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매년 2, 3월이 되면 호주에서는 남반구에서 가장 큰 성소수자 축제인 마디그라가 진행됩니다. 보통은 시드니 시내 옥스포드 스트리트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작년과 동일하게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오는 3월 5일 화려한 행진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마디그라 축제는 공식적으로는 2월 18일부터 3월 6일까지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전 세계 퀴어 영화들을 소개하는 마디그라 영화제가 2월 22일부터 시작됩니다. 올해 영화제에는 한국에서 퀴어 영화 ‘정말 먼 곳’과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 등 2편이 초청됐는데요.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의 변규리 감독 나혜인 프로듀서가 연결했습니다.
너에게 가는 길
- 장르: 다큐멘터리
- 연출: 변규리 감독
- 개봉: 마디그라 영화제 온라인 상영
- 줄거리: 34년차 소방 공무원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내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오늘도 한 걸음 다가가는 중인 현재진행형 그녀들의 뜨거운 이야기
나혜인 피디: 오는 2월 22일부터 3월3일 진행되는2022 마디그라 영화제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이 상영됩니다. 2021년 11월 개봉한 ‘너에게 가는 길’은 성 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들이 자식에게 다가가는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요. ‘정동진독립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습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연결돼 있습니다. 변규리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변규리 감독: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혜인 피디: 먼저 호주의 마디그라 축제, 남반구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이자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자리에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을 가지고 참여하시게 되신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큐멘터터리 '너에게 가는 길'을 연출한 변규리 감독 Source: M-Line Distribution
변규리 감독: 저희 마디그라 영화제에서 이제 너에게 가는 길을 관객분들이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저희도 기뻐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제 너에게 가는 길이 한국 외에 해외에서 상영하게 되는 것이 이번 영화제가 처음이라서 더 설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동안 또 해외에 계신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이나 혹은 그 가족분들이나 친구분들이 이 영화를 좀 볼 수 없겠냐 방법이 없겠냐 이런 문의를 좀 많이 주셨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렇게 기회가 와서 되게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다음에 또 마디그라 축제를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코로나라서 이번에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이제 상영되는 것만으로도 되게 기쁘게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먼저 ‘너에게 가는 길’ 성 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다큐로 알려져 있는데요. 감독님께서 조금 더 소개를 해 주신다면요?
변규리 감독: 네 말씀처럼 이제 성소수자 당사자를 이제 둔 부모님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서 이제 성장해 가는 여정이기도 한데요. 또 한편으로는 이분들이 이제 단순히 부모로서만이 아니라 한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성소수자 부모라는 어떤 새로운 정체성을 맞이하면서 이제 스스로의 삶을 좀 확장시키고 이제 성장해가는 서사를 담은 다큐멘터리예요. 그래서 저희 주인공이신 나비 님이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이렇게 이제 줄곧 관객분들에게 소개를 하곤 하시는데 한 번 보면 퀴어 영화, 두 번 보면 가족 영화, 세 번 보면 여성 영화다 이렇게 이제 소개를 해 주시곤 하는데 저희 영화라서 좀 너무 자랑인 것 같지만 민망하면서도 그렇게 세 번 보면 또 다른 시각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많은 n차 관람 부탁드립니다.
나혜인 피디: 온라인으로 보실 수 있으니깐요 충분히 세 번 보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처음 이 다큐멘터리가 기획됐는지 궁금합니다.
변규리 감독: 일단 이 다큐멘터리가 이제 제작된 단체가 이제 저희가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서 이 영화를 이제 제작을 했고 저도 그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제 활동가이기도 한데요. 연분홍 치마라는 단체는 이제 그간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이제 인권운동을 함께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계속 제작해 왔었어요. 그래서 당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제 다뤘었던 3xftm이나 이제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종로의 기적과 같은 영화들을 계속 연이어서 삼부작, 커밍아웃 삼부작 시리즈를 만들어 왔었는데 그 이후에 다른 이야기들을 좀 하다가 2017년쯤에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서 이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기에 앞서 이제 홍보 영상을 좀 만들고 싶다고 저희 쪽으로 의뢰를 주셨었고 그때 저도 이제 촬영팀으로 가서 부모님들을 배웠었는데 카메라 앞에서 이제 자신의 어떤 커밍아웃 스토리를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아이가 이제 성소수자인 걸 몰랐을 때 혹시 나도 모르게 미디어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어떤 혐오의 말들이나 그런 것들에 아이가 상처받진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되게 하셨고 혹시 내가 어렸을 때 그 아이를 임신했었을 때 그런 영상들을 봐서 혹시 내가 이렇게 아이가 된 건 아닐까 이런 오해 같은…나 때문에 그런 오해 같은 걸 하시는 부모님들도 여전히 계셨고. 또 한편으로는 또 이제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떤 차별의 현실 같은 것들을 이제 내가 커밍아웃을 받았을 뿐인데, 이 부모님들도 되게 직접적으로 느끼시는 거예요. 뭐 이를테면 친구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너네 아들 여자친구 있어?’라고 이렇게 물어보는 것들에 대해서 나는 이제 그 질문에 예전에는 뭐 ‘있어, 없어’ 막 이렇게 대답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되지?’ 이런 본격적인 어떤 세상으로부터 자기에게 되게 질문이 오는 것들 어떻게 보면 부당하고 어렵고 이런 여러 가지 혼돈과 갈등 속에 있었고 그래서 이제 성소수자 당사자들에 관한 혹은 이야기를 할 때 이 부모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이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좀 만들어 봐야겠다라고 연분홍 치마에서 이제 결정을 하게 됐었고, 그래서 성소수자 부모 모임과 이제 두 어머님의 이야기를 좀 만들게 되었습니다.
