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개의 산 The Eight Mountains
- 메디치상 수상 작가 파올로 코그네티의 소설 원작, 2022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 도시와 산, 서로 다른 삶의 궤적 속에서 피어난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
- 불교적·우주론적 세계관을 광활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담아낸 삶과 관계의 은유
유화정 PD: 시네챗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도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영화 프로듀서 권미희 리포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네, 오늘 만나볼 영화 또 어떤 작품 가져오셨나요?
권미희 리포터: 오늘 만나볼 영화는 2023년 개봉했던 이탈리아 영화 <여덟 개의 산 the eight mountains>여덟>입니다. 펠릭스 반 그뢰닝엔(Felix van Groeningen), 사를로트 반더미르히(Charlotte Vandermeersch) 공동 연출작으로, 파올로 코그네티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인데요. 영화는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초연되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요, 이듬해 이탈리아 영화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유화정 PD: ‘여덟 개의 산’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데요. 영화의 제목은 세계가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로 구성되어 있다는 불교와 고대 인도 우주론의 개념을 참조했다고요. 9개의 산 중 가장 중심인 9번쩨 산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개의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영화의 줄거리부터 좀 들어볼까요?
권미희 리포터: 영화는 이 두 남자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우정과 성장,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피에트로의 내레이션을 통해 극의 내용이 전달되는데요, 1984년 여름이에요. 토리노라는 도시 출신의 11세 소년이었던 피에트로는 엄마와 여름을 보내기 위해 그라나라는 산골 마을에 기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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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유일한 아이인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금세 단짝이 되었고, 매해 여름마다 그들은 재미있고 모험심 넘치는 시간을 그 산 아래에서 함께 보냅니다. 브루노는 평소 소를 돌보거나 시골 일을 도우느라 무척 바쁜 소년인데요. 그런 브루노에게 피에트로의 엄마는 글을 가르치기도 하고 돌봐주줍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안 계신 브루노를 도시로 데려가서 삐에트로랑 같이 교육과 보육을 함께 하려고 해요. 그러나 피에트로의 완강한 거부로 무산되고 그렇게 브루노는 그라나에 남게 됩니다.

The Eight Mountains Credit: Alberto Novelli @albertonovellip
권미희 리포터: 네, 당시 피에트로의 감정이 뚜렷하게 관객들한테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이제 단순한 질투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엄마가 부르노를 가르치거나 애정을 보이는 장면에서 삐체트로는 조금 소외감 같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이제 피에트로가 엄마에게 “브루노에게서 세상을 빼앗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해요. 그러니까 도시에서의 삶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피에트로는 산에 사는 브루노가 도시로 오면 망가질 거고, 그렇기 때문에 부르노는 산에 남아있어야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로지 이것은 브루노를 위한 생각이었겠지만, 사실은 무엇이 옳은지, 그리고 브루노는 무엇을 원했는지는 분명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후 이들은 많이 다른 삶의 길로 향하는데요. 그 중심엔 피에트로와 아버지의 관계도 있습니다. 큰 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열정적인 산악가였는데, 피에트로가 어릴 때부터 때때로 산을 함께 오르며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가끔은 브루노도 동행을 했는데, 가파른 산을 어른처럼 오르는 브루노와 달리 피에트로는 고산병 증세와 작은 체구로 등반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와의 등반에서 어떠한 교감이나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피에트로는 점차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여름에 시골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등반 자체를 거부하게됩니다.
유화정 PD: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친구의 모습도 조금씩 멀어졌겠네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렇죠. 이제 정기적으로 여름이라는 시간을 산에서 함께 보내던 시간 자체가 아예 없어져 버린 거죠. 그리고 이제 그렇게 되면서 16살이 되던 해 우연히 아주 우연히 브루노를 시골 마을의 카페에서 잠깐 마주친 적을 제외하고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서로를 만나지 못합니다. 31살이 되었을 때 피에트로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의 고백을 통해 브루노와 부모님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피에트로는 그라나로 향해 브루노를 재회하여 아버지의 오랜 꿈이었던 산속 집을 짓는 일을 함께하며 다시금 인생 친구가 됩니다.

The Eight Mountains
유화정 PD: 이렇게 어릴 적 친구와 성인이 돼서 거의 15년만에 재회를 하게 되네요. 이후 이들의 삶에 또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우정을 나눌지 지금부터의 이야기도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그리고 둘에게 다른 의미의 ‘산’이라는 장소가 또 어떤 의미로 이어져 갈지도요.
권미희 리포터: 앞서 말씀하신 엄마 얘기 잠깐 하면 그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떠냐면 피에트로의 부모님이 부르노를 두 번째 아들 정도로 아끼세요. 그러니까 굉장히 좀 유대감 같은 게 좀 있는 거죠. 그리고 부르노와 피에토로는 약간 그 형제 같은 느낌도 좀 있고요. 일종의 가족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산 같은 경우는 사실 부르노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피에트로한테는 좀 이상적인 존재 그러니까 상징인 것 같은데요.
이런 그들은 그 재회 이후에 서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 과정 내내 서로에게 위안과 힘이 되어주고요. 그런 그들의 우정과 만남의 장소, 그들이 함께 지었던 산속 집이나 그 산이라는 존재 자체, 그리고 서로의 존재 자체가 앞서 말씀하셨던 그 중심이 되는 9번째 산, 즉 삶의 중심 같은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도 느껴지지만 아주 광활하고 멋진 알프스산맥 자락의 눈부신 풍경, 배우들의 진심어린 열연, 그리고 삶을 통찰하는 그들의 이야기 등 매력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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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네. 불교와 고대 인도 우주론의 개념을 담은 신비한 설정과 알프스의 황홀한 풍경 속에서 피어난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을 담은 영화, 2022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덟개의 산 The Eight Mountains>을 만나봤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오늘도 특별한 컨텐츠 소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또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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