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외신이 주목한 한국 만 나이 통일법… "하루 밤새 젊어졌다"
- 손흥민 나이에 전 세계 관심 폭발… "우승 도전할 1년 추가"
- 음주는 몇 살부터, 칠순 잔치 언제?…만 나이 통일 시행 혼란
- 취학,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정년, 연금 수급은 기존대로
한국의 '만 나이 통일법'이 정착까진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난달 28일 한국의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자 주요 외신은 한국이 하루 밤새 한 두 살이 어려졌다며 ‘만 나이 통일법’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집중 조명했습니다.
영국매체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의 새로운 한국식 나이 계산법에 주목했습니다.
관련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첫날 세계 각국에서 큰 관심이 쏟아졌는데, 주요 외신 보도 내용들을 먼저 살펴보죠.
유화정 PD: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를 먼저 보겠습니다. 가디언은 "한국은 시간을 되돌려 사람들을 젊게 만들었다. 저도 가입시켜 주세요"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누군가가 당신의 나이를 2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상상해 봐라. 당신이라면 덤벼들겠지" 라며 "한국 정부는 시민들에게 젊음이라는 선물을 주었고 그들 모두를 하룻밤 사이에 한 두 살 더 젊게 만들었다”고 흥미로운 보도를 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BBC는 한국의 기존 나이 계산법을 '강남스타일’로 한류 열풍의 뉴 패러다임을 일으킨 주인공 가수 싸이의 나이를 예로 들어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죠?
유화정 PD: BBC는 '한국인들, 나이를 세는 새로운 법에 따라 더 젊어진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기존 나이 계산법을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1977년 12월 31일생인 가수 싸이를 예로 들며 그가 만 나이로는 45세지만, 연 나이로는 46세, 한국 나이로는 47세라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그동안 한국은 전통 셈법에 따른 '한국 나이' 외에 '만 나이'와 '연 나이' 등 총 3개의 나이 계산법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했는데요.
"한국의 기존 나이 계산법은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고 1월 1일에는 무조건 1년을 얻는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다음 날에는 두 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만 나이 통일'에 호주 언론들도 흥미로운 시선을 보였는데, 호주에선 어떤 점들이 부각됐나요?
유화정 PD: 먼저 9 News는 한국의 만 나이 통일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5,100만 명 이상이 적어도 1~2년 젊어진 자신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호주 공영 ABC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 28일 한국의 나이는 전통적 방식을 대체하고 국제적 방식으로만 적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이 시행되면서 오늘 한국인이 한두 살 젊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ABC는 그러면서 전통적인 한국 나이 계산 방법은 누군가가 달력으로 몇 년 동안 살아왔는지를 계산한다며, 중국 일본 베트남과 같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통적인 연령 계산 방법을 비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은 1950년대 국제 나이 체제를 정식으로 채택했고, 북한도 1980년대에 채택했다고 비교적 상세히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매체들 역시 한국의 만 나이 통일 관련 뉴스를 특보로 다뤘는데, 특히 나이 만 나이 통일법 도입을 가져온 배경과 취지를 자세히 설명했다고요?
유화정 PD: 뉴욕타임스는 '하룻밤 사이에 더 젊어진 일부 한국인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그동안 한국식 나이 계산법은 건강, 노동 등 특정 분야에서 한국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만 나이 통일법은 이러한 혼란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만 나이 통일법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인은 태어나기 전 임신 열 달을 나이에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보다 보통 한 두 살 더 나이가 많다며 "이런 관습을 가진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시사했습니다. 타임은 그러면서 이런 나이 셈법은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사회환경과 직장에서 널리 사용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맥락에서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조차 몇 살인지를 먼저 묻는다며 한국에는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서와 같이 한국의 만 나이 통일법이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계층이 높다는 한국의 위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BBC는 한국 사람들의 행동에는 잠재의식적인 연령층이 있고 이것은 나이에 따른 복잡한 언어 체계에서도 명백하다며 한국의 기존 나이 계산법 폐지와 국제 표준의 도입이 과거 오래된 유물들을 제거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카타르 알 자지라는 먼저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더 존경을 받으며 나이에 따라 사회적 계층에서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나이는 한 사람의 상대적인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떤 호칭과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지시한다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 사람의 나이를 모른 채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보통 그들이 몇 살인지 정확히 말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나 만 나이 통일법의 도입으로 특정 학년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나이로 간주돼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Tottenham Hotspurs' Son Heung-min with the Premier League Golden boot award after their English Premier League soccer match against Norwich City at Carrow Road, Norwich, London, Sunday, May 22, 2022. Credit: Nigel French/AP/AAP Image
유화정 PD: 더 선과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주요 매체들은 30일 "토트넘 스타 손흥민은 특이했던 한국의 나이 세는 방식이 바뀐 뒤, 하루아침 새 공식적으로 한 살이 어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스카이스포츠의 경우 인스타그램에 손흥민은 2023년 6월 28일까지 31세였는데, 2023년 6월 29일부로 30세가 됐다고 소개했는데 이에 팬들은 '좋아요' 32만 개 이상을 누르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통상적으로 스카이스포츠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달리는 '좋아요' 개수가 1만~10만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관심인데요.
게시글에는 "어려진 손흥민의 가치는 최소 500만 파운드(83억 원)가 올라갔다", "손흥민에게 우승 트로피를 도전할 수 있는 1년이 더 추가됐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진행자: 세계 각국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지만 만 나이 통일 법 시행 2주 차에 들어선 지금 여러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 정책상 연 나이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죠?
유화정 PD: 법적·사회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지만 그러나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연 나이가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착까지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대표적인데요. 청소년에게 주류·담배를 판매할 땐 '만 나이 통일법'이 아닌 연 나이 19세 미만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됩니다.
병역법 역시 연 나이 기준 19세가 되는 해 병역판정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연 나이 7세인 취학 의무 연령 역시 바뀌지 않습니다.
이외에 연금 수급시기, 정년, 공무원 시험 자격 연령등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법제처는 이렇게 예외인 법들도 만 나이 통일법에 맞추도록 개정안을 발의해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때는 '만 나이 완전 통일법'이 되겠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상에서는 오랫동안 세는 나이를 주로 써온 만큼 당분간 혼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연령이 높은 어른들의 칠순 팔순 잔치를 언제 하느냐 이런 문의들도 나온다고 해요.
유화정 PD: SNS상에는 "30개월 딸에게 감기약을 먹이다가 새삼 고민에 빠졌다"며 "만으로 2세, 한국 나이 4세인 딸에게 감기약을 얼만큼 먹여야 할지 아리송하다. 감기약 복용량 표시도 만 나이인지 한국 나이인지 확실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도로명 주소가 2014년 변경됐지만 사용 10년이 다 되었어도 아직까지 도로명 주소와 옛 지번 주소가 함께 쓰이듯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됐어도 아직은 어색한 만 나이가 일상에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외신에 비친 한국의 만 나이 통일법, 그리고 시행 이후 시민들의 반응 등을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