나혜인 피디: 영화의 주인공인 두 어머니는 힘들었지만 자녀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의 한 장면, 동성애자 정예준 씨와 어머니 비비안 씨 Source: M-Line Distribution
변규리 감독: 예 제가 이제 한국 상황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 말씀을 드리면 사실 나비 님과 이제 비비안 님 같은 케이스만 있지는 않고 굉장히 부모님들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거나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라는 그 자체에 대해서 여전히 이질감을 느끼는 부모님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 중에서도 저희가 이제 gv(관객과의 대화) 같은 것을 하면 그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아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여전히 부모님이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질문들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부모님이랑 같이 왔다. ‘아직 근데 부모님한테 커밍아웃을 하지는 못했는데 이 영화를 무작정 그냥 같이 보자고 엄마를 데리고 다 그래서 보고 나서 엄마가 눈치채셨을까 봐 너무 걱정이다.’ 이런 질문들도 사실 저희가 gv에서 이 오픈 채팅방에서 그런 질문들이 올라오거든요. 코로나여서 마이크를 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네 그래서 그런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사실 나비 님 비비안 님이 굉장히 자신이 겪었던 어떤 감정이나 다른 부모님들의 상황들을 얘기해 주시면서 당사자분들에게 되게 위로나 힘을 전해 주시고는 하는데 여전히 모든 부모님들이 처음부터 ‘아 그렇구나’라고 이해해 주시는 부모님들도 없고 사실 나비님 비비안 님도 처음부터 그러셨던 분들은 아니고… 특히나 젠더 교육이 기성세대에게 없다는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굉장히 크게 여전히 당사자분들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그런 요소로도 작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한국 사회를 견디지 못해 동성 결혼까지 합법화 된 호주로 떠나온 한국계 성 소수자들을 저희가 호주에서 가끔 만나곤 합니다. 저희 방송을 통해서도 소개를 하곤 했는데요. 다큐멘터리에서 캐나다에 간 예준이가 말했던 것처럼 성 소수자 인권이 발전된 사회에 왔다고 해서 그 사회에 바로 편입되지는 못하는 게 사실인데요. 언어 장벽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 네트워크 부족 등의 문제로 결국 호주 내에서도 한인 사회에서만 머물게 된다면 한국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알게 되는 좁은 이민자 사회의 특성 때문입니다. 결국은 본국인 한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이 향상돼야 하는데요.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인권 특히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너무 뒤쳐져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변규리 감독: 사실 저희도 이 영화를 처음 만들자고 이제 기획을 했었을 때 2017년에 이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제 현재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성소수자 동성애자를 반대한다는 그런 발언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사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 어떻게 대선 후보가 될 사람이 누군가의 존재를 반대한다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사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공포스러울 수 있는 발언이라고도 저희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이 이야기를 꼭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차별 금지법을 정말 제정해야 되는 거 아닌가 꼭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나 당사자들의 어떤 차별이 차별 금지법을 제정한다고 하여 모든 문제들이 사실은 다 해결된다고 저희는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없는데… 근데 어쨌든 차별 (기본적인) 네. 그 정말 변화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으로서 어쨌든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정말 최소한의 법 안전망에 ‘누구든 차별받으면 안 된다’라는 이 명제 하나가 생기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사실은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올해도 그렇고 작년도 그렇고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정말 많은 시민사회분들이 노력을 하고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여전히 사실 민주당에서는 평등법을 두고 찬반 토론을 하기도 했고 작년에 차별 금지법 제정 토론을 가지고 된다 안 된다고 토론을 하는 게 여전히 한국 사회의 현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존재나 혹은 누군가를 두고 차별을 해도 된다. 안 해도 된다고 이렇게 찬반 토론을 하는 것이 진짜 맞을까라는 고민들을 하면서 사실 어떤 분들은 혹은 저도 가끔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지금 여전히 관객분들도 그렇고 저희가 만나는 그다음에 시민사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호주에 계신 한인분들도 그렇고 호주 분들도 한국에서 이런 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함께 알아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끝으로 마디그라 영화제에서 공개될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을 기대하고 계시는 호주에 계신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 한 장면,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나비 씨 Source: M-Line Distribution
변규리 감독: 네 호주에 계신 한국계 성소수자분들께 사실 좀 되게 많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이민자 사회에서 굉장히 고립된 삶을 살기도 하신다는 얘기를 저도 종종 듣곤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좀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다고 저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드디어 이 영화가 이제 찾아가게 돼서 또 많은 분들이 함께 영화를 봐주시고 조금이라도 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이제 마디그라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시고 많은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저희한테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이게 또 좋은 계기가 되어서 마디그라 영화제와 또 그곳에 계신 분들과 되게 많은 연대나 혹은 관계를 모색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혜인 피디: 2022 마디그라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한국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의 변규리 감독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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