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맛이 있어야 하고, 옷은 몸에 맞아야 하고, 페인트는 칠하는 곳에 색깔이 어울려야합니다. 헌책을 파는 것은 다른 물건을 파는 것과 다릅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건 책을 파는 사람들은- 그것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탄광촌 작은 마을의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의 주인 웰치 부부의 말입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 애팔래치아 산맥에 위치한 인구 5400명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은 동네 어디든 석탄가루가 묻어나는 탄광촌입니다. 풋볼 경기와 고등학교 동창회가 마을의 가장 큰 이벤트일 정도로 한적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곳에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들어섭니다.
도시에서 온 부부가 고택을 매입하고 헌책방을 연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은 책방 하나 없는 마을에 책방이 생긴다는 것에 반가워하면서도 뒤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수군댔습니다. 주민들은 언제 개점해요?"라고 묻지만 속으론 '1년도 못 버틸 걸, 게다가 돈 벌면 곧 떠나겠지 하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헌책방의 사명을 내걸었습니다. '헌책 판매가 돈 벌기 어려운 장사임을, 그것이 일종의 신성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이 모든 일이 고객과 우리 모두 즐겁고 유쾌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함을 명심하자. 그리고 부부는 실천했습니다.
글쓰기 모임, 뜨개질 모임, 소규모 콘서트.. 작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알찬 행사들로 인해 책방은 어느덧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됩니다.
새로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기 시작한 작은 모임들은 책방이 문화회관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가 하면, 헌책방이라는 장소의 특성 덕분에 가지각색의 사연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책이 쌓여 가니 사람에 얽힌 이야기도 쌓여 갔습니다.
책을 팔러 온 사람은 책과 함께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한 남자는 죽은 아내의 책을 팔고, 다른 남자는 바람난 여자친구가 남긴 책을 팝니다.
책 사러 온 사람도 마찬가지. 한 남자는 어린이용 고전을 고르더니 "집이 불타 책도 사라졌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이라 새로 사서 꽂아 두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뭉클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부부는 '땅꼬마'란 별명을 가진 단골 노인을 반기지 않았는데,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늘 시끄럽게 떠드는 수다가 불편했습니다. 땅꼬마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 찾아온 딸은 "아버지를 인간으로 존엄성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고 전합니다. 땅꼬마는 문맹인 퇴역군인이었습니다. 그는 똑똑한 헌책방 주인이 친구인 걸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이지요. 책을 읽지 못하는 땅꼬마는 헌책방에서 산 책 대부분을 재향군인회에 기증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부부의 열정이 폐광촌 마을과 주민들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삶도 바꾸었습니다.
라디오 북클럽 오늘은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있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을 찾아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