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아트센터 ‘축배의 노래’로…‘라 트라비아타’의 테너 정호윤

멜버른 아트 센터 2022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라 트라비아타' 주역 알프레도로 열연하는 테너 정호윤

멜버른 아트 센터 2022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라 트라비아타' 주역 알프레도로 열연하는 테너 정호윤 Source: Opera Australia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무대에서 정상의 입지를 굳히며 한국 성악의 위용을 보이고 있는 테너 정호윤이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2022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로 멜버른 아트 센터 무대에 섭니다.


Highlights
  • ‘라 트라비아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매 해 1위 선정
  • 마에스트로 ‘팔룸보’와는 첫 세계 무대 데뷔 인연으로 사제 지간 같아
  • 팬데믹으로 인생 전환 고민…바리스타 공부하며 음악적 소양 깊어져
  • 호주 관객들에게 지난번보다 매번 훨씬 더 발전된 모습 보이는 게 꿈
전 세계적으로 한국 오페라 가수가 없으면 공연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해외의 '오페라 한류' 바람이 강합니다. '한국 테너'의 저력은 호주 무대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정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테너 정호윤 씨가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2022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 알프레도로 호주 팬들을 찾았습니다.

5월 4일 멜버른 아트센터 개막 공연을 앞두고 정호윤 테너 연결했습니다.

유화정 PD(이하 유화정): 안녕하세요.

정호윤 테너(이하 정호윤): 아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정말 오랜만에, 2018년에 저희 한국어 프로그램에 모시고 4이신데요. 정말 반갑고요.  청취자 여러분께도 인사 주시겠어요?

정호윤: 네 안녕하세요 테너 정호윤입니다. 오랜만에 호주에서 다시 공연을 하게 되어 이렇게  SBS Radio를 통해 다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너무 반갑고요. 또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유화정: 기억이 맞다면 2017년 '보엠(La Bohème)'과 '트라비아타(La Traviata)'거의 동시 호주 데뷔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나요?

정호윤: 아 네. 맞습니다. 그런데 보통 오페라 작품을 올리기 전에 오페라 컴퍼니나 극장들에서는 최소한 1, 2년 전에 아니면 또는 훨씬 이전부터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확정하기 때문에, 출연 가수는 출연 계약을 최소한 1, 2년 전 아니면 그보다 더 이르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기본인데요.

처음에는 제가 원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열 번 정도로 기억을 하는데, 그것만 하는 걸로 계약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 호주로 출국하기 몇 달 전에 갑자기 조금만 더 먼저 와서 라 보엠 공연도 몇 번 더 해줄 수 있냐 이렇게 문의가 와서 제가 1, 2주 먼저 와서 라 보엠 공연도 하고 그다음에 본격 제 계약서 상 본격 공연이었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하게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화정: 그러셨군요. 그럼 '보엠' 공연이 대타로 오르셨던 건가요?

정호윤: 아 대타는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이제 그때는 몰랐는데 그 다음 해 이제 '한다(Handa)' 오페라 '라 보엠'’을 그때도 이미 계약이 돼 있는 상태였어요.

유화정: 아하 그러셨어요.

정호윤: 그런데 이제 그게 워낙 중요한 공연이라고 생각을 했었나 봐요. 그래서 제 '라 보엠'을 직접 듣고 싶어서 계획을 수정한 게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됐습니다.

Ho-Yoon Chung in Opera Australia's 2018 Handa Opera on Sydney Harbour — La Bohème
Ho-Yoon Chung in Opera Australia's 2018 Handa Opera on Sydney Harbour — La Bohème Source: Photo credit: Prudence Upton


유화정: 미리 한번 선을 보인 거군요. 그랬군요. 2018시드니 한다 오페라(Handa Opera on Sydney Harbour)) 야외 특설 무대에 '보엠'로돌포로 호주 오페라계에 획을 그으셨는데요. 더욱이 그때 당시 프로덕션이었어요. 프로덕션이 오페라 싱어들에게는 상당한 자부심이라고 들었는데요.

정호윤: 아 네. 보통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방법이 크게 3가지 정도가 있겠는데요. 하나는 이제 초연이라는 게 있겠고요. 하나는 리바이벌 방법이 있겠고 하나는 뉴 프로덕션입니다.

초연은 작품 자체가 새로 작곡되거나 만들어져서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아주 희귀한 경우이고요. 또 리바이벌 공연은 이름으로 만도 알 수 있지만 이미 공연되었던 작품을 이미 만들어진 무대 세트와 의상 또 무대 연출을 그대로 답습해서 이제 출연진들만 바뀌어서 공연하는 그런 형태이고요.

