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PD: 모나시 대학 언론정보학과의 한길수 교수가 최근 집필한 저서 <한국의 계산적 민족주의: 21세기 민초들의 정치, 경제민주화 운동>에서는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민들의 지속적 노력을 보여주는 면면들을 주요 사건을 통해 분석하고 있으며, 자유, 평등, 평화, 화합과 인권 개선을 추구하기 위한 민중들의 외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진보적 시민들이 바라는 민족주의를 고찰해 보는 시간 마련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 2부로 이어 갑니다.
다음은 한길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조은아 PD: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국가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도화선이 된 건데, 그 같이 총궐기의 형태로 나타난 데는 그 저변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한길수 교수: 네, 정치에서 민심만큼 무서운 건 없는 게 확실합니다. 다수의 득표를 얻고 당선된 대통령이지만 기대치에서 너무 벗어나면 탄핵됩니다. 민주주의가 작동했다는 것이죠. 여러 가지 음모론보다는 대통령의 딸로서 정치 경력은 있었지만 대통령 자질이 안 되는 사람으로서, 비선실세 등용, 정유라 입학비리, 뇌물 등을 민초들이 내 친 사건입니다. 아니, 지금이 봉건시대나 왕정시대가 아니잖습니까?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민초들의 원초적인 인권, 시민권에 대한 기대치를 파기한 겁니다.
조은아 PD: 앞서 1부에서부터 하신 말씀을 종합해 보면, 결국 현 한국 사회에서는 민족 단위가 아닌 개개인의 바람이나 이해 득실 여부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화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요?
한길수 교수: 네, 사회 변화의 원동력은 매우 다양할 텐데 개개인의 바람이 그중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개개인이 모여서 민족국가가 되지 않습니까? 개인이 없이 민족은 있을 수 없고, 민족이 없으면 개인도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나라와 민족이 잘된다면 개인은 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이제부터는 개개인 민초들이 만족하고 잘돼야 나라와 민족이 잘되고 국가의 번영에도 의미가 있다는 접근입니다. 한 마디로 사회의 구조적, 문화적 변화는 나 개인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민들이 힘을 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은아 PD: 책에서 4.19 혁명, 6월 항쟁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눈에 띄게 성장을 했지만 엘리트 계급 또는 지배 계급의 민중 억압은 여전하다고 보는 것 같은데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상사의 갑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가요?
한길수 교수: 네, 극심한 문화 지체 현상이라고 보겠습니다. 끊임없이 역사에서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권력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무릎꿇리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기업가는 사원들의 노동을 착취해서 내 주머니를 채운다는 악습말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악입니다. 권력은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라고 주어진 잠시 동안의 힘입니다. 경제력은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고 적당한 휴식을 하며 살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보라고 주어진 잠깐 동안의 특권입니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습니다. 그런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조은아 PD: 과거와는 달리 민주적, 경제적 발전이 이뤄진 한국 사회에서 개개인의 바람 또는 열망이 중시되고 있어 계산적 민족주의가 자연적으로 현 한국 사회에 분명한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요, ‘계산적’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느낌 때문에 자칫 잘못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계산적 민족주의가 개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하나의 민족 국가로서 지속되는 데 요구되는 것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요?
한길수 교수: 네, 계산적 민족주의가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말씀에 동감입니다. 그동안에는 기득권층을 위한 민족주의가 계속 힘을 받았는데, 그러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다 보니까 그렇습니다.
개인과 국가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가 있듯이, 개인의 계산적 민족주의는 민족국가의 존립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 하는 질문은 한 국가의 존속 또는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산적 민족주의가 독재자에게는 귀찮은 일이지만, 건전한 대의 민주정치에서는 꼭 필요한 원동력입니다.
조은아 PD: 책에서 정치, 경제적 엘리트 계층 혹은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국민을 착취하고 있어 하향식 민족주의(top-down nationalism)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고 언급하셨는데요, 현재 계산적 민족주의를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요? 그렇다면 한 국가로서 지향해야 할 주의는 무엇일까요?
한길수 교수: 하향식 민족주의는 국민들을, 시쳇말로 개, 돼지 취급하는 겁니다. 정치가와 경제엘리트는 모든 국민들도 그들과 동일하게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경제적으로도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정치인이고, ‘내’가 재벌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극히 원시적이고, 반지성적이고, 무지한 그런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민초들을 무시하는 하향식 민족주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상향식 민족주의보다는 민초들의 원하는 것이 최대한 반영되는, 소통의 과정속에서 상향식과 하향식이 원만한 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조은아 PD: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의 현 주소는 어디일까요?
한길수 교수: 저는 호주에 살며 연구하면서 한국 민족의 위대함과, 그들의 취약점도 봅니다. 정치는 사람의 인권, 생명, 자연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안 그러면 그 후폭풍을 반드시 치루게 됩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청소년 후반기 즈음에 있다는 겁니다. 이제 안정된 중년기로 들어서야 하는데 앞으로의 5년에서 10년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의 미래를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기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가 유권자를 위해 정치인을 감시해야 하는데, 한국의 언론지표가 최하위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엔 먹구름이 끼고, 소나기가 오고, 천둥이 치지만, 그 너머에는 밝은 태양이 있습니다. 그 태양의 햇살을 몰고올 민초들의 위대한 지혜를 신뢰하며, 희망의 끈을 잡고 있습니다.
READ MORE

[1부] 계산적 민족주의…현대 한국 사회 달라진 민족주의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