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호주 교유당국은 학교에서 국정교과서, 검정 교과서 혹은 인정 교과서 등을 교과서 사용 자체를 강제하지 않습니다.
교육당국은 전체적인 커리큘럼에 근거한 실라부스 즉 교과 내용에 대한 틀만 제시하죠.
즉, 구체적인 교육 자료나 수업 계획은 학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부분이 큰데요. 그런데 최근에 교사들이 학습 자료를 찾기 위해 무분별한 조사 방식을 사용하고, 지나치게 인터넷 자료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교과서 의무화가 해답이라는 목소리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주 교육 대해부에서 자세한 이야기 함께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안녕하세요.
사실 멀티미디어 활용이 필수인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학교에서 인터넷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구체적으로 현재 문제로 언급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교과서는 왜 필요할까?
- 수업 내용의 학교 별 과도한 재량권
- 수업 자료의 과도한 인터넷 검색 자료 의존
- 교사들의 무분별한 조사 방식
- 수업 질 저하 초래
이수민 리포터: 네, 뉴사우스웨일즈 주 의회 교육위원회가 최근 학교에서 교과서 사용이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는데요. 이 교과서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로 교사들이 학습 자료를 찾기 위해 무분별한 조사 방식을 사용하고, 포털사이트와 같은 인터넷 검색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는 점이 지적이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이 학교별로 상당하다 보니까 교육자료에 대한 질적 저하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교사들의 자질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책만 보고 수업하라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리포터: 네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현재 교육위원회의 입장은 일단 어느 정도 교육과정에 대한 일종의 질 관리, 다르게 말하면 검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교과서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로 또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주 학교들의 교육내용에서 기존의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하는 문화운동을 일컫는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련된 내용들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인데요. 이러한 주장이 나온 계기는 최근 정부에서 실시한 NSW 주 교육과정 리뷰와 관련된 보고서서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커리큘럼 리뷰’ 라고 해서 교육전문가들이 현재 주 학교들의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방식의 리뷰인데요. 주의회 교육위원회 회장인 원내이션당의 마크 래이덤 의원은 이 커리큘럼 리뷰에 대해 독단적인 실험적인 이론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주의회 교육위원회가 커리큘럼 리뷰와 별개로 자체적으로 NSW 주의 교육과정을 검토한 건가요?
리포터;네, 커리큘럼 리뷰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나오고 뒤이어 주 교육위원회에서 다시 주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를 한 거라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이 교육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번 주 내 의회에 상정될 예정인데요, 이미 래이덤 의원과 정부 구성원들은 이에 대해 모두 승인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원내이션은 극보수당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당인데, 다른 당들의 의견은 갈릴 수 있겠는데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특히 이에 대해 노동당의 의견은 내부적으로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노동당의 한 의원은 해당 리포트를 지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진보당인 녹색당 의원인 데이빗 슈브릿지 의원의 편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교육위원회에서 주장하는 내용들과 쟁점들을 추가적으로 더 설명해 주시죠.
리포터: 네, 교육위원회의 보고서는 NSW 주 학교 시스템이 상식적인 현실에 대한 시각을 잃고 있다며, 양질의 교육자료들, 특히 교과서와 같은 자료들이 교육효과를 높을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러한 보고서의 제언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기도 한데요. 교사들이 SNS 나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교육 자료를 쉽게 검색하고, 이에 대한 질적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반면 교육관계자들은 반대의 시각 역시 보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특히 교사들의 경우 자율성을 사수하고자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리포터: 네, 뉴사우스웨일즈 주 중고교 교장 위원회의 크레이그 피터센 회장은 교과서가 NSW 주 교실에서 종종 이용되곤 했지만 결코 의무가 아니었던 데 다 이유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왜냐하면 교과서를 의무화 하는 것이 수업 방식에서의 유연성을 감소시키고 교사들이 여러 수업 분야들을 연계시켜서 수업하는 일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다시 말해 교사들의 자유로운 수업 구성과 설계를 증진시키려면 교과서가 의무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군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또 학교들은 교재나 교육 자료를 학교 차원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고를 수 있는데요, 이는 또한 학생들에게 친숙한 학교의 지역적 특성을 수업 내용에 반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어 학생들의 능동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나 지리 과목, 사회 과목을 배울 때 학교 인근의 시설이나 환경 혹은 유적지와 연계를 해서 가르치면 훨씬 더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수업제공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반면 교육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자율성을, 일부 수업주제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교과서 의무화를 통해 대폭 감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군요.
리포터: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교과서를 사용해 현재 학교 수업 계획서에 포함된 많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정치적 운동 관련 내용들 제외시킴으로써 수업 내용을 평준화하고, 또 근본적으로 역사 과목 같은 경우 학교별로 다양하게 가공된 자료를 사용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실 기반 수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역사 과목 같은 경우는 너무나도 많은 시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특정 관점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나오고 있는 건가요?
리포터: 네, 결국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특정 사고를 학생들에게 주입한다는 위기의식인데요. 교육위원회의 보고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증명되지 않은 정치적 이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마스터스 교수 팀의 커리큘럼 리뷰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보인 이유가 바로 마스터스 교수가 이와 반대되는 권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커리큘럼 리뷰를 통해서 마스터스 교슈는 학교들의 수업계획서 내용을 줄이고 교사들에게 과목들을 더 깊게 가르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자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다시말해 ‘시간 제한 없는’ 수업계획서를 제공함으로서 학생들이 본인의 고유한 학습 속도에 따라 수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다소 획기적이고 진보적인 방식인데요. 이를 통해 HSC 중심의 획일화된 학습이 아니라 고등학교 수업 내용에 더 많은 현실적인 교육과 직업선택 관련한 내용들에 대한 중점을 두자는 것이 요지입니다.
진행자: 즉 자율성을 더 확대하고 더 나아 학생 개인별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주의회 교육위원회는 이에 강력하게 비판적인 입장인 거군요. 대립구도의 실마리가 이제 풀리네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교육위원회의 보고서는 이와 같은 ‘시간제한 없는’ 수업방식에 대해 증거 불충분이라고 반박하며, 마스터스 교수의 권고안이 교수 자신의 세상을 보는 시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개인적인 결과물이라고 폄하했습니다. 반면 마스터스 교수는 자신의 보고서가 교육 관련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간의 몇 달 간의 논의와 컨설팅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밝히면서, 보고서를 뒷받침하는 국제적인 연구 결과 및 다양한 자료들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결국 교육 과정에 어떤 것을 포함해야 하는지는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자라나를 결정하는 정말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신중하고 사려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어쨌든 교육위원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로 교과서가 의무화가 되면 교과서에 담길 내용은또 어떻게 구성될지 상당히 큰 과제와 또 논쟁거리가 생길 텐데,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