마지막으로 뉴 프로덕션이라는 거는 이미 작곡이 되어있는 작품을 새로운 무대 세트, 새로운 무대 의상, 새로운 연출로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을 말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연출가와 가수와 모든 스텝들이 하나 되어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서로 상의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해보고 이러는 작품이고, 또 이게 또 기록이 남기 때문에 가수들이 많은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임하는 그런 타입이 되겠습니다.

유화정: 앞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호주 오페라에 획을 굵직하게 그으셨습니다. 마침 저희가 그때 공연으로 시드니 스튜디오에 모셨었는데요. 당시 시드니 하버 예찬이 대단하셨어요. ''아름다운 나도 보고 싶은데 내가 공연만 하고 있다"라고…

정호윤: 네. 그러니까 거기 가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아시겠죠. 원래 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 건너편에서 봐야 이 산이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거기 가서 보니까 왼쪽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보이고, 오른쪽에 하버 브리지도 보이고 말 도 안 되게 그림처럼 아름다운 거예요. 그때는 그래서 나도 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너무 로맨틱해 보였거든요. 그 장소가.

그런데 이후에 제가 공연했던 작품이 DVD로 정식 발매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우편으로 주문해서 사서 제가 직접 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원을 이뤘고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있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더라고요. 무대 세트도 좋았지만 무대 세트 말고 그 옆에 있는 자연환경이 이거는 뭐 돈 주고 살 수 없는 그림 같은 환경이잖아요. 정말 꿈같아 아름답고 로맨틱한 작품이었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유화정: 시드니 '한다' 공연에 이어서 '트라비아타'멜버른 아트 센터 데뷔를 2018년에 하셨는데요. 그렇게 되면 이제 4만에 같은 작품으로 같은 무대에 다시 서시는 거잖아요. 소감이 어떠세요?

정호윤: 그런데 제가 공교롭게도 2020년 1월에 런던에서 런던 로얄 오페라 코벤트 가든에서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하고 이제 저희가 알고 있듯이 팬데믹이 시작됐어요. 라 트라비아타는 매 해 카운팅을 해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으로 언제나 매 해 1위로 선정되는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저 또한 유럽에서 처음 데뷔한 해에도 라 트라비아타를 불렀었고요.

그런데 이제 제가 라 트라비아타 런던 2020년 공연 이후에, 그 해에도 칼렌더가 꽉 차 있었거든요. 공연이 꽉 차 있어서. 런던 공연 이후에 한국에서 공연이 잡혀 있어서 2주간 한국에 잠깐 방문하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서 이제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런 계획이었는데, 그 2주가 2년이 돼 버렸네요. 팬데믹이 시작돼서. 그런데 이제 팬데믹 이후에 제가 다시 처음 하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또 뜻깊기도 하고요.

또 이번에 같이 이번 공연에 지휘를 맡아주신 마에스트로 레나토 팔룸보 (Renato Palumbo) 분하고 제가 인연이 깊거든요. 제가 16년 전인 2006년에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에 처음 데뷔를 했습니다. 제가 아직 어릴 때죠 16년 전이면. 그런데 이제 세계 3대 극장이라고 부르는 비엔나 극장에 데뷔를 하는 데 그때 지휘봉을 잡으신 분도 이 선생님이셨어요.

정호윤: 그런데 그때는 워낙 유명한 마에스트로와 처음 비엔나에 데뷔하는 어린 가수가..

유화정: 네. 새내기…

정호윤: 네. 아직 새파란 가수가 이제 주인공을 맡으니 이 지휘자가 많은 걸 알려 주고 지도를 많이 해줬는데, 그때는 약간 선생님과 학생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사람이 처음 기억이 되게 중요하다고. 그때 그분도 저를 좋게 보시고 저를 아껴주셨는데, 저도 아직도 지금 이분을 뵈면 그때 저로 돌아가서 “마에스트로, 이 건 뭐예요. 이건 뭐예요” 묻고 또 질문하고 또 가르쳐 주시고 그런 관계가 아직도 되고 있고요.

