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학교 성교육 '구태의연, 중구난방, 고리타분'...개혁 요구 분출

Sex Education

One scene from Netflix series 'Sex Education' which looks into the reality of sex education at schools Source: Netflix

새학기 시작과 함께 호주 각급 학교의 성교육이 구태의연하고 중구난방 식이며 학생들에게는 "고리타분할 뿐이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개혁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진행자: 호주 내 학교들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이 학생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에 대한 구시대적 접근을 벗어나 포괄적인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넘어야 할 여러 장애물들도 존재합니다. 오늘 교육대해부에서 자세한 이야기 함께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합니다.사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을 떠올리면 많은 학생들이 아마 ‘고리타분하다’ 거나 ‘지겹다’ 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더군다나 요즘처럼 휴대폰을 통해서 무궁무진한 시청각 자료를 접하고 있는 젊은세대를 생각해보면, 학교 성교육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수민 리포터: 네,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호주 내 10대 청소년 약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교육 관련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현재 호주 내 성교육은 학생들이 실제로 겪는 경험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동성애와 트렌스젠더 등 성적 마이너리티 그룹을 뜻하는 LGBTQI 집단을 학교 성교육 커리큘럼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성교육 같은 경우는 수학이나 영어처럼 필수적인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교육기관들의 관심도가 덜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국가에서 지정하고 있는 교육과정이 존재하나요?

이수민 리포터: 네, 호주는 국가적으로 통용되는 기본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은 연방정부가 중앙집권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아닌 각 주별로 책임지고 관리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각 주별로 주정부의 통솔 하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국가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성교육도 마찬가진데요. 이러한 주정부별 교육 시스템의 존재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호주 내 성교육을 도입하고 실시하는 것이 각 스테이트와 테리토리 별로, 학교 별로, 심지어는 교사 별로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진행자: 자율성이라는 장점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결국 중구난방이라는 뜻도 되니까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라트롭 대학교에서 성건강을 연구하는 크리스토퍼 피셔 박사는 이처럼 서로다른 짜집기식 교육방식이 호주 내 성교육 형태를 잡동사니로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피셔 박사는 5년 단위로 실시되는 국가 설문조사인 청소년과 성건강 설문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최고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피셔 박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성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성교육 관련 전문가인 재클린 헨드릭스는, 호주의 성교육은 미온적이며 해석에 열려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학교마다, 그리고 교실마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에 있어서 너무나 많은 간극과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또한 학교에서는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교육 단위만 이행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열심히 다양한 방식으로 성교육을 풍부하게 제공할 동기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실제로 고학년으로 갈수록 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학생들도 더 늘어나기 때문에 단계별 교육이 꼭 필요할 텐데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국가 설문조사인 2018년도 학생 성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10학년에서 12학년 학생들의 47퍼센트가 성경험이 있고, 이 중 55%는 12학년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문담당자는 학생들이 성경험을 하는 대부분이 성적 호기심과 만족감 때문이지만, 학교 성교육에서는 성행위를 자녀를 가지기 위한 행위로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는데요. 어린 시기에 성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이유를 학교 성교육에서는 전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죠. 또 성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상대방과 건강하게, 서로 존중하며 관계를 다져 나가는 법을 알려주는 건데요. 어떻게 보면 서로 배려하는 법이나 인성교육역시 포함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부분도 교육과정에 포함이 되고 있나요?

이수민 리포터: 네 좋은 지적이신데요. 결국 성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궁극적으로 상대방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동성에게 끌리는 경우나 성적 다양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성적 맥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대부분의 학교 성교육에서는 이성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물학적인 정보전달이나 건강상의 주의사항을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고민이나 어려움, 호기심 등에 대해서는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앞으로 호주 내 성교육을 조금 더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바꿔 나가려면 어떠한 부분들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네, 전문가들은 일단 성에 대해 무조건 감추거나 숨기는 것이 아니라 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가짐과 시선이 성교육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성이라는 주제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에서 조심해야 할 점 위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체가 구시대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입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은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장기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성이라는 주제 자체가 긍정적이고 즐거운 것이라는 시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또 건강한 관계 맺기에서 중요한건 상대방을 존중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관해서도 성교육 커리큘럼이 더 구체적으로 보완이 되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특히 예를 들어 성관계 시 상대방의 동의에 대한 중요성 같은 교육은 정말 현실적으로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인데, 많은 학교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무게를 두지 않고 교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지난 25년간 꾸준히 대략 4분의 1 정도의 젊은이들이 원치 않은 성적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신고하고 있는것으로 관련 통계상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러한 꾸준한 수치가 의미하는 건 결국 학교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교육이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성적 행위에서 상대방의 동의가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것을 교육과정상 철저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빅토리아 주에서는 존중하는 관계 맺기에 대한 교육을 성교육 커리큘럼에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고 하던데요.

이수민 리포터: 네, 빅토리아 주의 경우 국가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개별 학교와 교사들이 어떤 내용들을 가르칠지에 대해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빅토리아 교육부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내 학교들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생들 본인의 몸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몸이 변해가는지, 2차 성징과 사춘기 등에 초점을 두어 성교육을 진행하고요, 하이스쿨부터는 안전한 성관계와 피임법, 건강한 관계 맺기와 도움 청하기 등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마주할 만한 문제와 해결법 위주로 성교육이 실시된다고 합니다. 또한 존중하는 관계 맺기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각 학교에서 의무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이는 가정폭력 등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폭넓은 상황을 포괄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또 하나 생각이 드는건 요새 학생들은 다 인터넷에 너무 친숙한 세대잖아요?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 검색으로 원하는 자료에 다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성교육이 기초적인 정보 전달 위주로 진행된다면 학생들이 굳이 학교 성교육에 의존할 이유가 없어질 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보여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실제로 국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젊은층에서 온라인을 통해 성건강 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는 지난 2013년에 비해 2018년에 약 80%로 두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이처럼 디지털 기기 사용에 친숙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이에 맞는 성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비디오나 실습도구를 활용해 실시하는 성교육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이나 소프트웨어 게임 형태로 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현재의 젊은층들에게는 더 높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 또한 현재 호주 성교육의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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