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주간 1부] 복지 국가 호주에서 노숙인 봉사? “누군가는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Jung Sang Ihn (L), who started the activity, and volunteers serving the dinners. (SBS )

Jung Sang Ihn (L), who started the activity, and volunteers serving the dinners. (SBS ) Source: SBS

약 3,000여명의 시드니 한인 동포들이 1년 25,000명에 달하는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활동을 처음 시작한 한인 동포 인정상 씨와 관련 내용 살펴본다.


시드니의 겨울이 깊은 8월의 어느 저녁.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센트럴 역 앞에는 긴 줄이 늘어져 있습니다.

트럭 한 대가 도착하고, 몇몇 사람들이 서둘러 물건을 꺼냅니다.

접이식 탁자에 이어서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대형 보온병과 따뜻한 스프를 담은 큰 국 통, 갖가지 음식을 담은 그릇에 과일과 빵 등이 차례로 내려집니다.

모든 것이 정갈하게 탁자 위에 놓여지면 오늘도 무료로 제공되는 거리의 식사가 완성됐습니다.

이 저녁 급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갈 곳이 없는 시드니의 노숙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센트럴 역 앞에서 자비로 저녁을 제공하는 이들은 모두 시드니의 한인 이민자입니다.
About 3,000 migrants of Korean heritage interchangeably take part in the exercise of offering a warm dinner six days a week in front of the iconic train station
About 3,000 migrants of Korean heritage interchangeably take part in the exercise of offering a warm dinner six days a week. Source: Supplied

매년 25,000명의 노숙인들을 먹이는 3,000명의 한인 자원 봉사자들

주 6일, 1년 310일 동안 약 3,000여명의 한인 동포들이 총 25,000여명의 노숙자에게 따뜻한 저녁을 제공해 오고 있습니다.

2016년 호주 정부의 인구 조사 결과 시드니가 속한 NSW 주의 노숙자 수가 37,000여명 정도라고 하니, 약 70%가 넘는 노숙인들을 한인 봉사자들이 먹이고 있는 셈입니다.

낯선 땅에 정착할 때 받았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시작...

7년 전 한인 동포 인정상 씨에 의해 시작된 이 활동은 이민자로써 낯선 땅에 정착할 때 받았던 따뜻한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인정상/노숙인 봉사 활동 코오디네이터] 이민자로서 새로운 국가에 정착하는게 어려웠습니다. 많은 호주 사람들이 저희를 도와줬어요. 영어로 말하는 것도 도와줬고 그리고 이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도와줬어요. 이제는 저희가 호주인들에게 갚아야 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감사를 표하는 방식이에요.

한인 봉사자들의 대부분은 교회나 종교단체에 소속돼 있지만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고 싶은 개인, 가족 단위의 참가자도 있습니다.
Mr Jung Sang Ihn, the initiator of the Korean volunteering activity for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Mr Jung Sang Ihn, the initiator of the Korean volunteering activity for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Source: SBS
노숙인 봉사 활동 코오디네이터 인정상 씹니다.

[인정상/노숙인 봉사 활동 코오디네이터] 처음에는 저랑 아내랑 시작을 했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한 분 두 분 주위에서 알게 되셨고. 그리고 특히 제가 교인이다 보니까 교회에서 많이 시작하게 되셨고, 그 다음에 여러 언론 매체들, 교민 매체를 통해 알게 되셨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지금은 교민 분들이 동참하고 계십니다. 꼭 전부다 기독교인들은 아닙니다. 기독교인들로 물론 많은 분들이 구성돼 있지만 일반 교민 분들도 많이 동참하고 계십니다. 

불고기, 잡채 등 한국 음식도 인기 메뉴

한인 봉사자들이 준비하는 저녁인 만큼 한국 음식도 자주 등장 하는 메뉴입니다.
Hot meals for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Hot meals for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Source: SBS
봉사자 최재숙 씹니다.

[최재숙/봉사자] 오늘은 불고기 덮밥이에요. 불고기 덮밥하고 야채하고 그리고 잡채하고 그리고 야채 스프.

자원 봉사자들은 자비를 털어,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합니다. 

정성스레 직접 요리한 집밥인 만큼 무료 급식이지만 인기가 많습니다.

저녁에 아침까지 제공하는 넉넉한 인심

노숙인 미아 씨와 마커스 씨는 아주 훌륭한 저녁이라고 평가합니다. 

[미아/노숙인] 레스토랑 음식처럼 아주 좋아요. 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죠.

[마커스/노숙인] 맛있어요. 정말 좋아요. 언제나 좋아요. 따뜻한 수프죠. 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음식도 좋아하지 않을 거에요. 맛있어요.