그리고 또 호주에서 처음 라 트라아타 2017년에 할 때도 이분이 지휘를 맡아 주셨거든요. 이 분을 뵐 때마다 저는 기억이 좋거든요. 물론 굉장히 어려운 분이시긴 한데, 처음에 contract을 받고 이 분이 지휘한다는 말을 듣고 아 정말 기쁜 마음으로 사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Opera Australia La Traviata Sydney Opera House January 2017
Opera Australia La Traviata Sydney Opera House January 2017 Source: Opera Australia
유화정: 그렇군요. 그런데 2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어쩔 없이 공연을 마무리했어야 했던 코로나19가 2년이란 기간 장기화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잠깐이라 여겼던 많은 것이 일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특히 세계 예술 공연계는 최악의 빙하기를 겪으면서 많은 예술인들이 무대를 떠나거나 생계를 위해 악기를 팔아야 했다는 이런 안타까운 소식들도 접할 있었는데요. 우리 정호윤 테너께서는 어떤 시간 보내셨어요?

정호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2020년 1월에 런던에서 공연을 하면서 그때 뉴스에서 무슨 말이 나왔냐 하면 중국에서 이상한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 이런 얘기가 돌았는데 이게 이렇게 크게 될지는 사실 몰랐죠.  그런데 막상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니까 아 이게 심상치가 않구나 이게 그때 저는 빨리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이게 상당히 오랜 기간 최소한 2년은 갈 수도 있겠구나 직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돼 버려 안타깝네요.

저는 그때는 순간적으로 앞으로의 내 인생을 새로 설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 팬데믹 초반에는 그래도 여태까지 쳇바퀴 굴러가듯 맨날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제가 하고 싶었던 거, 또 어디 가고 싶었던 거 이런 못해본 것들이 많아서 차라리 제가 조용하게 가보고 싶었던 곳에 조용하게 한적한 곳에 여행도 가보고, 물론 사람 많지 않은 곳에 혼자서 그렇게 여행도 가보고…

유화정: 여유의 시간을 갖고 싶으셨던 거죠.

정호윤: 아 네 네. 저는 이 때는 충전을 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또 카페인이 목소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제가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는데, 커피를 배워볼까? 어차피 노래할 것도 아닌데? 그래서 커피를 배우기 시작을 했어요.

유화정: 아니 제가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겠네요. (웃음)

정호윤: 어우 저는 나름대로 많은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웃음) `그래서 한 6개월, 몇 달간 커피 로스팅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배우면서 너무 재밌는 거예요. 왜 그러냐면 음악하고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전 세계 수십 가지 커피들은 맨날 볶아도 보고 내려서 마시기도 해 봤는데 똑같은 커피를, 똑같은 기계로, 똑같은 온도와 시간으로 볶고 똑 같이 내렸다 생각을 해도 그 내린 사람의 내공이나 실력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너무 다른 거예요.

마치 우리가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하면 사실 이미 작곡된 작품이고 똑같은 오케스트라와 똑같은 홀에서 부른다 할지라도 부르는 가수의 실력과 역량에 따라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타나듯이 커피 또한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왜 그럴까 해서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이제 노래하는 거랑 대입을 해봤죠. 노래를 할 때는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 이렇게 표현했으면 좋겠다 상상력을 막 발휘해가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하거든요.

이제 그런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면서 커피에도 임해봤거든요. 어 그러니까 정말 다르더라고요. 내가 상상한 대로 결과를 냈을 때 기쁨이 굉장하더라고요. 그래서 커피를 통해서 또 음악적 소양을 좀 더 익혔다고나 할까요? 나름대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웃음)

유화정: 정호윤 테너님이 내리는 커피 향이 이곳 시드니까지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마침 이번에 방문하신 멜버른이 커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요. 바리스타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공연 사이사이 카페 탐방은 필히 하셔야겠는데요?

정호윤: 제가 그거 너무너무 기대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왔고요. 이제 사실 유명한 바리스타 대회가 호주에도 많이 있고요. 우승하면 되게 영예로운 것도 알고 특히 멜버른이 호주 안에서도 커피가 유명하다고 그래서 지금 너무 기대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어제까지 매일 연습이 좀 많이 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아직 커피 집을 제대로 탐방을 시작을 못했습니다. 이제 공연히 막상 시작되면 공연과 공연 사이에 쉬는 날들이 있으니까 그때 이제 탐방해야지 하는 기대가 아주 꽉 차있습니다.

유화정: 마에스트로 정명훈도 음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요리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요리책도 발간했지 않습니까. '요리는 지휘처럼-Dinner for 8'.  나중에 바리스타로도 성공하시면 '커피 칸타타 (Coffee Cantata J. Bach)'부르는 테너 바리스타, 나름 멋지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유화정: 다시 공연 얘기로 옮겨가 볼게요.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줄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해도 유명 아리아 '축배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작품인데, 화려한 의상, 볼거리, 웅장한 무대 연출로도 아주 유명하죠? 

