 통곡물을 써보자 하는 건강을 생각하는 그런 차원에서 한번 생각해 본 게 위트 빅스 같은 경우에는 곡물이지만 그중에서 또 밀로 만든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있잖아요. 다른 곡물들이… 근데 굳이 저는 풀을 안 쓰고도 이미 다 제조가 돼서 익혀서 나온 건데 압축만 한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걸 한번 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시작했는데 정말 김치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생각보다 하기도 쉽고…

곡물로 만든 위트 빅스는 김치 발효를 보다 안정적으로 도와주고 김치의 향을 오랫동안 유지해 줍니다.
이수연 씨의 간단한 아이디어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감탄이 이어집니다.
김치 워크숍에 참가한 캐롤 씨입니다.
캐럴: 네, 정말 흥미로웠어요. 누구나 집에 하나쯤은 있는 위트 빅스 같은 간단한 재료를 발효의 기본으로 쓴다는 게 참 신선했어요.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다른 재료들도 발효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발효가 이렇게 복잡한 게 아니라면, 생활이 훨씬 단순해질 수 있겠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한국과 호주가 김치 한 포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났습니다.
이수연 씨는 겨울이 추운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태즈매니아는 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에 적합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태즈매니아에서는 농업·식품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정부가 나서서 발효 산업을 육성시키고 있고, 김치 역시 대표적인 발효 음식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수연 : 주 정부에서 발효 허브라는 것을 만들었어요.각 지역에 있는 카운슬들과 (힘을) 합쳐, 도네이션 해가지고 이제 이런 인프라가 설치됐는데 목적은 이래요. 왜냐하면 이 태즈매니아에 작게 이렇게 발효를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주도 상당히 많은데 그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허브가 만들어지면 그분들이 와서 사용하고 특별하게 개인적으로 자기가 인프라를 늘리고 할 필요 없이 그런 합의에 의해서 와서 어느 정도 비용을 내고 사용하면 언제든지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도 있고… 이러한 여러 가지 목적에서 주 정부에서는 그분들의 비즈니스를 돕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접근이 쉬운, 발효 음식을 만들 때… 그런 내용에서 시작했었는데 상당히 좋은 의도 같아요.
태즈매니아 정부는 170만 달러를 투입해 1,800㎡ 규모의 전문 발효 인프라 시설인 ‘발효 허브(Fermentation Hub)’를 론세스턴 인근에 조성했고, 이수연 씨도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태즈매니아 전체 인구는 57만 명.
이 가운데 외국에서 태어난 이들은 15.3%.
시드니 등 대도시의 이민자 비율이 40%를 웃도는 것에 비하면 태즈매니아는 아직도 이민자들에게 낯선 곳입니다.
이곳에 사는 한인 동포의 숫자는 2021 인구 조사(센서스) 결과 773명으로 0.2%에도 채 미치지 않습니다.
한인들이 없기에 이주가 망설여지는 지방 지역이 사실은 이민자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이수연 씨는 조언합니다.
이수연: 저는 저희가 사는 데가 호주잖아요. 그래서 이거는 제 개인적인 바램이에요.한국 분들이 좀 더 그 작은 버블 큰 호주라는 나라에서 작은 버블에 들어가서 한국 코리아만 고집하기보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우리가 사는 이 나라를 좀 더 좀 넓게 바라보면서 한국 문화를 넓게 알렸으면 하는 제 바람입니다. 물론 태즈매니아에 오시면 기회가 참 많습니다. 요즘은 젊은 분들도 낙농업이라든지 축산업이라든지 농업에 관심 있어서 하시는 분들 상당히 많이 봤어요. 트레이디도 여기 태즈매니아에 많은 트레이디가 진짜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배관공이라든지 전기 기술자라든지 이런 젊은 분들이 이런 예를 들어서 그런 기술을 갖고 계신다면은 이쪽에 오시면은요. 정말 기회가 많습니다. 딸려요. 딸려 정말로 많이 딸립니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 멜번 같은 경우에는 사람 모든 분들이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합니다. 근데 예를 들어서 제대로 된 직업 윤리. 열심히 하려는 긍정적인 마인드 기술 이것만 가지시면 태스매니아에서 오시면요. 물론 인구는 멜번 ,시드니보단 작지만 비즈니스 독점은요 정말 정말 유리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불편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수연: 불편한 거 …글쎄 …한국 식품점이 없는 건 좀 불편해요.그리고 또 약간 배를 건너와야 되기 때문에 모든 물품들이 돈은 약간 좀 더 지불해서 사야 되는데 저는 시드니 갈 때마다 제 짐가방을 꽉꽉 채웁니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굳이 불편한 거 없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영어가 안 되신다면, 예를 들어서 한국 GP가 없기 때문에 그거 약간 불편하겠죠.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인터프리터 시스템이 있고 호주가 워낙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내가 동기가 있고 살고 싶다 하면은 길은 언제나 열립니다.

에반데일에서 이수연 씨의 김치를 판매하는 지역 상점 주인 리처드 씨는 이수연 씨가 마을에 주는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리처드: 수(Sue)가 이 지역(마을)에 살고 있고, 앞으로 여기서 수가 몇몇 수업이나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태즈매니아의 ‘김치 수도(kimchi capital)’가 될 수도 있겠죠.
위트빅스와 배추가 만나 탄생한 오스트레일리아 김치.
이수연 씨의 손에서 김치는 더 이상 우리만의 문화가 아니라 이 땅에서 함께 나누는 음식이 됐습니다.
태즈매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오늘도 그렇게 우리의 김치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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