자 손영신 씨는 저녁 급식을 찾는 노숙인들에게 충분할 정도의 음식을 준비합니다고 말합니다.
Korean classics such as Bulgogi and Japchae are some of the more popular dishes served.
Korean classics such as Bulgogi and Japchae are some of the more popular dishes served. Source: SBS


[손영신/봉사자] 거의 120-150분 정도로 넉넉히 해요. 왜냐면 이 사람들이 그날 저녁만 먹을 뿐 아니라 그 다음날 아침에 먹을게 없잖아요. 아침에 먹을걸 챙겨놔요.먹고나서 한번 더 또 와요. 그래서 가져갈것 예상해서 넉넉하게 준비해요. 오늘도 한국음식도 있었지만, 미네스트로네 수프도 이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여름이래도 따뜻한 음식을 먹을 시간이 없으니 가능한 한 제일 뜨거운 시간에 음식을 얼른 가지고 와요. 여름에도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고생해 본 이민자들이 헤아리는 노숙자의 마음

봉사자들은 도움이 필요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노숙자들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봉사자 이성학 씹니다.

[이성학/봉사자]고생을 해 본 사람이 고생한 사람을 알게 됩니다. 고생 해 봤을 때 과거의 생각을 해 보면 이 사람의 아픔, 어려움을 많이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일을 기쁨으로 계속적으로 해 보고 싶습니다. 

A child volunteer handing out fruit to people in the line.
A child volunteer handing out fruit to people in the line. Source: SBS


특히 봉사자 가운데는 크고 작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눈에 띕니다.

봉사자 강희명 씨는 5살이 된 아들 조슈아를 데리고 지난 1년 동안 매주 무료 급식에 참여해 왔습니다.

[강희명/봉사자] 제 아들 조슈아 뿐만 아니라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다 노숙자가 될 수 있고 그러면 누군가는 도와줘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또 아들을 데리고 봉사하면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리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복지국가 호주에 왠 노숙인 봉사?

기쁨으로 해 온 일이지만 지난 7년 간 노숙인 봉사를 꾸준히 이어 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일부는 복지가 좋은 호주에서 왜 노숙인 봉사가 필요하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노숙인 봉사 발기인 인정상 씹니다.

[인정상/노숙인 봉사 발기인]노숙인 봉사를 한다고 하면 복지 잘 돼 있는 국가에서 봉사냐. 그렇지만 호주 사람들도 많고 이민에 실패해서 봉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복지를 떠나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들을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히 거리에서 희망을 전하는 한인 동포들

길거리의 노숙인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저녁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노숙인 샘 씨입니다.

[샘] 아주 도움이 됩니다. 만약 저희가 여기서 음식을 얻지 못하면 구석에서 사인을 들고 앉아 도움을 달라고 돈을 달라고 해야 될 겁니다. 사람들 주머니 속 잔돈에 의지하면서요...

Sam and Marcus.
Sam and Marcus. Source: SBS


그리고 노숙인 줄리엔씨는 한결 같이 이 곳을 찾는 봉사자들이 길거리에 희망을 전한다고 말합니다.  

[줄리엔] 이 분들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이 분들이 매일 스스로의 시간을 할애해 이 곳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기 때문이죠. 인간적이에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해야 하는 일들이고요.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이어온 한인 봉사자들의 선행을 통해 노숙인 샘 씨는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습니다.

[샘] 한국 사람들은 가장 친근한 사람들이에요. 사교적이고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요.

서로를 돕고자 하는 이민자들이 보내는 강력한 메세지

노숙인들 뿐 아니라 센트럴 스테이션을 매일 오고가는 수십만명이 이들의 나눔을 흐뭇한 눈으로 지켜봅니다. 

약 30여년 동안 호주 노숙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대표적인 호주 단체 지저스케어의 마이클 스미스 목사는 노숙인들을 위한 한인 이민자들의 활동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합니다.

[마이클 스미스/지저스 케어 목사] 아름답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수 십년 동안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와서 뭘하려는 거지라며 경계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이민자들이 보여주는 이런 화합하는 모습은 강력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영어를 하는 국가에서왔든 아니든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도움이 필요하던 이민자에서 이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된 시드니 한인 동포들.

한인 봉사자들은 더 많은 동포들이 나누는 기쁨에 동참하길 기대합니다.

봉사자 손영신 씹니다.   

[손영신/ 봉사자] 정말 기쁘고요 정말 삶의 활력을 느끼고요. 여기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이 기쁨을 좀 누리고 행복을 누리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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