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예술가 양성 프로그램 '오방' 기획자 호주한인 종합예술인 이유비

Youbi Lee presents babies’ world that consists of five colours and spaces in her first performance for children, Obang

Photocredit: Sarah Walker, ArtPlay Source: Supplied

아기부터 12살까지의 어린 아이들에게 다섯가지의 색상을 기반으로 다양햔 예술 활동 체험 프로그램 '오방'을 운영하는 호주한인 종합예술가 이유비 씨가 오는 내년 2월 28일 특별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오방>을 시작으로 오래도록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을 꿈꾸고 계획하는 종합 예술가, 이유비 씨를 만나봅니다.

멜버른의 랜드마크, 페더레이션 스퀘어 뒤쪽에 위치한 아트 플레이 (Art Play)는 아기부터 12세까지의 아이들이 프로 예술가들과 다양한 예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최근 이곳에 한국 할머니가 나타나셨다고 하는데요. 한국적 테마로 꾸며진 <오방> 이라는 공연인데요. 6개월에서 18개월의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다섯 개의 색깔과 방으로 꾸며진 할머니의 방에 들어가 아기의 일상을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부모를 위한 참여 예술 공연, <오방> 작가이자, 판화, 일러스트, 영상, 행위, 공동체 예술가 이유비 씨를 만나 봅니다. 안녕하세요.

이유비: 안녕하세요, <오방>의 작가 이유비입니다.

리포터: 원래 이렇게 어린이와 가족들을 중심으로 작업하셨나요?

이유비: 아니요. 그전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작업은 <오방>이 처음이에요.

리포터: 아, 그럼 그 전의 작품들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이유비: 저는 무속이라던가 동양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2017년에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발에서 공연한 <아시안 식료품점>이 있고요. 이건 나중에 2019년에 2탄도 했었어요. 제가 처음 호주에 왔을 때 했던 버스킹 공연도 기억에 남네요.

리포터: <아시안 식료품점>은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 행위 예술 수상 후보로도 오르셨는데요. 사실 식료품점 하면 이곳 동양인들의 생활의 중심일 수도 있고, 비아시안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인데요. 어떤 공연이었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유비: 아시안 식료품점에 들어갔을 때 접하게 되는 신비로움과 낯선 냄새, 여러 국가가 혼합된 이미지 등이 호주가 아시아에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미지들은 대부분 왜곡돼 있기도 하고 희화화되기도 해요. 저희는 그 시선을 가지고 놀아보려 했어요.

리포터: 너무 흥미롭네요. 제가 그 공연을 봤어야 하는데! 버스킹 공연은 어떤 것이었나요? 호주에 처음 오셨을 때 하셨던 것이라고요?

이유비: 제가 8년 전에 호주에 처음 왔는데요. 워킹 홀리데이로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처음엔 레몬도 따고 오렌지도 따고 여행도 좀 하다가, 멜버른 시티에 들어와선 네팔 만둣집에서 일을 했었는데,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리포터: 그래서 거리로 뛰쳐나가신 거군요? 뭘 하셨어요?

이유비: 그렇죠. 무당 옷을 입고 길에서 부적을 그려줬습니다.

리포터: 네? 부적을요?

이유비: 네. 부적은 사람들의 문제나 고민을 해결해 주잖아요. 그게 예술가의 역할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 유전자 조작 제품이나 지구 온난화, 감시 체제, 자본주의 같은 걸 제 시각으로 해석해 부적에 그려서 나눠 줬습니다.

리포터: 와, 참신하네요. 이런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새롭고 흥미로웠겠어요. 복장은 그럼 직접 만드신 건가요?

이유비: 제가 마침 한국에서 한복을 가져왔었거든요. 그걸 활용했죠. 대부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또 거리로 나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태껏 만나본 적 없는 세상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리포터: 그렇게 해서 예술가 인맥도 쌓으셨다고요?

이유비: 네. 멜버른은 다양한 길거리 예술가들이 있잖아요. 작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고 몇 년에 걸쳐서 사람 관계를 쌓고 여러 가지 기회도 얻게 됐습니다.

리포터 : 호주에서도 정말 다양한 이력을 쌓으셨어요. 몇 가지만 살펴보면, 프랜즈 오브 더 얼스 (Friends of the Earth) 의 홍보 이미지 작업을 하기도 하셨고요. 호주 아트 카운슬에서 지원한 <난민이 만드는 염색의 길> (Asylum Silk Roads), 모어랜드시 예술 진흥 지원으로 <이민자 어머니들> (Migrant Mothers) 기획을 맡기도 하셨는데요. 환경, 난민, 이민자처럼 정치적인 테마가 두드러지네요.

이유비: 전 저 자신을 소개하는 말 중에 공동체 예술가란 말을 넣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삶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이고, 참여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리포터: 그렇군요. 그렇다면 아이가 삶에 들어온 것이 스스로의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고도 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아이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하셨나요?

이유비: 제가 현재 타즈매니아 살라망카 미술관이 지원하는 <시츄에이트 인 아트> 페스티벌 (Situate in Art in)의 레지던시 아티스트인데요. 여기에 선정되면 타즈매니아에 2주간 모여서 축제에 관련된 활동을 해야 하거든요. 그때가 아이가 생기고 난 후 3개월 후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이와 떨어지게 됐어요.

