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 황월금 씨, 매일 아침 손주들과 노란 버스를 타고 등교합니다. 70세인 월금 씨의 학교 친구들은 그녀의 손주뻘입니다.
평생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월금 씨는 60년 전 친구들이 학교에 서둘러 가는 모습을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던 것을 기억합니다. 학교에 가는 것 대신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고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던 그녀는 결혼해 낳은 자녀 여섯을 모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진학시켰습니다.
월금 씨는 다른 엄마들처럼 자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올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입학 연령대 학생이 턱없이 부족한 한 지방 학교가 폐교를 막기 위해 글을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입학을 허가한 것인데요,
한국의 출산율은 최근 몇 십년 동안 급감해 왔고 작년 합계출산율은 1.0명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출산율로 가장 큰 타격을 보는 곳은 지방입니다. 젊은 부부들이 더 나은 직업을 찾아 대도시로 떠나면서 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황월금 씨가 살고 있는 강진의 대구 초등학교 역시 학생수가 급감해 현재 전교생은 단 22명에 불과합니다.
96년 역사를 가진 대구 초등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교장과 지역 주민들은 읽고 쓸 수 있길 바라는 노인들을 등록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Hwang Wol-geum, 70, left, and Kim Mae-ye, 64, share snacks with students. Source: The New York Times
이 지역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젊은 부부들에게 학교의 생존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월금 씨와 56세에서 80세 사이의 다른 7명의 여성이 입학을 자처했습니다.
지역 교육 관할부는 해당 아이디어를 환영했고 월금 씨는 지난달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것은 항상 꿈이었던 월금 씨는 등교 첫 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75세의 박정심 씨는 마을에서 문어잡이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베테랑입니다. 하지만 요즘 그녀의 관심은 온통 학급에서 뒤지지 않는 것입니다.

Hwang Wol-geum, 70, Kim Mae-ye, 64, and Park Jong-sim, 75, dance to a children's song. Source: The New York Times
죽기 전 꼭 쓰는 법을 배울 겁니다. 관공서에 갈 때마다 어떤 기분인지 다른 사람들은 모를 거에요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심 씨는 공책에 집중하면서 눈을 깜박이고 안경을 들어 올려 피로해진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 일쑤입니다. 정확히 발음하는 것, 글씨 연습을 하는 것 모두 쉽지 않은데요,
정심 씨는 “기억력 저하는 물론 손과 혀 등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죽기 전 꼭 쓰는 법을 배울 겁니다. 관공서에 갈 때마다 어떤 기분인지 다른 사람은 모를 거에요, 직원들은 양식을 작성해 달라고 하는데 제가 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름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정심 씨는 8살 때 아버지를 여읜 후 학교에 가는 꿈은 멀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그녀는 미역을 채취하고 누에를 치며 모시 수확을 해야 했습니다.
수십 년 전 한국 가정들은 없는 형편이지만 아들들의 교육에는 힘쓴 반면 딸들은 집안 일을 하거나 어린 자녀를 돌보는 일을 할 것이 기대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Hwang Wol-geum, 70, and her granddaughter, Soo-hee, arrive for classes. Source: The New York Times
문맹은 성인이 된 후 많은 수치심을 안겨줬습니다.
이제 월금 씨와 다른 여성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하기로 다짐합니다.
월금 씨는 이미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마을 부녀회 회장직에 출마할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출마를 권하고는 했지만 항상 거절했는데 이는 잃고 쓸 줄 알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SOURCE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