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모든 것은 축구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 드리는 시간 축구통입니다. 오늘도 이준형 축구 전문 리포터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리포터: 안녕하세요?
진행자: 네. 오늘 저희는 최근 중국에서 해산된 연변 축구단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본다고요?
리포터: 네. 중국의 연변.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곳을 연고지로 하는 연변 축구단. 메인스폰서인 부덕 생명이 경영난을 겪으며 세금을 체불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불똥이 축구단에게까지 튀어서 해산됐습니다. 연변 부덕은 중국 축구가 프로화로 발전한 후 처음으로 세금 미납 문제로 인해 해산한 클럽으로 기록됐습니다.
진행자: 저번에도 비슷한 경우를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는 시민 구단으로 전환돼서 살아남았잖습니까?
리포터:네. 저번에 말씀드린 텐진 구단처럼 부도가 난 구단을 정부에서 다시 인수해서 시민구단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단 프런트와 옌볜시 당국이 매우 사이가 좋지 않아서 자치주 체육국이 인수를 거부하면서, 결국 해체를 했다고 합니다. 사실 연변은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을 오가면서 여러번 해체위기에 처했지만, 열렬한 지역 팬심으로 살아남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위기를 넘기지 못해서 해체를 했습니다. 이렇게 구단이 해체되면서 64년 역사를 가진 옌볜 푸더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연변 축구팀 사실 우리 감독이 이끄는 팀이었다고요?
리포터: 네. 황선홍 감독이 올해부터 연변 구단을 이끌고 있었는데요. 한 순간에 실직자가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연변엔 윤빛가람선수도 있지만 군문제때문에 현재는 상무상주에서 뛰고있는데요. 제생각엔 오히려 소속구단이 해체됨으로써 원소속팀이 없기때문에 군복무를 끝내면 이적료없이 다른구단에 입단이 가능합니다. 윤빛가람선수로선 좋은일이겠죠? 해체는 확정되었지만 이후 연변 푸더 프런트들과 서포터들이 새로 연변 FC를 창단해서 중국 3부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재창단된 연변 FC가 2부리그로 올라오면 공식적으로 승계를 선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되면 64년의 역사를 이어갈수있죠.
진행자: 앞서서도 말씀하셨지만 64년의 역사…대단합니다. 그런데 이 팀 선수들의 대부분이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라고요?
리포터: 연변축구팀은 역사가 오래됬습니다. 황해나 다양한 영화에서 연변이라는 도시를 많이 들을수있죠? 중국 연변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곳이고. 중국 동포가 굉장히 많이 살고 있는 곳이죠. 한국에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는 팀이었지만 연변FC는 중국 내에서 중국동포의 애환을 달래주는 팀으로 꾸준히 그 역할을 다했습니다. 1955년 중국동포들이 주축이 돼 길림FC라는 이름으로 창단된 이 팀은 1965년에는 박만복 감독의 지휘 하에 전국제2차운동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당시1부리그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인정받는 강팀으로 발 돋움했다. 이듬해에 문화대혁명으로 선수들과 감독이 대거 숙청되는 등 팀에 큰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문화대혁명 이후로도 그럭저럭 평범한 팀으로만 남았습니다.
진행자: 네.그래도 축구가 활성화 되지 않았던 중국에서 계속 이어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네요.
리포터: 1994년에는 삼성그룹의 후원을 받으며 길림삼성으로 팀 이름을 바꿨고 1년 뒤에는 현대그룹을 스폰서로 끌어 들여 연변현대로 재탄생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지역 축구팀으로 중국동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뒤론 성적이 안좋아 2부리그 3부리그를 맴돌았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선수들의 부모들이 객지로 나가 돈을 벌어야 할 만큼 연변FC 선수들의 상황은 좋지 않았는데요. 2014년에도 2부리그에서 3부리그로 강등될뻔했지만, 같은 2부리그에서 있던팀이 해체되면서 극적으로 잔류를 합니다. 그리고 2015년시즌엔 박태하 감독을 부임을 하면서 기적적인 변화가 일어났죠. 2014년에 강등할뻔한팀을 이끌고 그다음해 한국인 감독이 승승장구를 하면서 무패행진을 이끕니다. 그리고 그다음해에는 1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진행자: 조선족 동포들의 반응이 뜨거웠겠어요?
리포터: 네, 관중들도 좋은성적에 획기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연변일보에서는 “요즘 연변에서는 ‘지난 경기를 봤습니까?’라는 말이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첫 인사가 됐다. 어디를 가더라도 연변팀에 관한 이야기들 뿐이다.” 라는 내용이 기사에 나온 바 있고요. 길림신문 역시 “연변팀은 200만 중국동포들의 희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동포들의 연변FC 사랑은 눈물겨웠다. 버스 공장 근로자로 평생을 일하다 퇴직한 한 할머니는 퇴직금의 절반인 1천 위안(약 40만 원)을 구단에 내놓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시원한 수박하고 냉면이나 좀 사 주세요.” 이렇게 직접 구단으로 찾아와 성금을 전하는 중국동포들이 점차 늘어났고 3만 석 규모의 경기장은 늘 꽉 들어찼습니다. 한 중국동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연변FC가 골을 넣을 때마다 손님들에게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는 등 말 그대로 연변FC는 중국동포 사회에서 희망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네. 저희도 조선족 동포들과 비슷한 이민자이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국 각기에 돈을벌기위해 나가있는 중국동포들은 연변팀이 자기들이 거주하는 도시에 경기를 하러오면 경기장에 가서 격렬한 응원을 하면서 엄청난 원정팬 수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아리랑이 공식 응원가중의 하나이고 한국 국가대표에서 쓰는 응원가도 많이 써 옌볜이 나오는 슈퍼리그 홈경기 중계를 보면 한국팀경기를 보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서포터들 배너나 머플러등에도 한글이 자주 나옵니다. 끝으로, 연변축구단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 미디어에서 만들어가는 중국 동포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살며 축구로 민족의 정체성을 이어나가고 감동을 주는 이들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