리포터: 3개월이면 아이랑 거의 일심동체로 생활할 때인데… 자유롭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많이 걱정되고 허전하셨겠어요.
이유비: 네. 그때 약간 붕 뜬 것처럼 혼란이 왔어요. 아이로 인해 내 인생이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처음으로 온 거죠. 그때 아이와 함께 가는 방향으로 작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리포터: <오방> 공연을 봤을 때 공연 중에 아이에게 수유하시는 게 인상 깊었어요. 그때, 부모들이랑 아이들이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었는데, 그때 참여하는 부모들과 즉각적인 동질감 같은 게 형성된 느낌이었어요. 혹시 의도하신 건 아니죠?
Youbi Lee presents babies’ world that consists of five colours and spaces in her first performance for children, Obang
Photocredit: Sarah Walker, ArtPlay Source: Supplied
이유비: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이 공연은 아이도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이다 보니까, 아이의 피드백도 중요하고요. 아이가 있으니 당연히 수유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거죠.

리포터: 저도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본인이 부모라도 자기 아이를 데리고 같이 하는 공연은 없었거든요. 저도 이해가 가는 게, 아이가 있으면 아무래도 부모 마음이 반은 아이에게 쏠려서 집중이 어렵잖아요?

이유비: 그래서 저는 이 공연에 저 말고 제 친구이자 행위 예술가인 이웬에게 주로 참여자들을 리드하는 할머니 역할을 맡기고 저는 반은 관객과 함께, 반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리포터: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잘 시간이 안 맞고 이런 일도 생기지 않나요? 엄마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면 지루해하고, 관심 가져 달라고 보채고….

이유비: 어려움이 없진 않죠. 아이의 스케줄과 제 스케줄, 또 아이와 함께할 수 없는 스케줄이 생겼을 때 애를 맡길 사람의 스케줄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니까요.

리포터: 정말 모든 부모의 고민거리죠. 아이가 생기는 순간 정말 1인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스케줄과 사정이 관리 목록에 들어가잖아요.

이유비: 그래도 계속 같이하다 보니까 서로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도 엄마가 일하는 모습에 익숙해지고. 아이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아이를 위한 공연을 만드는 거니까 1차로 아이에게 실험해 보기도 하고…

리포터: 공연 <오방>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오방색이라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고요.

이유비: 아이를 돌보다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잖아요. 먹고, 자고, 싸고, 놀고, 울고… 이런 다섯 가지 기본 욕구를 색깔과 장소와 연결했어요. 6개월에서 18개월의 아기들과 보호자들이 설치, 연극, 시각, 청각, 참여 예술 등의 종합 예술을 한국적으로, 현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리포터: 아이의 하루를 재구성한 셈이네요. <오방>은 멜버른 아트 플레이(Art Play)에서 뽑는 뉴 아이디어 랩(New Idea Lab)이라는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에 당선돼서 현재 개발 중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제가 10월에 본 1차 워크숍은 완성된 버전이 아닌 거죠?
Youbi Lee presents babies’ world that consists of five colours and spaces in her first performance for children, Obang
Photocredit: Sarah Walker, ArtPlay Source: Supplied
이유비: 그렇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희 뿐 아니라 아트 플레이 스태프들, 관객들까지 함께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10월의 1차 참여 워크숍에서는 관객들이 참여하여 장난감 같은 것 등을 만져보고 좋은 부분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요. 11월 2차 참여 워크숍에서는 더 구체적인 설치 작업과 공간 안에서 공연의 초창기 단계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리포터: 그리고 이 워크숍들을 거쳐 완성된 공연은 2020년 2월 28일부터 공연되고요. 공연 기획부터 관객이 참여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뉴 아이디어 랩이란 프로그램에 대해 좀 설명해 주세요.

이유비: 뉴 아이디어 랩은 멜버른 시에서 운영하는 아트플레이에서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장르는 다양하지만,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참여 예술을 주로 지원해 줍니다.

리포터: 경제적인 지원이나 아트 플레이의 공간을 지원해 주는 건가요?

이유비: 네. 거기다 재료, 멘토십, 네트워킹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한 예로 아트 플레이에서 <오방>을 아시아토파 (Asia TOPA: Asia-Pacific Triennial of Performing Arts) 페스티벌에 연결해 줘서 프로그램으로 들어가게 되기도 했고요.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어요.

리포터: 아, 참여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유비: 긍정적이었어요. 다음 워크숍에도 꼭 참가하고 싶단 분들도 계셨고요. 이런 동양적인 프로그램을 색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었고… 또 저희가 공연 중에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잖아요. 동작이나 서로의 표정 같은 걸 보고 같이 움직이는데, 그게 말을 잘 못 하는 아이를 듣는 연습이 됐고, 아이가 주도할 기회를 준 것 같아서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리포터: 그렇네요. 진짜 아이의 눈높이를 체험할 기회가 된 것 같은데요. 2월 완성된 공연은 어디에서 하는 건가요?

이유비: www.melbourne.vic.gov.au 로 들어가셔서 Arts and Culture 메뉴로 가시면 아트 플레이의 최신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으니까요, 꼭 확인해 주세요.

리포터: 그렇군요. 완성까지 아직 마라톤이 남아있는데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한 아름답고 따뜻한 시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면서요. 혹시 앞으로 다른 계획은 있으신가요?

이유비: 일단 아이가 커가는 동안 함께 하며 아이들에게 배우는 기회를 얻고 싶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제 예술도 좀 더 많은 사람이 접근 가능할 수 있는 것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종종 성인들을 위한 작업도 하고, 시각 예술부터 공연 예술까지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에요.

리포터: 꼭 원하시는 목표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작업으로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리포터: 부모가 그리는 아이들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요? 아이들이 그리는 부모의 세상은 또 어떤 것일까요? 바쁜 현대 사회에는 이 두 세상이 잘 겹쳐지지 못하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요. 오늘은 <오방>을 시작으로 오래도록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을 꿈꾸고 계획하는 종합 예술가, 이유비 씨를 만나봤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클릭하시면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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