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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라디오] 자연과의 공감_‘오래된 기도’ 이문재 시인

2,292 Plants Fill the Audience in Reopening Performance at Barcelona’s Gran Teatre del Liceu
2,292 Plants Fill the Audience in Reopening Performance at Barcelona’s Gran Teatre del Liceu Source: Getty Images

한 해의 허리가 반으로 접힙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미증유의 혼돈 속에서 우린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될까요? 자연과의 공감을 확장하며 ‘오래된 기도’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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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Hwajung Kim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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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허리가 반으로 접힙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미증유의 혼돈 속에서 우린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될까요? 자연과의 공감을 확장하며 ‘오래된 기도’를 만나봅니다.


한해의 궤도를 순환하는/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목필균 시인의 '7월'의 시구로 문을 엽니다.

어느새 7월입니다. 한 해의 허리가 반으로 접힙니다. 문학과 음악사이 첫 음악입니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시계가 반대로 돌아가고 있어/ TV 속 영화가 되감아지고 있어/ 내렸던 빗물이 올라가고 있어/ 잊었던 기억이 돌아오고 있어/ 도로 위에 차들이 반대로 달리고/ 온 세상의 모든 게 다 거꾸로 움직여/ 지금 나는 계속 반대로 뒷걸음질 치며/ 그날의 너에게 돌아가고 있어/ 운명 같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이미 끝나버린 결말을 소설가처럼 다시 써내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한동근은 위대한 탄생 시즌3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리며 리틀 임재범으로 불리기도 했죠.

우리의 공감을 확장할 수는 없을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봉쇄됐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오페라 극장 '그란 테아트레 델 리세우(Gran Teatre del Liceu)'가 재개장 후 첫 공연의 관객석을 만석으로 채워 이목을 끌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라이브 공연의 객석은 사람 대신 2천2백92 그루의 초록빛 식물로 가득 채워진 것인데요. 모든 건 예전과 같았습니다.

우선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어김없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란 테아트레 델 리세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관객 및 연주자들을 위해 휴대전화 전원은 꺼주시고 사진 촬영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는 소음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명이 켜졌고 곧 '유클리드 콰르텟(Euclid Quartet)'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어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현악 4중주곡 'Crisantemi국화(1890)'가 19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공연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연주자들은 공연 시작에 앞서, 그리고 공연을 마친 뒤 객석을 향해 고개 숙여 정중한 인사를 건넸습니다. 객석을 가득 메운 2,292 그루의 '화초' 관객들에게. 

Barcelona Opera House Opens With Concert For 2,292 Plants  Plants
Barcelona Opera House Opens With Concert For 2,292 Plants Plants Source: Getty Images

8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바람에 날려 오페라하우스 곳곳에 박수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차분하게 공연을 지켜본 잎사귀 무성한 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최전선에서 코로나 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언컨택트(Uncontact)'시대는 오히려 '접촉'에 대한 갈망을 낳았습니다. 객석 전체를 초록빛으로 물들이며 아름다운 선율을 나눈 이 날의 이색 연주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따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극장 안으로 초대함으로써 사람과 예술과 자연이 아름답게 어우러졌습니다. 어쩌면 예전과는 달라야 할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 공연이 아니었을까요!

대체 언제쯤 끝날까요?

대체 이건 언제쯤 끝날까? 언제쯤 학교에 다시 가게 될까? 언제쯤 외국여행을 다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까? 불확실한 상황에 다들 이런 질문들을 정말 많이 품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전문 심리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일이 심각하게 걱정돼 불안하다면 두 가지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하는데요.

먼저 아주 가까운 미래 즉 이번 주중 또는 이번 주말까지의 계획만 세우는 것. 두 번째는 5년 후 10년 후의 먼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 이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일상의 변환, 우린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될까요? [시 읽는 라디오]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를 만나봅니다.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 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중략)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셔봅니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로 문학과 음악사이 맺음 합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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