정호윤: 전체적인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건데요. 제가 연기하는 Alfredo역은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귀족 청년이고요. 귀족이라고 해서 너무나 유명한 집안의 귀족은 아니고 평범한 아주 조용하게 지내던 그런 귀족이고, 이 공연의 여자 주인공인 Violetta는 아주 화려한 파리 살롱문화에 정점에 서있는 화류계에 요즘 말로 인싸 인 여성입니다. 워낙 높고 부유한 귀족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재력도 있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고 또 유명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외로운 사람이죠. 진실된 사랑을 갈망하고 진실된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외로운 사람이고 마음의 병이 깊은 사람이고, 또 실제로 몸에 병도 있는 것을 1막에 암시가 되어 있어요. 1막에서 제일 유명한 아까 말씀하셨던 ‘축배의 노래’ 가장 화려한 장면이거든요. 그 축배의 노래를 끝나자마자 갑자기 비틀거리다가 살짝 쓰러져요. 이제 그게 뭐냐면 끝에 병이 있는데 병이 깊어져서 마지막에 죽는다라는 걸 복선으로 깔고 있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이제 그 둘의 사랑이 잠시나마 소박하게 이뤄졌지만 어느 날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비올레타를 찾아와서, 간곡하게 둘 사이를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요. 그 간곡한 아버지의 부탁에 이 여성 비올레타도 감동을 받아서 거짓말로 알프레도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떠납니다.

그런데 알프레도는 그걸 굉장히 배신으로 느끼고 모욕감을 느껴서 나중에 굉장히 사람들 앞에서 비올레타를 귀족답지 못하게 아주 천한 방법으로 막 모욕을 주고 해서 사람들한테 욕을 얻어먹고 이러는 장면들도 나오거든요. 그러다가 이제 모든 사실을 알고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가 달려가서 사죄하면서 같이 파리로 돌아가서 우리 행복하게 살자 이렇게 얘기하지만 비올레타는 이미 병이 깊어졌고 사랑하는 알프레도의 품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 그런 내용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인기가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볼거리도 많고 아는 음악도 많기 때문에 귀와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있는데, 귀족들의 생활이 있고 귀족들의 고상한 것만 나타나진 않거든요. 극 중에서 막 술 취하고 하하하 그 고상함을 가장한 이런 파티도 나오고 이러니까. 눈으로도 화려한 파티와 의상이 나오고 귀에 아주 유명한 ‘축배의 노래’라든가 ‘파리로 가자(Parigi, o cara)’ 이중창 이런 것도 나오고 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사랑하고 즐기는 오페라가 되겠네요.
Stacey Alleaume and Ho-Yoon Chung in La Traviata, Opera Australia, 2022.
Stacey Alleaume and Ho-Yoon Chung in La Traviata, Opera Australia, 2022. Source: Jeff Busby
유화정: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여주인공이 병을 앓다 죽는 비극적인 결말 등은 푸치니 ‘보엠’과도 흡사한데요. 어떻습니까 각각 작품의 남주인공을 하셨는데, '알프레도'와 '로돌포' 캐릭터의 가장 차이점이랄까 음악적인 면에서는 어떻게 다를까요?

정호윤: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하고 라 보엠의 ‘로돌포’ 역은 그 젊은 청년이 한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각자의 이유로 이별하고, 또다시 그 여인을 찾아오지만 죽음으로써 영영 이별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점이 두 사람의 오페라의 배경이 프랑스 파리라는 것도 비슷해요. 그런데 라 트라비아타의 파리는 아주 상류계층의 러브 스토리이고, 또 라 보엠의 스토리는 뒷골목의 아주 가난한 사람들의 러브 스토리이고 그런 차이가 있겠네요.  그 캐릭터 상으로는 한 사람은 귀족이고, 한 사람은 아주 가난한 음악가이고. 이런 거가 있기 때문에 둘이 사랑하는 방식도 귀족은 약간 정제된 느낌 아니면 뭔가 고상해야 되는 그런 예의범절 안에서 움직이는 게 있다면 약간 라 보엠은 조금 더 원초적인 그런 차이가 있겠죠. 

그런데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라는 사람이 작곡을 했고, 라 보엠은 푸치니라는 사람이 작곡을 했는데, 베르디와 푸치니의 대표적인 작품들이거든요. 두 분의 작품이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차이가 많습니다. 라 트라비아타 같은 경우는 베르디 선생님은 아주 정제된 그 안에서 음악과 노래가 만났을 때 폭발을 하게하는 그런 케미가 있는 작품이고요.

