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국립대의 김형아 교수는 지난 2008년 12월 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학술지 '저널 오브 컨템퍼러리 아시아(Journal of Contemporary Asia)' 온라인판에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와 한국 내 노무현 현상'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25쪽짜리 영문 평론(commentary) 가운데 17쪽이 노 전 대통령과 진행한 수 시간 동안의 인터뷰 내용으로 이뤄졌는데요.
인터뷰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과 민주주의,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한일관계, 한국의 미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인터뷰 첫머리에서 자신의 탈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정부 구조와 한국사회의 변화에 미친 영향, 임기 중 민주주의의 진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역사의 진전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으로 임기 동안 중요한 성취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임기가 끝나고 돌아보니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의 3대 요소로 ▲권력층의 규범 준수, 즉 법의 지배 ▲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 ▲ 자유와 평등을 꼽으면서 "민주주의의 진전을 진정으로 원했지만,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진전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 교수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당선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것의 중요성을 잘 품지 못해 후회된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내 안에 많은 회의(doubts)와 많은 갈등(conflicts)을 가진 사람으로. 나 또한 확신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형아 교수는 이번 인터뷰 공개를 미룬 것은,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 동기나 자살 등에 따른 편견이 아니라 그 자체의 가치에 따라 판단돼야 하고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