푸치니 선생님의 작품은 약간 말초신경까지 자극해서 막 끌어 오르게해서 음악 자체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그러니까 푸치니 작품은 약간 더 원초적이에요. 그래서 이제 귀족적인 얘기보다는 일반 평민들의 사랑을 평민도 아니에요. 뒷골목 사람들의 사랑을 더 원초적으로 그린 것 같기도 하고요.

유화정: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던 알프레도가 2막인가요, 바닥에 쓰러진 비올레타에게 돈을 뿌리면서 모욕을 주기도 하는데, 생각에는 상반되는 감정 표현이 굉장히 힘들 같아요. 연기 또한 출중해야 같은데요?

정호윤: 네. 아까 잠깐 말씀드렸듯이 각 작품의 연출자가 어떻게 의도하느냐에 따라 그 캐릭터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져야 하거든요. 이번에 멜버른에서 올리는 알프레도의 캐릭터는 초반에는 굉장히 shy 한 사람이고요.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아주 소극적이고 뭔가 용기를 못 내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제 돈을 막 집어던지고 이런 장면이 2막 2장에 나오는데, 비올레타가 이제 자기를 배신하고 떠났다는 그 분노에 이걸 참지 못하고 그 여자 탓을 하면서 막 화를 내는 그런 거거든요.

저는 한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나는 그 사람이다. 지금 굉장히 부끄럽다. 나는 굉장히 지금 화가 나 있다. 난 지금 뭐 하고 있다” 이런 걸 굉장히 상상을 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들어가거든요. 그때는 제가 분노가 극치에 차서 초반부터 막 화를 내는 게 아니거든요. 굉장히 화가 나 있지만 귀족답게 그 걸 숨기려고 하고 있지만 눈에서 번뜩 번뜩거리면서 분노가 표출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제가 표현하는 것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참 좋겠네요.

그런데 이제 돈을 던지는 장면은 사실은 그게 귀족답지 못한 장면이거든요. 귀족은 아무리 여자한테 화가 났어도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모욕을 주거나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 약간 돌려서 해야 하는데 직접적으로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알아? “ 막 그러면서 화를 내고 “너가 나한테 돈 쓴 거 다 갚아버린다” 면서 돈을 얌전하게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모욕스럽게 집어던지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모습에 저한테 실망하면서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는 이제 제가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해서 너무 분노에 차서 (돈을) 집어던지려고 제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비올레타에게) “내가 너무 화내도 진심이 아니니까 이해해 줘” 그러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웃음)
Tenor Ho-Yoon Chung
Tenor Ho-Yoon Chung Source: Cho Moonsang
유화정: 아 이렇게 말씀을 듣다 보니까 저도 멜번으로 달려가서 트라비아타 보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솟는데요? 이번 공연에 대해 또는 앞으로의 계획 전하고 싶은 말씀 끝으로 주신다면요.

정호윤: 우선 당장 5월 4일부터 멜버른 오프닝 공연을 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을 이제 여기서 총 아홉 번 공연을 하게 됩니다. 공연 횟수가 많고 제가 이제 솔로 캐스팅이에요. 뭐 더블 캐스팅이 아니고 그러니까.

유화정: 혼자서 소화하셔야 하는군요.

정호윤: 네. 그러니까 제가 이제 건강을 잘 유지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저는 매번 공연을 이렇게 마음먹거든요. 이번 공연은 저번 공연보다 더 잘하자. 아니 그러니까 매번 발전된, 잘한다는 게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자. 이런 생각을 맨날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마음가짐이 있다면 전에 선보였던 라 트라비아타보다는 호주 관객들에게 훨씬 더 발전된 모습으로 선보이고 싶은 게 제 꿈이고요.  

그리고 아직 사실은 팬데믹이 끝났다고 볼 순 없잖아요. 이미 공연 연습 중에도 동료 중에 이제 확진돼서 이 공연에서 빠진 친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동료들과 스태프들도 물론이지만 또 이 공연을 보고 싶어서 찾아와 주시는 관객들도 안전하고 즐겁게 관람하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화정: 알프레도가 부르는 '어느 행복한 날에'라는 아리아도 있는데요. 정호윤 테너님께 좋은 운이 따르는 '트라비아타' 이번 멜버른 공연 역시 멋진 무대로 이끌어 가시리라 믿고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호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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